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읊조리다
우음(偶吟)
길재(吉再)
竹色春秋堅節義 溪流日夜洗貪婪
心源瑩靜無塵態 從此方知道味甘
五更殘月窓前白 十里松風枕上淸
富貴多勞貧賤苦 隱居滋味與誰評 『冶隱先生言行拾遺』 卷上
해석
竹色春秋堅節義 죽색춘추견절의 |
대나무색은 봄가을로 절의를 견고히 하고 |
溪流日夜洗貪婪 계류일야세탐람 |
시내 흐름은 밤낮으로 탐심을 씻어내네. |
心源瑩靜無塵態 심원형정무진태 |
마음의 근원이 밝고도 고요해 티끌의 자취 없으니 |
從此方知道味甘 종차방지도미감 |
이로부터 곧 도의 맛이 달다는 걸 알겠구나. |
해설
이 작품은 야은(冶隱)이 선산(善山)으로 돌아와 은거하던 시기에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의 대나무나 냇물은 단지 야은(冶隱)이 살고 있는 자연의 공간으로 존재의 의미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적 정신수양의 도구인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염락풍(濂洛風)의 시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인 것이다.
야은(冶隱)이 선산으로 은거한 것에 대한 이야기가 『월정만필(月汀漫筆)』 16번에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야은은 진퇴의 의리를 목은에게 물었다. 목은은 대답하기를 ‘지금 시대에는 제각기 제 뜻대로 행할 뿐이다. 그러나 우리 대신들은 국가와 고락을 같이해야 하므로 떠나버릴 수 없지만, 너는 떠날 수 있다.’ 하였다. 야은은 떠날 것을 결정하고 목은에게 돌아가겠다는 작별 인사를 고하였다. 목은은 그때 장단(長湍) 별장(別莊)에 있었는데, 다음과 같은 시를 써서 주었다. ‘나는 외기러기 까마득히 떠 있구나.’[冶隱問去就之義於牧隱 牧隱曰 當今各行其志 我輩大臣與國同休戚 不可去 爾則可去也 冶隱因定去就 告歸辭於牧隱 牧隱時在長湍別業 贈以詩曰鴻飛一箇在冥冥].”
해석
五更殘月窓前白 오경잔월창전백 |
오경의 새벽에 스러진 달로 창 앞은 밝고 |
十里松風枕上淸 십리송풍침상청 |
십리에 솔바람 불어 베개 위가 맑구나. |
富貴多勞貧賤苦 부귀다로빈천고 |
부귀는 고생이 많고 빈천도 괴로우니 |
隱居滋味與誰評 은거자미여수평 |
은거하는 재미를 누구와 함께 평할꼬? 『冶隱先生言行拾遺』 卷上 |
해설
새벽녘 창 앞에는 흰 달이 떠 있고 십리(十里) 저 멀리에서 불어오는 솔바람은 누워 있는 베갯머리에 시원하게 불어온다. 부귀는 사람을 고생하게 하고 빈천은 사람을 괴롭히니, 모두 버린 은거의 이 참맛을 더불어 논할 사람이 없다
원주용, 『고려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09년, 381~382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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