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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어 사전 - 창조론(Doctrine of Creation) 본문

어휘놀이터/개념어사전

개념어 사전 - 창조론(Doctrine of Creation)

건방진방랑자 2021. 12. 1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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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론

Doctrine of Creation

 

 

찰스 다윈(Charles Darwin, 1809~1882)종의 기원(On the Origin of Species by Means of Natural Selection)의 초고를 완성한 것은 1830년대 말이었다. 그러나 책이 출판된 것은 20여 년이 지난 1859년이다. 이렇게 출판이 늦어진 데는 그동안 수집한 수많은 사례들을 체계화할 이론적 근거를 보강하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당시는 창조론이 지배적이었으므로 어설프게 진화론을 발표했다가는 엄중한 종교적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창조론은 세상 만물이 신의 의지와 기획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 신이란 말할 것도 없이 그리스도교의 신을 가리킨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이 구절로 시작되는 구약성서에는 신이 엿새에 걸쳐 빛과 어둠, 물과 물, 시간, 뭇 생명과 인간을 창조하는 과정이 기록되어 있다. 이 부분을 비유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창조론이다. 그런 지적 분위기에서 다윈이 진화론을 주장한 것은 이론적으로만이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용기 있는 행위였다그래도 열렬한 지지자들이 있었던 덕분에 종의 기원10년간 13천 부가 팔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성서적 세계관에서 보면 세계의 역사는 6천 년밖에 되지 않는다. 구약성서에 따르면 신이 창조한 최초의 인간 아담은 130세에 셋을 낳았고, 셋은 105세에 에노스를 낳았고, 에노스는 90세에 게난을 낳았다. 이렇게 시작되는 인간의 계보를 모두 합하면 아담에서 노아까지가 약 1천 년이며, 노아에서 아브라함까지가 약 850년이다. 계속해서 신약성서에는 아브라함부터 다윗까지 14세대, 다윗에서 그리스도까지 28세대로 되어 있으므로 대략 1~2천 년가량 된다. 이렇게 따질 경우 신이 세계를 창조한 시기는 얼추 기원전 3~4천 년 무렵이다.

 

이런 논거를 바탕으로 17세기에 영국의 대주교인 어셔(James Ussher)는 지구가 기원전 40041022일에 창조되었다고 말했는데, 이것이 이후 교회 측이 주장하는 천지창조의 전통적인 연대가 되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진화의 결과가 아니라 신이 창조한 것이다.

 

생산이나 제작이라면 모태나 재료를 필요로 하지만 창조라면 무에서 유를 만드는 행위다. 신이 세계를 만든 행위는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의 창조다. 그래서 성서에서는 신이 말씀으로 우주 만물을 창조했다고 표현한다.

 

 

다윈의 진화론은 창조론에 큰 위협을 주었다. 진화론의 영향을 받은 사상이 사회 전 분야에 도입되자 창조론 진영에서는 과거처럼 성서만을 근거로 삼지 않고 이른바 과학적 창조론을 만들어 대항하기에 이르렀다. 진화론이라는 강적을 맞아 창조론도 진화한 셈이다.

 

성서를 자구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협한 종교적 관점은 미국의 생리에 잘 맞았다(근본주의). 그래서 과학적 창조론은 주로 20세기 후반 미국에서 크게 성행했는데, 오늘날에도 캔자스를 비롯한 미국의 몇몇 주들에서는 진화론을 거부하고 창조론을 교육과정에 넣고 있다.

 

과학적 창조론의 핵심적 근거는 생명의 탄생이 워낙 절묘한 타이밍과 조합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도저히 우연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하나의 세포까지 환경에 정확히 적응하는 데 필요한 대단히 복잡한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압도당한 생물학자는 창조론의 유혹에 쉽게 빠져든다. 단순히 진화로만 이런 고도의 생명체가 탄생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우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신의 기획이 반드시 개재되어야만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런 창조론의 논리는 목적론의 일반적인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똑같은 모양의 조그만 타일이 가득 붙은 커다란 벽이 있다고 해보자. 공을 벽에 던지면 그 타일 중 어느 하나에 맞을 것은 분명하다. 즉 그것은 필연이다. 하지만 그 공을 어느 특정한 타일에 맞힌다는 것은 메이저리그의 투수라 해도 어려운 일이다. 필연은 설명이 쉽지만 우연을 인과적으로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런데 맞은 타일(즉 공의 목적)의 입장에서 보면 왜 그 공이 바로 그곳에 맞았는지 인과적인 설명이 충분히 가능해진다. 예컨대 특정한 힘과 특정한 방향으로 공을 던졌기 때문에 그 공은 바로 그 타일을 맞힌 것이다.

 

목적론의 맹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생명체를 이루는 세포는 대단히 복잡하고 환경에 절묘하게 적응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저절로(즉 진화를 통해) 형성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은 진화의 결과물(목적)인 현재의 세포를 보고 가지게 된 선입견에 불과하다. 사실 공은 어느 타일이든 맞을 수밖에 없었는데 우연히 맞은 그 타일이 왜 하필 나인가? 이건 신의 뜻이다라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바로 창조론의 목적론적 맹점이다.

 

창조론의 지도자들 중에는 과학의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상당한 명성을 가진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 사람들이 왜 창조론을 지지할까? 이 당혹스러운 현상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성서를 자구 그대로 해석하지 않는다면 그리스도교 신앙이 힘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지질학자와 천문학자들이 말하는 수십억 년이라는 우주의 연대를 받아들일 경우 인류가 유한하다는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이 희석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둘 다 비종교인 혹은 폭넓은 시각을 가진 종교인의 관점에서 보면 터무니없는 생각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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