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당나라 성에서 놀면서 선왕의 악관에게 주며
야유당성 증선왕악관(夜遊唐城 贈先王樂官)
최치원(崔致遠)
人事盛還衰 浮生實可悲
인사성환쇠 부생실가비
誰知天上曲 來向海邊吹
수지천상곡 래향해변취
水殿看花處 風囹對月時
수전간화처 풍령대월시
攀髥今已矣 與爾淚雙垂
반염금이의 여이루쌍수
해석
人事盛還衰 浮生實可悲 | 사람 삶이란 융성했다가 다시 쇠퇴하니 뜬 삶이란 참으로 슬프구나. |
誰知天上曲 來向海邊吹 | 누가 알았겠는가? 천상의 곡조를 해변으로 향해 와서야 부르게 될 줄을. |
水殿看花處 風囹對月時 | 물의 궁전에서 꽃을 보던 곳에서, 바람 부는 감옥에서 달을 마주할 때에 불렀는데 |
攀髥今已矣 與爾淚雙垂 | 선왕【반염(攀髥): 황제가 세상을 떠난 것에 대한 애도를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전하는 말에 의하면 황제(黃帝)가 형산(荊山) 아래에서 솥을 주조하였다 한다. 그 솥이 완성되자, 하늘에서 용이 내려와 황제를 태우고 올라갔는데 신하들과 궁인들이 따라서 올라간 자가 70여 명이었고 나머지 용의 몸을 직접 잡지 못한 신하들이 용의 수염을 잡았더니 용의 수염이 뽑혀 떨어지면서 황제의 활도 함께 떨어졌고 백성들은 그 활과 용의 수염을 끌어안고 울부짖었다 한다. 『史記』 卷28 「封禪書」】은 이제 돌아가셨으니 당신과 두 줄기 눈물 드리운다네. |
해설
이 시는 『동문선(東文選)』에 있는 제목에 의하면, 당성(唐城)에 나그네로 놀러 갔더니 선왕(先王) 때 악관(樂官)이 서쪽인 중국으로 돌아가려 하면서, 밤에 두어 곡(曲)을 연주하며 선왕의 은혜를 그리워하며 슬피 울기에, 지어 준 시이다[旅遊唐城, 有先王樂官, 將西歸, 夜吹數曲, 恩悲泣, 以詩贈之].
인간의 일이란 흥망성쇠(興亡盛衰)를 되풀이하는 법이라 뜬구름 같은 우리의 인생은 정말 슬픈 것이다. 임금이 꽃구경하던 연못가의 누각이나 맑은 바람이 불어오는 정자(亭子)의 난간에서 임금이 달을 구경하시던 그때나 불던 곡조를 지금 이 바닷가에서 듣게 될 줄이야. 그런데 그때 모시던 임금은 지금 돌아가셔서 뵐 수 없게 되었으니, 그 슬픔에 내 마음도 슬퍼져 그대와 함께 두 줄기 눈물만 흘리고 있을 뿐이다.
『삼한시귀감(三韓詩龜鑑)』에서는 “천년이 지난 뒤에도 사람의 콧잔등을 시큰하게 한다[千載之下, 使人酸愴].”라고 하고 있다.
원주용, 『고려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09년, 35~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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