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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던 도중에 짓다
도중작(途中作)
최치원(崔致遠)
東飄西轉路歧塵 獨策羸驂幾苦辛
不是不知歸去好 只緣歸去又家貧 『孤雲先生文集』 卷之一
해석
東飄西轉路歧塵 동표서전로기진 |
동쪽으로 번쩍 서쪽으로 번쩍 갈림길에서 먼지 날리며 |
獨策羸驂幾苦辛 독책리참기고신 |
홀로 야윈 참마 채찍질 했으니 얼마나 괴로웠던가? |
不是不知歸去好 불시부지귀거호 |
고향으로 돌아감이 좋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나 |
只緣歸去又家貧 지연귀거우가빈 |
다만 버리고 돌아가더라도 또한 집이 가난한 걸. 『孤雲先生文集』 卷之一 |
해설
이 시도 빈공과(賓貢科) 합격 후 율수현위(漂水縣尉)를 지내던 18~23세 사이에 길을 가던 도중에 지은 것이다. 이국(異國)에서의 삶이 고단하기 때문에 그곳을 벗어나게 해준다는 점에서 고향은 소중하다 하겠지만, 돌아갈 고향은 고운(孤雲)에게 완전한 삶의 여건을 보장해 주지 못해, 더 이상 고향이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신라(新羅) 사회 내에서 육두품(六頭品) 계층이 처한 처지가 암시되어 있다. 집이 가난해서 돌아가기 싫다는 것이 아니라 성공하지 못한 상태에서 귀향의 욕망에 굴복하는 것은 곧 꿈의 좌절을 의미하므로, 애써 마음을 추스르고 가문은 일으킨다는 책무에 대한 의지를 반어적(反語的)으로 표현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원주용, 『고려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09년, 29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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