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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어 사전 - 차이(Difference) 본문

어휘놀이터/개념어사전

개념어 사전 - 차이(Difference)

건방진방랑자 2021. 12. 18.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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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

Difference

 

 

개념이라는 단어의 뜻을 알기 위해 국어사전을 찾아보자. “여러 관념 속에서 공통된 요소를 뽑아내어 종합하여서 얻은 하나의 보편적인 관념이라는 뜻이 나온다. 그런데 이 뜻풀이에도 모르는 단어들이 많다. 그 정의를 올바로 이해하려면 관념, 공통, 요소, 종합, 보편적 같은 단어들을 또 찾아봐야 한다. 그래서 관념을 찾아보면 어떤 대상에 관한 인식이나 의식 내용이라는 뜻이 나온다. 이 뜻을 이해하려면 또다시 대상, 인식, 의식, 내용 같은 단어들을 찾아봐야 한다. 이런 식으로 찾다 보면 사전을 다 뒤져도 결국 원하는 단어의 확실한 정의는 얻지 못할 것이다.

 

이런 ()순환을 끊으려면 사전 바깥의 뭔가가 필요하다. 그 뭔가를 단어의 지시대상이라고 부른다. 전통적인 사고에 따르면 단어는 지시대상을 가져야 한다. 나무라는 단어는 정원에 있는 실제의 나무를, 개라는 단어는 그 나무 옆에서 뛰노는 실제의 개를 가리키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당연해 보이는 단어와 지시대상의 연관성이 알고 보면 그렇게 당연하지 않다는 데 있다.

 

 

구조주의 언어학을 창시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 1857~1913)에 의하면 나무라는 단어는 잎을 키우지 않고 개라는 단어는 짖지 않는다. 잎을 키우는 것은 실제의 나무이며 짖는 것은 실제의 개다. 단어와 지시대상은 필연적인 연관이 아니라 자의적인 연관을 가질 뿐이다. 말이 그럴듯하지만 자의적인 연관이란 실은 아무런 연관도 없다는 뜻이다.

 

소쉬르는 언어를 기호의 체계로 간주하고 언어 기호를 기표(signifiant)와 기의(signifié)로 나눈다. 기표란 표기된 기호이고 기의란 기표의 의미다. ‘라는 단어는 기표가 되며, 실제의 개는 기의가 된다. 전통적인 언어 이론에서 기표와 기의가 일치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소쉬르는 를 개라고 부르게 된 것은 순전한 우연이라고 말한다. 이를테면 ’, ‘돼지’, ‘이라고 불러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개를 물고기로 바꿔 부른다고 해서 물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개를 개라는 단어로 부르게 된 근거는 어디 있을까? ‘라는 단어 자체에는 필연적인 근거가 없다. 단지 언어체계에서 그렇게 약속되어 있을 뿐이다. 즉 개는 소나 돼지가 아니기 때문에 개다. 원이라는 단어가 둥글지 않고 사탕이라는 단어가 달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언어 기호가 지시대상과 무관하다면 단어의 의미는 어떻게 확정될 수 있을까? 소쉬르는 여기서 차이개념을 도입한다. 단어의 의미를 결정하는 것은 그 단어 자체가 아니라 다른 단어와의 차이, 다시 말하면 언어 체계 내에서 그 단어가 가진 관계다. 이 점을 더 분명히 보여주는 예는 목요일, 중령, 남극 같은 단어들이다. 목요일은 그 자체로 정의되지 않는다. 목요일은 단지 수요일과 금요일 사이에 위치한 요일을 가리키며, 중령은 소령과 대령 사이의 계급일 뿐이고, 남극은 북극이 있기 때문에 의미를 가지는 단어다. 이처럼 단어의 의미는 차이에 의해 정해진다.

기호의 가장 정확한 성격은 바로 다른 기호들과의 차이다. -소쉬르, 일반 언어학 강의

 

단어의 의미가 다른 기호들과의 차이, 즉 기호 체계에 의해 결정된다는 소쉬르의 발상은 20세기의 가장 큰 지적 사조인 구조주의를 낳았다. 구조주의는 인식 주체(인간)가 인식 대상(세계)을 인식하며 언어는 그 매개체라고 보는 데카르트(René Descartes, 15961650) 이래의 전통적인 인식론을 전면적으로 부정한다. 단어는 주체가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아니고 대상을 나타내지도 않는다. 단어의 의미를 결정하는 단어들 간의 차이는 바로 언어 체계, 즉 구조다. 이리하여 인간은 인식과 사고의 중심에서 탈락하고 구조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

 

 

 

 

 

 

인용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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