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의 상류 양강에서 신라인 화랑의 죽음을 슬퍼하며
양산가(陽山歌)
김종직(金宗直)
金歆運, 柰勿王八世孫, 小遊花郞文努之門. 永徽六年, 太宗武烈王, 以歆運爲郞幢大監, 伐百濟, 營陽山下. 百濟人覺之, 乘夜疾駈, 黎明, 緣壘而入, 我軍驚亂, 飛矢雨集. 歆運橫馬待敵, 從者握轡勸還, 歆運拔釰擊之. 遂與大監穢破少監狀得, 赴賊鬪, 格殺數人而死.
步騎幢主寶用那, 聞歆運死, 嘆曰: “彼骨貴勢榮, 猶守節以死, 况寶用那, 生無益, 死無損乎?” 遂赴敵而死, 時人作「陽山歌」以傷之.
敵國爲封豕 荐食我邊彊
적국위봉시 천식아변강
赳赳花郞徒 報國心靡遑
규규화랑도 보국심미황
荷戈訣妻子 嗽泉啖糗粻
하과결처자 수천담구장
賊人夜劘壘 毅魂飛釰鋩
적인야마루 의혼비일망
回首陽山雲 矗矗虹蜺光
회수양산운 촉촉홍예광
애재사장부 종시북방강
千秋爲鬼䧺 相與歆椒漿
천추위귀䧺 상여흠초장 『佔畢齋集』 卷之三
해석
金歆運, 柰勿王八世孫, 小遊花郞文努之門.
김흠운은 내물왕의 8세손으로 어려서 화랑문노의 문하에 종유했다.
永徽六年, 太宗武烈王, 以歆運爲郞幢大監, 伐百濟, 營陽山下.
영휘(당 고종의 연호로 650~655년을 이름) 6년에 태종무열왕은 김흠운을 낭당대감으로 삼고 백제를 정벌하도록 하니 양산 아래에 진영을 쳤다.
百濟人覺之, 乘夜疾駈, 黎明, 緣壘而入, 我軍驚亂, 飛矢雨集.
백제인들이 그걸 깨닫고 야담을 틈타 잽싸게 몰아서 새벽에 성루를 타고서 들어오니 신라군은 놀라 혼란스러워졌고 나는 화살이 비처럼 쏟아졌다.
歆運橫馬待敵, 從者握轡勸還, 歆運拔釰擊之.
흠운은 말을 비껴 타고 적을 기다리니 종자가 고삐를 쥐고 돌아가길 권하자 김흠운은 칼을 빼들고 그를 쳤다.
遂與大監穢破少監狀得, 赴賊鬪, 格殺數人而死.
마침내 대감 예파와 소감 상득은 적진으로 달려가 싸워 몇 사람을 가격하여 죽였고 자신도 죽었다.
步騎幢主寶用那, 聞歆運死, 嘆曰:
보기당주인 보용나가 흠운의 죽음을 듣고 탄식하며 말했다.
“彼骨貴勢榮, 猶守節以死, 况寶用那, 生無益, 死無損乎?”
“저 사람은 뼈가 귀하고 권세가 영화로운데도 오히려 절개를 지켜서 죽었는데 더군다나 나는 살아도 무익하고 죽어도 손해가 없음에라?”
遂赴敵而死, 時人作「陽山歌」以傷之.
마침내 적진으로 달려가 죽어 당시 사람들이 「양산가」를 지어 그를 슬퍼했다.
敵國爲封豕 荐食我邊彊 | 적국이 큰[封] 돼지가 되어 거듭해서 우리의 변방을 먹네. |
赳赳花郞徒 報國心靡遑 | 용맹하고 용맹한 화랑도는 나라에 갚느라 마음에 겨를이 없네. |
荷戈訣妻子 嗽泉啖糗粻 | 창을 메고 처자와 이별하고 샘물로 양치질하고 마른 밥을 먹었지. |
賊人夜劘壘 毅魂飛釰鋩 | 적들이 밤에 성을 허무니 의젖한 넋들이 칼 끝에 날아가네. |
回首陽山雲 矗矗虹蜺光 | 머리 돌리니 양산의 구름이 우뚝 솟은[矗矗] 무지개 빛 같네. |
哀哉四丈夫 終是北方强 | 애달파라 4명의 장부는 끝내 북방의 강함이 되었으니. |
千秋爲鬼䧺 相與歆椒漿 | 천추에 귀신 영웅이 되어 서로 산초 술【초장(椒漿): 산초(山椒)를 넣은 술을 가리킨 것으로, 모두 미주(美酒)를 의미한다.】로 흠향하네. 『佔畢齋集』 卷之三 |
해설
이 시는 김종직이 30대 초반에 지은 『동도악부(東都樂府)』 7수 가운데 하나로, 화랑도의 의연한 기상을 기리는 과정을 통해 신라의 후예인 영남인의 기상을 과시하고자 한 시이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년, 92쪽
인용
'한시놀이터 > 악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간 - 나홍곡(羅嗔曲)② (0) | 2022.10.28 |
---|---|
성간 - 나홍곡(羅嗔曲)① (0) | 2022.10.28 |
김종직 - 달도가(怛忉歌) (0) | 2021.04.05 |
관동사유감 효악부체 - 1. (0) | 2019.11.28 |
관서악부 - 병서幷序 (0) | 2019.1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