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는 글, 공감능력이란 숙제를 안고 길에서 살아간다
2011년 3월 28일에 부산으로 떠나면서 시작되었던 사람여행은, 4월 30일 김제에 도착하면서 끝이 났다. 한 달의 시간을 오롯이 밖을 돌아다니고 헤매며 가능성을 탐구하고, 나란 사람에 대해 알게 되었다.
09년의 국토종단과 11년 사람여행의 차이
작품 하나가 만들어졌다. 건빵 주연, 건빵 각본, 우연한 연출쯤 되는 작품이다. 난 이 작품을 한마디로 정의해 보련다. ‘사람여행 34일과 21명의 인연선(因緣線)’이란 제목이 제격이다.
순간순간 깨어있는 감성으로 다가가고 맘껏 느끼진 못했다 할지라도, 그 시간들을 가슴속에 새기고 기록을 남겼다는 건 대단한 일이라 자평하고 싶다.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해 무언가를 만들 듯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나 혼자의 노력으로 이 작품이 만들어진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총 800㎞ 정도를 걸으며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고 우연히 쳐들어온 사람에 대한 염려도 있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우리가 의기투합하여 함께 빚어낸 ‘공동의 작품’이라고 해야 맞다.
국토종단을 끝내고 나선 목표를 이루었다는 게 대견했다. 그러나 여행 중간중간에 여행의 즐거움을 느끼기보다 어떻게 하면 빨리 끝낼까만을 생각했다. 어느 순간 ‘시작했으니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강박감이 들었고 그때부턴 사력을 다해 걷기만 했다.
그에 반해 사람여행을 하는 동안엔 맘껏 걸을 수 있다는 것도,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도 즐거웠다. 이번 여행을 통해 도보여행이 고행(苦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에 다시 떠난다고 해도 신나고 즐겁게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공감능력이란 숙제를 안고 길에서 살아가기
길만 있는 여행은 아무 것도 아니다. 거기엔 특별한 인상이나 기억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길 위에 사람이 있고 그 사람과 마주칠 때 비로소 인상이 남고 기억이 아로새겨진다. 그럴 때에야 그곳에 언제든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 여행은 길 위에 있는 사람과의 마주침을 여러 상황 속에서 경험해 보았다. 사람을 만나 여행이 여행다워졌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여행 이후엔 코스를 따라다니는 여행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이 여행을 통해 삶을 좀 더 풍요롭게 살게 되었다. 이것만으로 이 작품의 의미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21명의 사람을 만나며 그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가 알알이 내 몸에 박혀 있다. 그걸 밑바탕 삼아 신나게 살아갈 것이다.
누군가는 ‘신세를 많이 졌으니 다 갚아야 한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나를 도와줬던 분들은 모든 걸 독차지 하지 않고 나누며 살았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도와준 것이고 좋은 인연으로 남을 수 있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나 또한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함께 도우며 관계를 만들어 갈 것이다.
사람의 본모습이 드러날 때가 언제인 줄 아는가. 나에게 잘 해주는 사람에게, 나에게 이득을 주는 사람에게 잘 해주긴 쉽지만 반대되는 경우엔 선한 미소를 띠우며 잘 해주긴 힘들다. 바로 그때 본모습이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쉬운 소리 할 때, 공감하려는 마음도, 그 부탁을 들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 미안해하는 마음도 없이 매몰차게, 귀찮다는 듯 물리치신 분들도 평상시엔 예의 선한 미소를 띠우며 맘 넓은 듯 사셨던 분이셨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 배신감이 크고 실망감이 컸다. 이런 상황을 손수 겪어봤으니, 누군가를 만나더라도 최대한 배려하며 넉넉한 마음으로 살리라.
소중했던 순간들도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될 뿐이다. 이 추억을 어떻게 곱씹어 현재의 나를 위한 자양분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이 여행의 의미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 힘을 얻었으니 그걸로 또 다른 만남을 축복하며 길에서 살아가자.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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