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만큼 중요한 제대로 된 마무리를 위해
이젠 여행에 완전히 적응됐다. 걷는 것도 좋고 낯선 공간ㆍ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다. 뚜렷한 목표 없이 맘껏 걸으며 먹고 싶은 것도 먹는다. 진정 여행다운 여행이란 마주치는 환경ㆍ상황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리라.
여행은 완성을 지향하지 않는다. 미완성의 반복일 뿐!
그런 면에서 난 아직도 여행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조금씩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여행의 맛도 알아가고 그에 덩달아 인생의 맛도 느껴가는 것이겠지. 여러 번의 실패를 통해 조금씩 성공에 가까워지듯, 여행도 여러 여행의 경험을 통해 참다운 여행의 맛을 느끼게 되는 걸 테다.
그러므로 완벽한 여행을 하겠다며 앞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떠나고 싶으면 떠나면 된다. 그게 부족한 여행일지라도 자신이 무언가를 해봤다는 경험 하나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게 아니겠는가.
이제 당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생각해보자. 그 일이 아주 엉뚱한 것일 수도, 전혀 실현 가능성이 없을 수도, 혹은 흔히 말하는 성공과는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제외시켜놓은 것도 있을 수 있다. 내가 도대체 뭘 하고 싶은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을 거다. 하지만 어떤 경우도 ‘완벽한 지도를 가져야 길을 떠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한비야, 『중국견문록』, 푸른숲, 2006
여행은 맘과 같지 않을 때, 맛이 깊어진다
그런데 여행에 익숙해지는 만큼 여행에 대한 피로도도 높은 게 사실이다. 왜 아니겠는가? 좋든 싫든 누군가에게 잠자리를 부탁해야 하고 그러면서 인간 이하의 취급도 받고 없는 사람 취급도 받다 보면, ‘이거 지금 뭐 하는 짓이지?’하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 그런 상황이 계속될수록 열정은 사그라지고 사람에 대한 염증만 커진다. 아마도 여행 중 가장 힘든 순간은 노골적인 냉대를 당할 때가 아닌가 싶다.
여행의 기간이 길어지니, ‘여행을 좀 더 하고 싶다’는 생각과 동시에 ‘일찍 끝내고 푹 자고 싶다’는 생각이 반씩 든다. 맘이 맞는 사람을 만날 때엔 이 여행을 계속하고 싶다가도, 그렇지 않은 사람을 만날 때엔 금방이라도 끝내고 싶다.
하지만 잘 알고 있다. 그것이야말로 여행의 묘미이며 인생의 한 단면이라는 것을 말이다. 어떻게 불특정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모두 내 생각 같으려니 바랄 수 있겠는가. 그것이야말로 유아적인 환상에 불과한 게 아닐까. 오히려 내 맘과 같지 않은 상황들을 겪을수록 여행의 맛도 깊어짐을 알 수 있다. 힘든 와중에도 희망을 놓지 말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 찾는 과정 속에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마무리의 의미
여행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시작만큼 중요한 게 마무리라고 한다면, 지금부터가 여행의 하이라이트며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체조 경기가 그렇다. 시합 중에 펼치는 연기의 난이도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착지, 즉 마무리다. 엉덩방아를 찧거나 중심이 흐트러지면 순위권에 들지도 못한다. 다된 밥에 코 빠뜨리는 격이란 그런 것일 텐데, 이 여행의 마무리도 어떻게 하냐에 따라 그렇게 될 수 있다. 막바지라고 마음 흐트러뜨리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
지출내역
내용 |
금액 |
장터국밥 |
12.000원 |
찜질방 |
6.000원 |
돈가스 |
5.000원 |
|
|
일일 총합 |
23.000원 |
총 지출 |
219.400원 |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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