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의 사우정에서 소나무를 읊다
사우정영송(四友亭詠松)
강희안(姜希顔)
階前偃盖一孤松 枝幹多年老作龍
歲暮風高揩病目 擬看千丈上靑空 『東文選』 卷之二十二
해석
階前偃盖一孤松 계전언개일고송 |
계단 앞에 누운 듯 덮은 듯한 한 외로운 소나무는 |
枝幹多年老作龍 지간다년로작룡 |
가지와 줄기가 여러 해 동안 노쇠해 용처럼 되었네. |
歲暮風高揩病目 세모풍고개병목 |
세밑에 바람 높아져 병든 눈을 비비니 |
擬看千丈上靑空 의간천장상청공 |
의심스레 보건대 천 길이의 푸른 허공에 오르는 듯하네. 『東文選』 卷之二十二 |
해설
이 시는 사우정에 올라 소나무를 보고 노래한 영물시(詠物詩)로, 노송(老松)의 위용(偉容)을 눈앞에서 보는 듯 생동감 있게 잘 묘사한 시이다.
사우정 앞에 한 그루의 소나무가 있는데, 마치 누워 있는 듯 비스듬히 가지와 줄기를 드리우고 있다. 마치 늙은 용이 승천하기 위해 꿈틀거리는 듯하다. 해는 또 저물어 가고 바람이 드센 날 잘 보이지 않는 눈을 비비고서 노송(老松)을 바라보니, 마치 천 길이나 되는 푸른 하늘로 솟아오를 것 같다.
홍만종(洪萬宗)은 이 시에 대해 『소화시평(小華詩評)』 권상 54번에서 “격조가 가장 높다[格調最高].”라는 평을 남기고 있다.
권별(權鼈)의 『해동잡록』에 강희안의 간략한 생평(生平)이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본관은 진주(晉州)이며 자는 경우(景愚)요, 호는 인재(仁齋)인데, 완역재(玩易齋)의 아들이다. 시ㆍ글씨ㆍ그림을 다 잘하였으므로 당시에 삼절(三絶)이라고 일컬었는데, 시는 위응물(韋應物)ㆍ유종원(柳宗元)과 같고, 그림은 유용(劉墉)ㆍ곽희(郭熙, 송나라의 화가)와 같고, 글씨는 왕희지(王羲之)ㆍ조맹부(趙孟頫)를 겸하였다. 세종 때에 과거에 올라 벼슬이 인순부윤(仁順府尹)에 이르렀으며 48세로 세상을 떠났는데, 저작한 『양화록(養花錄)』이 세상에 전한다[晉州人, 字景愚, 號仁齋, 玩易齋之子. 善詩善書善畫, 時稱三絶, 詩似韋柳, 畫似劉郭, 書兼王趙. 我英廟朝登第, 官至仁順府尹, 卒四十八, 所著養花錄行于世.].”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67~68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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