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2024/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건빵이랑 놀자

개념어 사전 - 미장센(Mise en scène) 본문

어휘놀이터/개념어사전

개념어 사전 - 미장센(Mise en scène)

건방진방랑자 2021. 12. 18. 04:00
728x90
반응형

미장센

Mise en scène

 

 

연극과 영화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가장 큰 차이는 라이브와 녹화라는 점일 것이다. 연극은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관람하는 데 비해 영화는 제작이 완료된 뒤에 관람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차이는 차원이라는 측면에 있다. 연극과 영화는 차원이 다르다. 수준이 어떻다는 말이 아니라 연극은 3차원의 예술이고 영화는 2차원의 예술이라는 이야기다.

 

연극의 공간은 무대와 객석으로 이루어지며, 무대 위의 공간도 3차원으로 배치된다. 그에 비해 영화에는 객석이 존재하지 않으며 - 영화는 현장에서 관객과 함께 호흡하지 않는다 - 스크린은 마치 회화 평면처럼 3차원의 현실을 2차원으로 표현하는 장치다프레임이 있다는 점에서도 영화는 연극보다 회화에 더 가깝다. 프레임은 작가가 원하는 장면만을 관객에게 보여주도록 하는 장치다.

 

 

연극과 영화의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개념이 미장센이다. 원래 프랑스 연극 용어였던 미장센은 말 그대로는 무대 배치라는 뜻인데, 지금은 연극과 영화에서 연출이라는 종합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하지만 영화에서 말하는 미장센은 좀 더 구체적인 의미가 있다.

 

영화는 몽타주(편집) 기법을 많이 사용한다. 연극은 무대에서 바로 공연하기 때문에 편집이 불가능하지만 영화는 얼마든지 편집할 수 있으며,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따라 영화의 분위기도 크게 달라진다. 영화에서 편집은 무척 폭넓은 의미를 지닌다. 단순히 촬영된 필름을 이어붙이는 의미에서의 기계적인 편집만이 아니라 감독은 장면들을 촬영할 때 이미 편집을 염두에 두고 화면을 구성한다. 특정한 부분을 클로즈업한다든가, 등장인물의 동선을 따라 카메라를 이동시키는 영화 특유의 기법도 편집의 관점에서 구사되는 것이다. 몽타주를 통해 감독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영화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영화의 이런 장점은 동시에 단점으로도 작용한다.

 

 

사실주의 영화를 지향하는 비평가들은 몽타주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조작하고 왜곡한다고 비판한다. 감독이 몽타주를 통해 특정한 의도를 부각시키면 관객은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해석의 여지는 거의 남지 않는다. 이와 달리 연극에서는 3차원의 무대 공간에서 관객이 자신의 시선을 마음대로 돌릴 수 있으며, 따라서 관객 스스로 작품을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넉넉하게 남아있다심지어 스토리와 무관하게 무대 위의 작은 소품에 눈길이 가도 상관없다. 영화의 관람보다 연극 관람이 더 능동적인 이유는 그 때문이다.

 

영화에서 몽타주를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것은 곧 미장센을 살리는 방법이다. 그래서 편집에 반대하는 영화감독은 자연히 미장센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몽타주는 극적인 긴장감을 주는 데 편리한 기법이지만 관객에게 특정한 분위기나 감동을 강요하는 역효과를 빚을 수 있다. 이에 비해 미장센에 충실한 감독은 화면을 정적인 회화 작품처럼 구성하면서 다의적인 표현을 통해 관객에게 스스로 관찰하고 해석할 수 있는 자유를 부여하고 영화에 동참하도록 유도한다.

 

미장센을 효과적으로 살리는 대표적인 영화 기법으로는 롱테이크(long take)와 딥포커스(deep focus)가 있다. 롱테이크는 한 장면을 끊지 않고 길게 찍는 촬영 기법이고, 딥포커스는 카메라의 심도를 극대화시켜 가까이 있는 사물과 멀리 있는 사물에 한꺼번에 초점을 맞추는 기법인데, 우리 눈이 현실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과 매우 비슷한 느낌을 준다엄밀히 말하면 우리 눈은 수시로 시점을 바꾸지만 그 결과가 심도를 넓힌 것과 같다는 의미다, 딥포커스 기법으로 유명한 1941년도 미국 영화 시민 케인(Citizen Kane)의 감독 오손 웰스는 영화의 연극적 효과를 강조했다.

관객은 화면 속에서 원하는 것을 선택해 볼 수 있다. 나는 관객에게 특정한 의도를 강요하지 않는다.”

몽타주와 미장센은 하나를 살리면 다른 것이 죽을 수밖에 없는 대립적인 영화 기법이다. 대체로 몽타주는 영화 특유의 역동적인 스토리 전개에 유리하고, 미장센은 영화에 연극적인 사실성과 호흡을 불어넣는 데 유리하다.

 

 

 

 

 

 

인용

목차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