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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뀌의 백로
요화백로(蓼花白鷺)
이규보(李奎報)
前灘富魚蝦 有意劈波入
전탄부어하 유의벽파입
見人忽驚起 蓼岸還飛集
견인홀경기 료안환비집
翹頸待人歸 細雨毛衣濕
교경대인귀 세우모의습
心猶在灘魚 人噵忘機立
심유재탄어 인도망기립 『東文選』 卷之四
해석
前灘富魚蝦 有意劈波入 | 앞 여울엔 물고기와 조개가 넉넉해 뜻이 있어 파도 쪼개고 들어가다가 |
見人忽驚起 蓼岸還飛集 | 사람을 보고 갑자기 일어나 날아서 여뀌 언덕으로 돌아와 날아 모이지. |
翹頸待人歸 細雨毛衣濕 | 목을 들고서 사람이 돌아가길 기다리니 이슬비에 깃털 적셔지네. |
心猶在灘魚 人噵忘機立 | 마음은 아직도 여울 물고기에 있는데 사람은 ‘기미를 잊고서 서 있구나’라고 말들 하네. 『東文選』 卷之四 |
해설
이 시는 각월(覺月)이라는 스님이 거처하는 방 안의 족자에 여뀌꽃이 핀 강가에 해오라기가 서 있는 그림을 보고 쓴 제화시(題畵詩)이다.
백로가 여울에 있는 물고기와 새우를 잡아먹으려고 물속으로 뛰어들려고 하는데, 지나가는 사람을 보고 놀라 다시 여뀌 핀 언덕으로 날아와 앉아 있다. 백로는 사람들이 가기를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자니, 보슬비가 내려 깃털이 다 젖었다. 해오라기의 마음도 모른 채 사람들은 ‘저 새가 모든 것을 다 잊고 서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시는 제화시(題畵詩)이기 때문에 정태적(靜態的) 화면만이 존재하는데, 이규보는 동태적(動態的)으로 옮고 있어 시가 생동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김종직(金宗直)은 『청구풍아(靑丘風雅)』에서 “이것은 이른바 탐욕스러운 자가 청렴한 듯이 사는 것을 남들이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이니, 풍자의 뜻이 담겨 있다[此所謂貪夫若廉, 而人不知也, 寓諷意).”라고 평하면서, 해오라기를 청렴을 가장한 탐욕스러운 자를 비유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원주용, 『고려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09년, 188~189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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