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임유후 시를 중만당풍이라고 비평한 소암을 비판하다
任參判有後, 號休窩, 中年閑廢, 專事文翰.
少時遊山寺, 題僧軸曰: “山擁招提石逕斜, 洞天幽杳閟雲霞. 居僧說我春多事, 門巷朝朝掃落花.” 見者誤以爲疎庵詩.
後疎菴見其軸曰: “吾非盛唐, 語不出口. 此詩雖逼唐韻, 頗雜中唐聲, 乃後生小子之作.”云.
至若鏟石題名姓, 山僧笑不休. 乾坤一泡幻, 能得幾時留. 讀之, 身世兩忘, 色相俱空. 不謂聲律中有此妙詮, 其可以中晩而小之歟.
해석
任參判有後, 號休窩,
참판 임유후는 호가 휴와로
中年閑廢, 專事文翰.
중년에 버려져 온전히 문장 짓는 것만 했다.
少時遊山寺, 題僧軸曰: “山擁招提石逕斜, 洞天幽杳閟雲霞. 居僧說我春多事, 門巷朝朝掃落花.”
젊을 적에 산사를 유람하며 스님의 시축에 지은 시는 다음과 같다.
山擁招提石逕斜 | 산이 감싼 사찰로 돌길이 비껴났는데 |
洞天幽杳閟雲霞 | 별천지가 그윽하게 구름 속에 숨어 있네. |
居僧說我春多事 | 거처하던 스님이 나에게 말하네. “봄이라 일이 많아요. |
門巷朝朝掃落花 | 아침마다 절문 앞 낙화를 쓸어야 해요.” |
見者誤以爲疎庵詩.
보는 사람들이 오인하여 소암의 시라 여겼다.
後疎菴見其軸曰:
훗날 소암이 그 시축을 보고 말했다고 한다.
“吾非盛唐, 語不出口.
“나는 성당시가 아니면 말조차 입에서 꺼내지 않는다.
此詩雖逼唐韻, 頗雜中唐聲,
이 시는 비록 당시(唐詩)의 운에 가깝지만 매우 중당의 소리가 섞여 있으니,
乃後生小子之作.”云.
곧 나보다 뒤에 태어난 어린 녀석의 작품일 것이네.”
至若鏟石題名姓, 山僧笑不休. 乾坤一泡幻, 能得幾時留.
다음과 같은 시에 이르러
鏟石題名姓 山僧笑不休 | 돌 깎아 성명을 써놨더니 산 스님이 웃음을 그치질 않네. |
乾坤一泡幻 能得幾時留 | 천지도 하나의 물거품이거늘 얼마나 그 이름 남길 수 있겠소. |
讀之, 身世兩忘, 色相俱空.
이 시를 읽으면 몸과 세상이 모두 망각되고 색과 상 모두 공(空)이 된다.
不謂聲律中有此妙詮,
시 속에 이런 성률을 담아낼 줄 생각하지 못했으니
其可以中晩而小之歟.
중당과 만당이라 해서 낮출 수 있겠는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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