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조회에
조조(早朝)
이승소(李承召)
東華待漏曙光回 萬戶千門次第開
雙鳳遙瞻扶玉輦 九韶還訝下瑤臺
香煙殿上霏如霧 淸蹕雲間響轉雷
聖代卽今家四海 盡敎殊俗奉琛來 『三灘先生集』 卷之八
해석
東華待漏曙光回 동화대루서광회 |
조정【동화(東): 송(宋)나라 궁성의 동쪽 문 이름인데, 입조(入朝)할 때 이 문을 이용했다.】에서 조회 기다리니【대루(待漏): 누사(漏舍), 대루사(待漏舍), 대루원(待漏院)라고도 한다. 문무백관이 새벽에 모여서 조회를 기다리던 곳이다. 당나라 때 처음 설치되었고, 송나라 때는 재상이 집무하던 곳이기도 하다.】 서광이 일고 |
萬戶千門次第開 만호천문차제개 |
뭇 집들과 뭇 문들이 차례대로 열리네. |
雙鳳遙瞻扶玉輦 쌍봉요첨부옥련 |
두 마리 봉황이 아득히 보며 옥 수레를 부축하고 |
九韶還訝下瑤臺 구소환아하요대 |
구소곡【구소(九韶): 순(舜)임금의 음악명이다.】 다시 맞아 요대【요대(瑤臺): 유융(有娀)의 미녀가 산다는 누대 이름이다.】를 내려오네. |
香煙殿上霏如霧 향연전상비여무 |
향나는 연기는 궁궐 위에 안개처럼 흩뿔리고 |
淸蹕雲間響轉雷 청필운간향전뢰 |
청아한 ‘물렀거라’ 소리가 구름 사이에 우레로 바뀌듯 울리네. |
聖代卽今家四海 성대즉금가사해 |
성스런 시대로 곧 지금의 사해를 한 집안이 되었으니 |
盡敎殊俗奉琛來 진교수속봉침래 |
모두 다른 풍속에게 보배 받치러 오게 하네. 『三灘先生集』 卷之八 |
해설
이 시는 조회 때 일어나는 장면을 노래하면서 임금의 덕을 칭송하고 있어 이승소의 문재(文才)를 느낄 수 있는 시이다.
이승소는 “경연에서 범준(范浚)의 「심잠(心箴)」을 강의하고, 이어 아뢰기를, ‘임금의 마음에 좋아하고 미워함에 치우침이 있으면 좌우 신하들로부터 모든 집사(執事)에 이르기까지 각자 한쪽에 치우침에 말미암아 마음을 맞추려 할 것입니다. 만약 토공(土功)을 좋아하면 토공으로 맞추려 하고, 사냥을 좋아하면 사냥으로 맞추려 하고, 불로(佛老)를 좋아하면 불노로 맞추려 할 것입니다. 임금은 더욱 여기에 마음을 두고 조심하여 조금도 호오(好惡)의 편벽이 없어야 할 것입니다.’ 하였다[於經筵講范浚心箴, 仍啓曰: ‘人君心有好惡之偏, 則自左右至百執事, 各因偏處而中之. 如好土功, 則以土功中之; 如好田獵, 則以田獵中之; 如好佛老, 則以佛老中之. 人君尤當操存此心, 不可少有好惡之偏.’].”라 한 『국조보감(國朝寶鑑)」의 기록대로 임금의 덕뿐만 아니라, 경계해야 할 것도 잊지 않았다.
성현(成俔)의 『용재총화(慵齋叢話)』에 의하면, “사문 이윤인ㆍ이유인 형제가 이현을 지나다가 영천군(孝寧大君의 아들)이 술에 취하여 남루한 옷을 입고 길가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이 보통 사람이라 여기고 말에서 내리지도 않았더니, 영천군이 사람을 시켜 불러오게 하고는 말하기를, ‘너는 왕손(王孫)을 보고도 어찌 예를 하지 않느냐? 너희들은 누구냐?’ 하니, 이유인이, ‘우리는 문사로소이다.’ 하였다. 군이 ‘누구의 방(榜)에 급제하였느냐?’ 하니, 이유인이, ‘우리의 장원(壯元)은 고태정입니다.’ 하니, 군은 침을 뱉으며, ‘강자평의 유이니 너는 속히 물러가라.’ 하고, 윤인에게 묻기를, ‘너는 누구냐?’ 하니, ‘문사올시다.’ 하였다. ‘너는 누구의 방에 급제하였느냐?’ 하니, 대답하기를, ‘우리의 장원은 이승소올시다.’ 하였다. 군이, ‘너는 「백두산부(白頭山賦)」를 아느냐?’ 하니, 이윤인이 외우자, 군은 머리를 조아리며 절하고 보냈다[有斯文李尹仁有仁兄弟過梨峴, 適君因醉微服坐路旁. 二人以爲凡人而不下馬, 君使人招之曰: ‘汝見王孫何不禮焉? 汝是何人?’ 有仁曰: ‘我是文士.’ 君曰: ‘誰人榜登第?” 有仁曰: “吾壯元則高台鼎.’ 君唾涎曰: ‘姜子平之類, 汝可速退.’ 問尹仁曰: ‘汝是何人?’ 答曰: ‘文士也.’ 曰: ‘誰人榜登第?’ 答曰: ‘吾壯元李承召也.’ 君曰: ‘汝知白登山賦乎?’ 尹仁誦之, 君頓首禮拜而送之.].”라는 기록으로 보아, 이승소(李承召)의 시명(詩名)이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76~77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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