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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11년 사람여행 - 80. 힘 빼고 느긋하게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11년 사람여행 - 80. 힘 빼고 느긋하게

건방진방랑자 2021. 2. 1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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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빼고 느긋하게

 

 

증평으로 가는 길은 국도를 따라가면 곧장이다. 단순한 노선이기에 길을 묻지 않고 나서려는데 목사님께서 붙잡으시더니, 증평으로 걸어가기엔 신도로보다 구도로가 더 나을 거 같다고 말씀해주시는 거다. 뜻밖의 정보였지만, 정말 유용한 정보였다.

 

 

▲ 옛 길로 가는 길목에서. 날씨가 정말 좋았다.

 

 

 

먼 훗날에야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

 

지도를 보고 뻔한 길일지라도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원래 가려 했던 36번 국도는 4차선에 차량 통행이 많은데 반해 옛 길은 2차선에 구불구불 돌아가지만 차는 거의 안 다닌다. 그러니 최고의 도보여행 코스라고 할 밖에. 목사님 덕분에 한적한 들판의 풍취를 만끽하며 걸을 수 있었다.

오늘은 여기저기서 꽃놀이 가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지금이 꽃놀이철이기 때문인데, 막상 공부할 땐 자연이 푸릇푸릇 피어나는 환희를 느낄 새도 없었다. 그땐 모든 것에 관심을 끊은 채 공부에만 전념했기 때문이다. 꽃놀이든, 다른 것에 대한 관심이든 합격 후에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바로 이러한 생각이 시험을 앞둔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리라. 미래의 합격을 위해 현재는 언제나 미래를 위해 복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어느덧 봄이 한가득 내렸다. 개나리가 발걸음을 힘차게 한다.

 

 

 

輕松輕松(칭송칭송), 힘 빼고 느긋하게

 

아마도 그와 같은 생각은 현재의 고통을 참고 견딜 때 미래의 행복이 찾아온다는 눈물 젖은 합격담이나 성공담을 진리인 양 믿고 산 탓에 그리 생각하게 된 것이다. 밑에 발췌한 글은 바로 이와 같은 우리의 생각을 무너뜨린다.

 

 

잘하려면 싸우지 말고 놀아야 한다니? 이게 무슨 천지개벽할 말인가. 여태껏 우리는 무엇을 잘하려면 그것과 싸워 이겨야 한다고 배웠다. 항상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그래야 뭔가 이룰 수 있다고 말이다. 나는 여행도 진이 빠질 때까지, 일도 이를 악물고, 공부도 눈에서 피가 날 정도로 했다. 그래야만 성에 차고 내심 뿌듯했다. 뭐든 싸워 이기려 했던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잔뜩 긴장한 채 싸웠던 실체는 일 자체가 아니라 이었다. 남보다 늦었다는 생각, 남보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 그러나 기초 공사가 잘 되지 않았다는 불안감, 긴장된 표정과 태도는 다름 아닌 부실한 자신을 감추기 위한 갑옷이었다.

이제는 알겠다. 왜 세상에는 이를 악물고 사는 사람보다 느긋하게 사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이루고 누리면서 사는지를, 이들은 자기들이 하는 일과 무작정 싸우는 대신, 잘 사귀면서 재미있게 놀 줄 알기 때문이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아니 이제부터 그렇게 살아야겠다. 輕松輕松

-한비야, 중국견문록, 푸른숲, 2001

 

 

그렇다. 우린 지금까지 성공이란 신화에 이끌려 남을 의식하며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현재보다 나은 미래를 꿈꾸며 현재를 좀먹고 산 것이다. 이런 신화의 늪에서 빠져나오려면 당연히 현실의 자신을 인정하고 현재와 잘 사귀면서 재미있게 놀 줄알아야 한다. 그럴 때 자신의 모습에서 활기가 넘치고 능률도 오르는 게 아닐까.

현재를 싸워 이겨야 할 순간으로 여기느냐, 현재를 즐기며 놀아야 할 순간으로 여기느냐에 따라 삶의 모습은 180° 바뀌는 것이다. 그래서 한비야씨는 힘을 빼고 느긋하게라는 뜻의 칭송칭송(輕松輕松)’이라고 외친 것이다. 지금의 나도 힘을 빼고 느긋하게 이 순간을 즐기며 가고 있다. 모두 다 꽃놀이 간다고 특별하게 외출을 하는 이때에 꽃이 피는 과정을 관찰하며 여행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더욱이 오늘은 세상이 선명하고 맑게 보일 정도로 날씨가 좋다. 이런 날 자연을 만끽하는 게 어찌 사치이고 놀기 위한 합리화일 수 있겠는가.

 

 

▲ 현재를 즐기며, 힘 빼고 느긋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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