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도(美人圖)
이승소(李承召)
雲鬟嚲鬢綴明璫 坐看芙蓉滿小塘
縱使荷花能解語 爭如傾國倚新粧
畫閣南頭細柳陰 美人相對話春心
一雙鸂鶒花前落 惹起閑愁自不禁
閑來相與鬪圍棋 却被春嬌下子遲
手托香顋無限意 桃花枝上囀鶯兒
金爐香盡睡初醒 坐倚雲屛讀道經
不向芙蓉城裏過 定隨簫鳳上靑冥
天才自是女相如 日引群童課讀書
拈筆欲題詩遣興 薰風池面滿紅蕖
琪樹西風著子新 看書脈脈暗傷神
只緣公子多情思 化作朝雲入夢頻 『三灘先生集』 卷之九
해석
雲鬟嚲鬢綴明璫 운환타빈철명당 |
구름 같은 쪽진머리에 휘늘어진 귀밑머리에 밝은 옥 귀고리 차고서 |
坐看芙蓉滿小塘 좌간부용만소당 |
앉아 작은 연못에 가득한 부용 보네. |
縱使荷花能解語 종사하화능해어 |
가령 연꽃이 말을 이해할 수 있더라도 |
爭如傾國倚新粧 쟁여경국의신장 |
어찌 나라를 기울일 만한 양귀비가 새로 화장한 것만 하겠는가【당나라 현종(玄宗)이 양 귀비(楊貴妃)를 가리켜서 말을 알아듣는 꽃이란 뜻인 ‘해어화(解語花)’라고 한 일이 있으므로 한 말이다. 『說郛』 卷52 上】? |
畫閣南頭細柳陰 화각남두세류음 |
그림 누각의 남쪽 머리에 가는 버들 그림자 지니 |
美人相對話春心 미인상대화춘심 |
미인과 서로 대하며 춘심을 이야기하네. |
一雙鸂鶒花前落 일쌍계칙화전락 |
한 쌍의 비오리[鸂鶒]가 꽃 앞에 내려앉아 |
惹起閑愁自不禁 야기한수자불금 |
한가로운 근심이 야기됨에 스스로 멈추지 못하겠네. |
閑來相與鬪圍棋 한래상여투위기 |
한가해서 서로 함께 바둑으로 다투다 |
却被春嬌下子遲 각피춘교하자지 |
도리어 봄의 아리따움으로 바둑돌 놓기가 늦어지네. |
手托香顋無限意 수탁향시무한의 |
손으로 향기로운 뺨을 만지는 무한한 뜻에 |
桃花枝上囀鶯兒 도화지상전앵아 |
복사꽃 가지 위에 꾀꼬리 새끼 지저귀네. |
金爐香盡睡初醒 금로향진수초성 |
금빛 향로의 향기 다하자 잠이 막 깨어 |
坐倚雲屛讀道經 좌의운병독도경 |
앉아 구름병풍에 기대 『도덕경』을 읽네. |
不向芙蓉城裏過 불향부용성리과 |
부용꽃을 향해 성 속을 지나지 않고 |
定隨簫鳳上靑冥 정수소봉상청명 |
정해진 듯 퉁소 부는 봉황새 따라 하늘에 올라갔네. |
天才自是女相如 천재자시녀상여 |
천부적인 재질은 절로 여상여【여상여(女相如): 한나라 때 사람인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사부(辭賦)를 아주 잘 지었는데, 후세 사람들이 재주가 있어 시문(詩文)을 잘 짓는 여인을 가리켜 여상여라고 불렀다. 수나라 양제(煬帝)가 합환수과(合歡水果)를 오강선(吳絳仙)에게 하사하자, 오강선이 붉은 종이에 시를 써서 올려 사례하니, 양제가 “오강선의 재주는 여상여이다.” 하였다. 『南部煙花記』】라서 |
日引群童課讀書 일인군동과독서 |
날마다 뭇 아이들 끌고서 책 읽기를 부과하는 구나. |
拈筆欲題詩遣興 념필욕제시견흥 |
붓을 잡고 지어 시의 흥을 보내려 하니 |
薰風池面滿紅蕖 훈풍지면만홍거 |
바람이 연못의 겉면에 향내나 붉은 도랑에 가득 하네. |
琪樹西風著子新 기수서풍저자신 |
가을 바람이 기수(琪樹)【기수(琪樹): 신선세계에 있다는 옥 나무이다.】에 부니 새로운 열매가 달려 |
看書脈脈暗傷神 간서맥맥암상신 |
책을 보며 말없으려 해도【맥맥(脉脉): (눈길이나 행동으로) 말없이 은근한 정을 나타내는 모양】 은근히 정신 상하네. |
只緣公子多情思 지연공자다정사 |
다만 공자에 인연 있어 많은 심사로 |
化作朝雲入夢頻 화작조운입몽빈 |
아침 구름으로 변해 자주 꿈에 들어가죠. 『三灘先生集』 卷之九 |
해설
이 시는 신선들이 바둑을 두는 그림을 읊은 제화시(題畵詩)이다.
신선들은 틈이 나면 더불어 바둑을 두는데, 봄이 와서인지 바둑돌을 놓는 것이 더디다. 바둑을 두다 향기로운 뺨을 문지르니 한이 없는 뜻이요, 그 곁에 복숭아꽃 가지 위에서는 꾀꼬리 새끼가 지저귀고 있다.
이승소(李承召)는 성현(成俔)의 「제삼탄집후(題三灘集後)」에 의하면, “공은 문치가 완전히 성대할 때에 시문 짓는 법을 배웠는데, 시문이 다 우섬(優贍)하여 같은 무리보다 매우 뛰어났다. 사가 서거정(徐居正), 괴애 김수온(金守溫), 사숙재 강희맹(姜希孟) 세 노장과 더불어 한때를 나란히 달려, 명성이 서로 상하가 되었다. 여러 장르를 모으고 큰 온전함을 이룬 것과 같음에 이르러서는 모두 공을 으뜸으로 삼았다[公當文治全盛之際, 學爲詩文, 詩文俱優贍, 超出等夷. 與四佳乖崖私淑三大老, 齊驅並駕於一時, 名聲相上下. 至如集衆流而成大全者, 皆以公爲稱首.].”라고 하여, 조선 초기 이름난 시인인 서거정ㆍ김수온ㆍ강희맹과 이승소를 나란히 두고 있다.
허균은 『국조시산』에서 이 시에 대해 “고운 체 속에 조금 저민 고기를 맛본다[艶體中, 稍嘗一臠].” 하여, 저민 고기를 조금만 씹어도 그 전체의 맛을 알 수 있다는 평을 남기고 있다.
또한 『본집(本集)』에는, “시와 문장을 짓는 데는 온순하고 부드러웠으며 빈틈이 없어 사람들로 하여금 전송(傳誦)하여 마지않게 하였다. 사신으로 연경(燕京)에 갔을 때 학사 예겸이 시를 보내 주기를, ‘보내 준 시의 절묘함을 생각할 때마다, 몇 번이나 시권을 열어 봐도 묵은 아직도 향기롭다’ 하였다[爲詩文, 溫淳和潤而無瑕, 令人傳誦不休. 嘗奉使于燕, 倪學士謙贈之以詩云: ‘每念贈行詩妙絶, 幾回開卷墨猶香.’].”라 하여, 문명(文名)이 중국에도 알려졌음을 알 수 있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74~75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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