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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한시사, 조선후기의 황량과 조선시의 자각 - 8. 하대부의 방향과 불평음(변종운) 본문

책/한시(漢詩)

한시사, 조선후기의 황량과 조선시의 자각 - 8. 하대부의 방향과 불평음(변종운)

건방진방랑자 2021. 12. 21.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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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종운(卞鍾運, 1790 정조14~1866 고종3, 朋七, 肅欠齋)은 역관 출신으로 시문에 능하였다. 이유원(李裕元)ㆍ윤정현(尹定鉉)ㆍ김공철(金公轍) 등과 깊은 친분을 맺고, 이들이 사행(使行) 길에 오를 때에는 반드시 수행했다 한다. 이유원은 변종운(卞鍾運)의 시를 가리켜 고상하고 예스러우며 편벽됨을 피했다[高古避僻].”이라 하였고, 이재원은 성정이 발하는 것에 수식의 화려함을 힘쓰지 않았고 음운과 격조는 고상하길 바라지 않아도 스스로 고상했다[性情所發, 不務藻華, 其音韻格調不冀高而自高].”라 하였는데, 이러한 평가는 바로 변종운(卞鍾運)의 시가 대체로 평이하면서도 격조가 높음을 가리킨 것이라 하겠다.

 

그래서 그는 그의 불평음(不平音)을 토로할 때에도 그 분위기는 안온하며 표현기법에 있어서도 완곡함을 잃지 않았다. 다음의 중야문금(中夜聞琴)을 본다.

 

中夜萬籟寂 何人弄淸琴

한 밤 온갖 소리 죽은 듯 고요한데 어떤 사람이 저렇게 거문고를 울리나?

摵摵庭前葉 西風吹古林

우수수 마당 앞에는 잎 떨어지고 서풍은 옛 숲에 부는구나.

幽人聽未半 愀然坐整㯲

은자는 듣기를 반나마도 못한 채 근심스레 앉아 옷깃을 여미네.

寒虫秋自語 豈盡不平音

귀뚜라미는 가을엔 절로 울지만 어찌 불평한 심사를 다 말하겠는가?

皎皎天上月 照人不照心

하늘 위 밝은 달은 사람만 비추고 마음은 비추지 않는구나.

 

오언고시로 된 이 작품은 평이한 표현 속에 절제된 시인의 서정이 녹아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위항인의 불평한 심사를 가을 밤에 우는 귀뚜라미에 의탁하고 있다. 가을이 되면 귀뚜라미는 저절로 우는 것 같지만, 그것만으로 어찌 불평한 심사를 다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이 위항시인(委巷詩人)이 노린 것이다. ‘추연좌정금(愀然坐整㯲)’은 소식의 추연정금위좌(愀然正㯲危坐)’에서 따왔으나, 변종운(卞鍾運)의 시 속에 자연스럽게 들어와 새로운 맛을 만들고 있다.

 

 

한편 변종운(卞鍾運)지기설(知己說)을 펴 지기(知己)의 의미를 지아심(知我心)’으로 푸는 등 지기(知己)를 구하는 시를 많이 남기고 있다. 다음의 시에서 보듯이, 자신의 우울한 심정을 토로하여 신분적 한계를 초월한 이해를 원하였음에도 이것이 불가능한 현실을 한탄하고 있다. 이이의(而已矣)를 보인다.

 

我有數卷書

나에게 몇권의 책이 있건만

恨不同學鄒魯諸君子

공맹(孔孟) 제군자(諸君子)를 배우지 못해 한스럽네.

我有一壺酒

나에게 한 병 술이 있건만

恨不同飮燕趙悲歌士

()과 조() 슬픈 노래 주인공 함께 마시지 못함이 서러워라.

一未能遂平生志

평생의 뜻 하나도 이룬 것 없는데

白髮數莖而已矣

백발만 몇 가닥 났을 뿐이네.

忽然一陣芭蕉葉上雨

홀연히 파초잎에 한바탕 비가 듣더니

胡爲乎滿庭樹木秋聲起

어찌하여 왼 뜰의 나무에 가을 소리 일어나는가?

 

여기서 초성(楚聲)은 나라의 슬픈 노래를 가리키는 것으로 때를 만나지 못한 한을 말한다. 연조비가사(燕趙悲歌士)한유(韓愈)송동소남서(送董邵南序)에 보이는 연조(燕趙)는 옛부터 감개비가지사(感慨悲歌之士)가 많다[燕趙古稱感慨悲歌之士]’에서 온 것이거니와 벼슬에 뜻을 얻지 못하는 선비를 가리킨다. 박윤묵(朴允默)강개격절(慷慨激切)하여 비가격공(悲歌擊筇)의 풍()이 있다[慷慨激切 有悲歌擊筇之風者. 嚴氏三世稿序, 存齋集23]”라 한 것이라든가 최영년(崔永年)초소(楚騷)의 완측(惋側)과 조식(曹植)ㆍ사령운(謝靈運)의 침울(沈鬱)을 방불케 한다[楚騷之惋側, 曹子建謝靈運之沈鬱 四名子詩集, 四名子詩集序].”고 한 것과 정래교(鄭來僑)연조감개지음(燕趙感慨之音)이 있다[議歌詠者, 亦多有燕趙感慨之音也. 完巖集』 「金澤甫萬最墓誌銘]”고 한 비평도 이 때문이다.

 

 

 

 

인용

목차 / 略史

우리 한시 / 서사한시

한시미학 / 고려ㆍ조선

眞詩 / 16~17세기 / 존당파ㆍ존송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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