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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어 사전- 카오스(Chaos) 본문

어휘놀이터/개념어사전

개념어 사전- 카오스(Chaos)

건방진방랑자 2021. 12. 1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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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

Chaos

 

 

과학의 주요 기능은 예측에 있다. 물 분자는 수소원자와 산소 원자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분해하면 기체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며, 실제로 전기분해를 통해 기체로 만들 수 있다. 인체는 면역 기능을 가지고 있으므로 병원균의 일부를 투입하면 스스로 항체를 만들 것이라는 예측에서 의사는 예방주사를 놓는다. 18세기 말에 천왕성이 발견된 이후 천왕성의 운동에서 미약한 섭동이 관측되자 천문학자들은 그 바깥 궤도에 행성이 있으리라고 예측했고, 그 결과 해왕성과 명왕성이 예측된 위치에서 발견되었다명왕성은 안타깝게도 2006년에 소행성으로 재분류되었다

 

이렇게 과학적 예측이 가능한 이유는 자연계에 인과율이 관철되기 때문이다. 모든 현상에는 원인이 있으므로 원인을 찾으면 얼마든지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이런 과학적 낙관주의는 철학적 합리주의와 더불어 수 세기 동안 인간의 지성사를 지배했고 실제로 숱한 성과를 낳았다. 그런데 이 인과율이 통하지 않는다면 어떨까? 혹은 단선적 인과율이 아니라 대단히 복잡하고 비선형적인 인과율이 적용되는 영역이라면 어떨까?

 

 

1961년에 미국의 기상학자인 로렌츠(Edward Norton Lorenz, 1917~2008)는 기상 관측을 하던 중 재미있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기상학은 어느 분야보다 예측이 중요하지만 그 어느 분야보다도 예측이 까다롭다. 심지어 기상 통보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릴 경우 다수결 투표를 통해 기상 예보를 할 정도로 정확한 예측은 어렵다. 그래서 로렌츠는 중국 베이징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다음 달에 미국의 뉴욕에서 폭풍을 일으킬지도 모른다고 말했는데, 그의 말은 나중에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라는 용어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처음에 토렌츠는 나비 대신 갈매기를 예로 들었다가 시적 효과를 위해 나비로 바꾸었다고 한다. 작은 변화가 엄청난 격변을 유발할 수 있다는 로렌츠의 발상에서 현대 물리학의 카오스 이론이 탄생했다.

 

카오스란 원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용어로, 세상이 생겨나기 전의 혼돈 상태, 캄캄하고 텅 빈 공간을 가리킨다. 성서의 첫 대목에는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이 혼돈은 곧 벌어질 신의 천지창조를 예고한다. 카오스는 무질서하고 무정형하지만 신은 카오스를 재료로 삼아 질서와 형태를 갖춘 우주를 창조했다. 그래서 카오스는 만물의 본래 상태를 가리키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우주가 진공에서 만들어졌다는 종교적 창조론과 하나의 극미한 점에서 대폭발이 일어났다고 보는 빅뱅이론은 카오스를 출발점으로 본다는 면에서 서로 통한다.

 

카오스는 질서를 예고하는 무질서, 창조를 앞둔 혼돈을 뜻하기 때문에 그냥 뒤죽박죽인 무질서나 혼돈과는 다르다. 오히려 카오스는 겉으로 보기에는 불안정하고 불규칙한 듯하나 실은 나름의 질서와 규칙성을 가지고 있다. 뉴욕에 폭풍이 일어난 원인이 고작 베이징의 나비라면 허무한 결론이겠지만 어쨌든 원인은 원인이므로 복잡하긴 해도 인과율에 위배되지 않는 것은 틀림없다.

 

이렇게 카오스는 한편으로는 전통적인 인과율의 극한에 위치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기계적 인과율이 아닌 새로운 인과율을 요구하고 있다. 카오스의 개념이 도입됨에 따라 과학적 예측도 과거처럼 단선적인 명확성을 추구하는 대신 총체적인 효과를 고려한 복합성을 추구하는 것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과거의 인과율이 간단한 일차방정식으로 풀 수 있는 문제였다면 카오스의 인과율은 더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요구한다.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며 진리는 단순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자연계를 포함한 현실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이론이 설명해야 할 대상이 복잡하다면 이론 역시 복잡해야 오히려 이해하기 쉽다는 것은 괜한 역설이 아니다. 카오스 이론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곧 대상이 카오스적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뉴턴(Isaac Newton, 1642~1727) 역학으로 자연계의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면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 같은 것은 필요가 없다.

 

현재 카오스 이론은 물리학과 기상학만이 아니라 수학, 천문학, 나아가 경제학에 이르기까지 두루 원용되고 있다. 이 이론을 토대로 모호성과 불명확성을 다루는 퍼지이론과 불규칙상태의 사물을 묘사하는 프랙탈 기하학이 등장했다. 혼돈의 개념을 바탕으로 하는 만큼 아직 이론 자체가 완성되지는 못 했으나 카오스의 개념은 태풍, 지진 같은 기상 현상 이외에 주식 가격의 변화를 연구하는 데도 원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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