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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사, 목릉성세의 풍요와 화미 - 5. 문필가의 시세계(이수광) 본문

책/한시(漢詩)

한시사, 목릉성세의 풍요와 화미 - 5. 문필가의 시세계(이수광)

건방진방랑자 2021. 12. 21.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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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광(李睟光, 1563 명종18~1628 인조6, 潤卿, 芝峰)은 조선중기의 학자이자 문장가로 아들 민구(敏求)와 더불어 문명을 날렸다. 그는 역대 제가(諸家)들의 경세책과 문장을 광범위하게 수렴하여 독특한 세계를 구축하였다. 역대 여러 경전과 제가서(諸子書)에 두루 밝았을 뿐 아니라 성운(聲韻)에도 조예가 깊어 그의 시는 종종 성당(盛唐)의 유풍(遺風)이 있다고 평가되어 왔다.

 

지봉유설(芝峰類說)28에서 스스로 나는 오경 외에 장자(莊子)사마천(司馬遷)을 좋아하였고 시는 건안(建安)으로부터 초당(初唐)성당(盛唐)까지 좋아하였다. 그러나 중당(中唐)만당(晩唐) 이하의 것은 그 경구만을 취하였을 따름이다[余於五經, 好莊子司馬子長, 詩好建安以至始唐盛唐, 而中晚以下, 則唯取其驚句而已]”라고 한 언급에서 그의 문학관의 일단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그는 자구(字句)나 사조(辭藻)의 정련(精鍊)에 진력하지 않고 언의(言意)가 간심(簡深)한 데에 주력하였다. 자유분방한 필치로 많은 작품을 남겼기 때문에 고려시대의 이규보와 비견되기도 하였다. 진위사(陳慰使)로 중국에 수차례 가서 많은 창화시(唱和詩)를 남기기도 하였는데 그 중에서 안남(安南) 사신 풍극관(馮克寬)과의 창화시집인 안남사신창화록(安南使臣唱和錄)은 그의 문명을 중국 및 베트남에까지 떨치게 하였다.

 

이수광(李睟光)은 스스로 시작(詩作)에 작위(作爲)의 뜻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한가롭게 거처할 때 경물을 보고 마음 속에 감흥이 촉발되면 그것을 읊조릴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시어가 반드시 공교롭지는 않았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그의 시작(詩作)의 실상은 반드시 그러하지 않았다. 자연스러운 감정의 유출과 함께 대구 등의 형식적 요건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지봉유설(芝峰類說)13에서 자신의 시 가운데 대구가 잘 이루어진 작품을 따로 선발하여 제시하기도 하였다.

 

 

다음 작품이 이수광(李睟光)의 시세계를 설명하는 데 좋은 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岸柳迎人舞 林鶯和客吟 언덕 버들은 사람 맞아 춤추고 수풀 속의 꾀꼬리는 길손 보고 지저귀네.
雨晴山活態 風暖草生心 비가 개니 산은 활기를 띠고 바람 따뜻해 풀이 싹을 틔운다.
景入詩中畫 泉鳴譜外琴 풍경은 시 속에 그림으로 들어오고 냇물은 악보 밖의 거문고 소리 울리네.
路長行不盡 西日破遙岑 길은 길어 가도 가도 다함이 없는데 지는 해는 먼 산봉우리에 깨어지고 있구나.

 

위의 도중(途中)속조천록(續朝天錄)에 수록된 작품이다. 연경에 사신가는 도중, 경물에 촉발된 감흥을 구태여 조탁에 힘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읊조린 것이다. 그러나 시인의 감흥을 회화적으로 드러내고 있을 뿐 아니라 대구 등의 수사적 기교에도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이 잘 드러나고 있다.

 

 

다음은 이수광(李睟光)동헌(東軒)이란 작품이다.

 

檻外池光染綠苔 난간 밖의 못물 빛은 푸른 이끼 물들이고
一簾微雨欲黃梅 주렴 가득 가랑비에 매실이 익으려 하네.
衙居寂寞門長掩 관청이 적막하여 문은 늘 잠겨있고
公退尋常印不開 공무 끝나면 늘상 도장함을 열지 않네.
盧橘香邊山鹿睡 귤나무 향기 가에 산사슴이 잠들고
石榴花下怪禽來 석류꽃 아래에 바다새 찾아오네..
軒窓盡日淸如水 동헌 창문 종일토록 맑기가 물과 같아
輸與騷翁晝夢回 시 짓는 시인에게 낮잠을 보내주네.

 

대동시선(大東詩選)에는 순천동헌(順天東軒)으로 되어 있다. 수련(首聯)황매우(黃梅雨)’와 같은 것은 고인(古人)들에 의하여 흔하게 쓰여온 시어이지만, 이 작품 역시 정치한 수사 기교가 엿보인다. 더욱이 작자는 미련(尾聯)에서 자신이 목민관이란 사실도 잊은 채 스스로 시인임을 자처하고 있어 학자들의 시작(詩作)과는 먼 거리를 느끼게 한다.

 

 

 

 

인용

목차 / 略史

우리 한시 / 서사한시

한시미학 / 고려ㆍ조선

眞詩 / 16~17세기 / 존당파ㆍ존송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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