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공연을 관람하다
분명한 건 잠자리를 구할 때 거절당했다고 끝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거절한 사람의 입장에선 되게 심기가 불편할 것이다. 그렇다면 저주라도 당한다는 말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전혀 그런 말이 아니다.
거절한 사람이 문제라는 말이 아니라 이 경우 초점은 거절당한 사람에게 있다. 거절당했다고 화낼 필요도, 섭섭해 할 필요도 없다. 분명히 잠자리가 안 구해질지 몰라 잔뜩 긴장하고 두려울 테지만 그것마저 의연히 넘어서면 분명히 더 좋은 계기가 온다.
새옹지마
오늘만 해도 그랬다. 서부면에 도착하자마자 언덕 위에 멀리 보이는 교회가 눈에 띄었다. 지나가며 다른 교회도 보였지만 이미 그 교회를 점찍었기에 그리로 향했다. 낑낑거리며 언덕을 올라 교회에 도착했다. 교회 건물 외에도 부속 건물이 따로 있어 공간이 많기에 잘 곳이 없다는 핑계를 못 대실 거라 어림짐작했다. 그런데도 목사님은 태연히 잘 곳이 없다고 하신다. 그러면서 교회 의자에서라도 자겠다는 나에게, “교회 의자에서 자면 추워서 안 되요”라고 단번에 자르신다. 하는 수없이 언덕길을 돌아 내려 올 수밖에 없었다.
이제 선택사항은 하나, 아까 지나온 교회로 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 교회는 왠지 어수선하더라. 예배가 끝난 시간임에도 사람들 소리가 여기저기 나며 한참 분주했다. 알고 보니 다른 교회 사람들이 공연을 온 것이더라. 목사님은 공연팀을 맞이하느라 바쁘셨기에 허락을 받지 못하고 공연을 구경해야 했다.
목사님의 후배 목사님이 경기도 수원 쪽에서 개척을 하셨는데 지금은 꽤 큰 교회가 되었다고 하신다. 오늘 공연을 온 사람들은 그 교회에서 온 것이다.
공연은 각종 악기 연주에, 몸찬양, 합창까지 다채롭게 진행되었다. 공연자는 20명 정도 되었고 2시간가량 진행되었다. 물론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공연이기에 간혹 이질감이 들긴 했지만, 공연 자체만 놓고 보면 재밌고 신나는 시간이었다. 특히 여성이 중심이 된 몸찬양이 최고였다. 몸동작의 현란한 듯하면서도 절제된 아름다움과 노래가사와의 어우러짐은 가슴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공연 자체는 정말 좋았지만, 목사님이 보시기엔 좋기만 하지 않았을 거다. 자기보다 후배 목사는 잘 되어 이렇게 공연까지 할 정도인데, 목사님은 그러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골 목회활동을 하시기 때문에 교회의 성장은 정체되었고 젊은이들은 외지로 나가기에 무언가 새로운 기획을 할 수가 없다. 그런 상황이니, 도시 한복판에서 젊고 능력 있는 신자들을 둔 후배 목사님이 부러웠을 것이다. 목사님의 감상평에서는 그와 같은 씁쓸한 마음이 한껏 묻어났다.
공연이 끝나고 목사님께 말했다. 시간도 이미 늦었으니, 어떻게든 책임 져 주시리라는 생각에서였다. 다행히도 바로 승낙해주시더라. 냉방이라며 장판도 주시고 따뜻한 물에 샤워할 수 있도록 보일러도 틀어주셨다. 순식간에 모든 게 술술 풀린 셈이다.
거절당했다고, 실패했다고 좌절하진 말자. 그 후엔 더 좋은 상황, 사람을 만나게 되는 법이니까. 인생은 알 수 없다. 좋은 일이 나쁜 일이 되기도 하고, 나쁜 일이 좋은 일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이 술술 잘 풀린다고 거만 떨 필요도, 일이 꼬였다고 주눅들 필요도 없다.
여러 번 반복되는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는 차’ 꿈
간혹 자동차를 운전하는 꿈을 꾸곤 한다. 모두 조작이 서툴러 사고가 나거나 컨트롤이 제대로 안 되는 꿈이다. 오늘 새벽에 꾼 꿈도 마찬가지였다. 이놈의 자동차는 잘 달리기만 할 뿐 브레이크가 잘 들지 않는다. 어떤 차가 날 추월했었나? 그건 잘 기억나진 않지만 정지선에 차 한 대가 서있었고 어떤 차가 그 다음에 서고(내가 느낄 땐 갑자기 끼어들었다) 난 미처 정지할 새도 없이 그 차의 뒤를 박고 말았다. 그 차는 당연히 앞 차를 다시 받고 만 것이다. 이렇게 삼중충돌 사고가 났는데 꿈속 상황이라 그랬는지 인명피해는 없었고 운전자들도 멀쩡했다.
그렇다고 그냥 갈 수는 없는 일이다. 운전자들이 내렸고 나도 갑자기 끼어든 차 운전자에게 다가가고 있다. “그렇게 갑자기 멈추면 어떡해요?”라고 한 소리 해줄 생각이었는데 두 운전자 다 작당이나 한 듯이 나에게 뭐라고 한다. 그러면서 중간에 있는 차는 앞 차를 치었다가 다시 뒤로 밀려 뒷 차를 다시 치고 다시 앞 차를 치고 하며 여러 번 왔다갔다 했노라고 말하더라.
그쯤에서 해결은 못 보고 꿈을 깼는데 여러 번 반복되는 이 꿈의 의미는 나도 잘 모르겠다. 왜 차가 달리기만 할 뿐 조작이 안 되는지, 왜 브레이크가 안 드는 지 그 의미가 몹시 궁금하다.
지출내역
내용 |
금액 |
헌금 |
1.000원 |
일일 총합 |
1.000원 |
총 지출 |
153.400원 |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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