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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11년 사람여행 - 21. 괜한 짓을 해볼 용기가 필요하다[진영읍⇒밀양시](11.03.31.목)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11년 사람여행 - 21. 괜한 짓을 해볼 용기가 필요하다[진영읍⇒밀양시](11.03.31.목)

건방진방랑자 2021. 2. 1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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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한 짓을 해볼 용기가 필요하다

 

 

무엇에 대한 평가는 경험의 횟수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양적으로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질적인 차이가 있는 경험을 여러 번 해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게 웬 뜬금없는 소리일까.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선 국토종단 중 영광에서 고창으로 향할 때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

최악의 여행’ ‘차만을 위한 도로등 도보여행지에겐 최악이었다는 이야기가 한 가득 쓰여 있다. 그땐 정말 그랬다. 쭉 뻗은 길, 아스팔트로 잘 포장된 길은 차에게 맞춰 설계된 것일 뿐, 그곳을 걸어갈 인간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도로가 허허벌판에 건설되어 있어 사람과 마주칠 수도 없었고 간혹 외벽으로 가로막혀 주변 경관을 볼 수도 없었다.

이런 상황이니 최악이었다는 평가는 당연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다시 그 길을 걸어가라고 한다면, 난 신나게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추천할만한 도보 코스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가볼 만한 곳이라고 소개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생각이 변한 것일까?

 

 

▲ 진영읍⇒밀양시

 

 

 

몸으로 부딪혀 쌓는 지혜

 

14번 국도에서 25번 국도를 타야 밀양에 갈 수 있다. 역시나 25번 국도에 들어서니 대형차들이 전속력으로 질주한다. 그것도 4차선도 아니고 무려 6차선 국도이다. 그걸 보고 있으니 오늘 여행길도 꽤나 고통스럽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다행히도 조금 걸어가니 4차선으로 바뀌긴 했지만 차량은 여전히 쉴 새 없이 오가고 있다. 누구는 바람도 아닌 것에 흔들리고 뒤척이기 싫어 나는 도시를 떠났다.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 학교고 하던데, 난 여행을 떠난 곳에서 예기치 않게 바람도 아닌 것에 이다지도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 도보여행 경로를 변경하기로 맘먹었다. 그때 생각한 경로는 두 가지인데, 경로에 대해서는 조금 있다가 이야기하기로 하자.

열심히 걸어 낙동강을 건너니 바로 밀양이더라.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밀양으로 들어서자마자 환경도 눈에 띄게 바뀌었고 차량도 듬성듬성 오가는 게 아닌가. 언제 차량 공포에 시달렸냐는 듯 감쪽 같았다. 그런 변화 때문인지 영광-고창의 23번 국도를 다시 걷고 있는 것만 같았다. 물론 그때와 비교하면 여기는 차량 통행도 많고 인도도 비좁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걷는 게 즐거웠다.

이런 경험을 해보고 나니, 생각이 바뀔 수밖에 없었다. 마음이 원하기만 한다면, 어떤 경험이든 해보는 거다. 어떤 경험이든 자신에게는 소중한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질적인 경험을 많이 할수록 이해의 폭도 넓어지고 관심의 영역도 확장된다.

자신의 삶을 살고자 했던 사람들은, 누군가가 왜 정해놓은지도 모르는 길만을 쫓아 살기보다 여러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길을 만들며 살았던 사람들이다. 이리 부딪치고 저리 부딪치는 좌충우돌의 과정 속에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가 보이고 그걸 밀어 붙일 수 있는 힘을 얻게 된 것이다. 젊음이란 괜한 짓을 해볼 수 있는 힘이지 않을까.

 

 

▲ 바람도 아닌 것에 뒤척이고 흔들리고 있다.

 

 

 

여유는 간절할 때 찾아온다

 

아침을 안 먹고 나왔기에 중간에 과자로 간단하게 요기했다. 걷는 도중에 기사 식당이 나오면 들어가 한 끼 제대로 먹겠노라고 벼르며 걸었다. 그런데 아무리 걷고 또 걸어도 기사식당은 보이지도 않더라. 급기야 밀양에 도착하고 나서야 식당다운 식당을 찾았고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이미 시간은 3시가 지났고 배고팠던 터라 허겁지겁 먹을 수 있었다. 황태콩나물 국밥을 시켜 먹었는데, 특별한 건 없었지만 맛이 깔끔하고 깊게 배인 황태향이 입맛을 돋우었다. 그래서 반찬을 두 번이나 리필해서 먹고 국밥도 남기지 않고 먹는 저력(?)을 발휘했다. 그제야 달짝지근한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아저씨에게 부탁했더니 바로 타주시더라. 커피 한 모금이 목을 타고 넘어가니, ~ 세상에 부러울 게 하나도 없더라.

커피 한 잔의 여유 운운했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 여유라는 게 간절함에서 나와야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늘 여유로운 사람에겐 그 여유조차 형벌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 까닭이다. 견뎌 오다가 정말 간절한 순간에 누리는 여유야말로, 마시지 못하다가 정말 마시고 싶을 때 마시는 커피야말로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 깔끔하고 정말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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