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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습 - 영산가고(詠山家苦) 본문

한시놀이터/조선

김시습 - 영산가고(詠山家苦)

건방진방랑자 2021. 4. 5.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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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 살기의 어려움을 노래하며

영산가고(詠山家苦)

 

김시습(金時習)

 

 

渡水踰岡十里餘 依峯初見小茅廬

叱牛犂響空中落 知是民間種晚畬

 

晡時畏虎掩門扉 至方吪煮蕨薇

縱是深山更深處 戶徭田賦可依違

 

薄田苗長麇豝吃 莠粟登場鳥鼠偸

官稅盡輸無剩費 可堪私債奪耕牛

 

農夫揮汗勤終歲 蠶婦蓬頭苦一春

醉飽輕裘滿城市 相逢盡是自安人

 

長官仁愛猶能喘 幸遇豺狼足可憐

婦戴翁提盈道路 豈遭飢凍不豐年

 

一家十口似同廬 丁壯終無一日居

國役邑徭牽苦務 弱男兒女把春鋤 梅月堂詩集卷之十二

 

 

 

 

해석

渡水踰岡十里餘
도수유강십리여
물 건너고 산등성에 오르길 10리 남짓
依峯初見小茅廬
의봉초견소모려
봉우리에 기대니 막 작은 초가집 보이네.
叱牛犂響空中落
질우리향공중락
소를 꾸짖는 울림이 공중에서 떨어지니
知是民間種晚畬
지시민간종만여
민간에서 느지막이 새밭에 씨뿌리는 걸 알겠네.

 

晡時畏虎掩門扉
포시외호엄문비
저녁 무렵인 3~5[晡時]는 범 무서워 사립문 닫고
方吪煮蕨薇
지묘방와자궐미
아침 5~7[卯時]에 이르러 곧 움직이며 고사리를 끓이네.
縱是深山更深處
종시심산갱심처
만약 깊은 산속이고 다시 깊은 곳이었다면
戶徭田賦可依違
호요전부가의위
집의 부역과 밭세 미룰의위(依違): 결정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모양. 수 있었을지도.

 

薄田苗長麇豝吃
박전묘장균파흘
척박한 밭에 싹 자라지만 고라니와 멧돼지가 먹고
莠粟登場鳥鼠偸
유속등장조서투
가라지와 벼 오른 마당엔 새와 쥐가 훔쳐 먹네.
官稅盡輸無剩費
관세진수무잉비
관아 세금 죄다 내느라 남은 비용 없지만
可堪私債奪耕牛
가감사채탈경우
사적 채무 견디질 못해 밭가는 소까지 빼앗아 가네.

 

農夫揮汗勤終歲
농부휘한근종세
농부는 땀 흘린 채 세상 마치도록 근면하고
蠶婦蓬頭苦一春
잠부봉두고일춘
잠부는 머리도 헝클어진 채 한 봄에 괴로워하네.
醉飽輕裘滿城市
취포경구만성시
취하고 배부르며 가벼운 가죽옷 입은 이 성안에 가득해
相逢盡是自安人
상봉진시자안인
서로 만나는 이들은 절로 편안한 사람들 뿐이네.

 

長官仁愛猶能喘
장관인애유능천
벼슬아치로 인자하고 아끼는 이는 오히려 잠시일 뿐
幸遇豺狼足可憐
행우시랑족가련
불행히 승냥이와 이리 만나니 가련쿠나.
婦戴翁提盈道路
부대옹제영도로
아낙은 이고 노인은 끌어 길에 가득한데
豈遭飢凍不豐年
기조기동불풍년
어째서 굶주리고 동사하게 된 것을 풍년이 아니어서라 하는가?

 

一家十口似同廬
일가십구사동려
한 집에 열 식구가 한 집에 동거하는 듯하지만
丁壯終無一日居
정장종무일일거
장정은 끝내 하루도 거하지 못하네.
國役邑徭牽苦務
국역읍요견고무
나라의 부역과 읍의 요역의 괴로운 근무에 끌려다고
弱男兒女把春鋤
약남아녀파춘서
약한 남자와 아이 계집이라도 봄이면 호미를 잡아야 하네.

 

一年風雨幾勞辛
일년풍우기로신
1년에 바람과 비로 몇 번이나 수고롭고 괴롭지만
租稅輸餘僅入囷
조세수여근입균
조세 바친 나머지만 겨우 곳집[]에 들인다네.
巫請祀神僧勸善
무청사신승권선
무당은 신에게 제사하라 청하고 스님은 시주 권하니
費煩還餒翌年春
비번환뇌익년춘
비용이 번거로워 다시 이듬해 봄까지 굶어야해.

 

幸今遭遇聖明朝
행금조우성명조
다행히 이제 성스럽고 현명한 조정을 만나
慈愛黔黎法帝堯
자애검려법제요
백성에겐 자애롭고 요순을 본받았지만
若喜土功鷹犬玩
약희토공응견완
만약 토목공사만을 기뻐하고 매와 개사냥을 한다면
生民糜敝不相聊
생민미폐불상료
백성들은 문드러지고 피폐해져 서로 의지하지 못하리. 梅月堂詩集卷之十二

 

 

해설

이 시는 유금오록(遊金鰲錄)에 수록된 시로, 산속 집에서 겪는 부역과 조세의 고통을 노래한 것이다.

 

기육(其六)는 한 가구에 열 명의 식구가 같은 집에서 사는 것 같은데 힘이 센 장정들은 하루도 집안일을 돌보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나라의 부역에다 마을의 부역까지 겹쳐 이리저리 끌려다니다 보니 그렇다. 그러니 봄이 와서 농사를 준비해야 하는데, 어린 사내아이나 노인인 남자, 아녀자들만이 호미를 잡고 일을 하고 있을 뿐임을 노래하고 있다.

 

기칠(其七)는 한 해 동안 온갖 비바람을 맞으며 힘들여 농사를 지었지만, 추수를 하고 나서 조세로 바치고 나면 남은 약간의 곡식만을 창고에 보관할 수 있다. 그런데다 무당이 신에게 제사 지내야 한다고 곡식을 청하고, 스님은 시주하라고 하니,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많아 창고에 있는 조금의 곡식만으로는 내년 봄에는 올해처럼 다시 굶게 될지도 모르겠다고 읊고 있다.

 

김시습(金時習)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민생(民生)들의 삶의 모습을 보고 많은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그의 산문인 애민의(愛民義)에서, “서경에 이르기를 백성은 오직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견고하여야 나라가 편안하다.’ 하였으니, 대저 백성들이 추대하고 그것으로 살아간다는 것으로, 비록 임금에게 의지한다 하더라도 임금이 왕위에 올라 부리는 것은 진실로 오직 서민들이다. 민심이 돌아와 붙으면 만세 동안 군주가 될 수 있으나, 민심이 떠나서 흩어지면 하루를 기다리지 않아도 필부가 된다. 군주와 필부의 사이는 약간의 차이가 날 뿐이 아니니, 신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곡물창고와 재물창고는 백성의 몸이요, 의상과 관과 신발은 백성의 가죽이요, 주식과 마실 것과 반찬은 백성의 기름이요, 궁실과 거마는 백성의 힘이요, 공물과 조세와 도구는 백성의 피다. 백성들이 십분의 일을 내어 위를 받드는 것은 천자로 하여금 그 총명함을 써서 나를 다스리게 하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임금은 (백성들이) 음식을 올리면 백성들이 나와 같이 음식을 먹는가를 생각하고, 옷을 바치면 백성들이 나와 같이 옷을 입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바로 궁실에 거처함에 있어서 백성이 편안히 지내는 것을 생각하며, 수레를 모는 데 있어서 백성의 화목한 경사를 생각하게 된다. 그러므로 너의 옷과 너의 음식은 백성의 기름이다.’ 하였다. 평상시에 바치는 것도 불쌍히 여기고 민망히 여길 만한데, 어찌 망령되이 무익한 일을 일으키며, 힘써 노력을 번거롭게 시켜 백성들의 때를 빼앗아 원망과 탄식을 일으키고, 조화로운 기운을 상하게 하여 하늘의 재앙을 부르며 흉년에 절박하게 하며, 사랑하는 어버이와 효성스런 자식들로 하여금 서로 보전할 수 없어 유랑하여 흩어지게 하여 도랑에서 엎어져 죽게 할 수 있겠는가? ! 상고의 성한 때에는 임금과 백성이 하나가 되어 임금의 힘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노래를 짓기를 우리 많은 백성들이 밥을 먹게 함은 그대의 법이 아님이 없네. 알지 못하는 사이에 임금의 법칙에 순종하게 되었네.’라 하였고, 말을 지어 이르기를 해가 나오면 일을 하고 해가 들어가면 쉬는데, 임금의 힘이 나에게 무엇이 있단 말인가?’ 하였다[: “民惟邦本, 本固邦寧大抵民之推戴而以生者, 雖賴於君, 而君之莅御以使者, 實惟民庶. 民心歸附, 則可以萬世而爲君主; 民心離散, 則不待一夕而爲匹夫. 君主匹夫之間, 不啻豪釐之相隔, 可不愼哉. 是故, 倉廩府庫, 民之體也; 衣裳冠履, 民之皮也; 酒食飮膳, 民之膏也; 宮室車馬, 民之力也; 貢賦器用, 民之血也 民出什一以奉乎上者, 欲使元后用其聰明, 以治乎我也. 故人主進膳, 則思民之得食如我乎; 御衣則思民之得衣如我乎. 乃至居宮室而思萬姓之按堵, 御車輿而思萬姓之和慶. 故曰: “爾服爾食, 民膏民脂.” 平常供御, 可矜可憫. 豈可妄作無益, 煩力役, 奪民時, 起怨咨, 傷和氣, 召天災, 迫飢饉, 使慈親孝子, 不能相保, 流離散亡, 使顚仆於溝壑乎? 嗚呼! 上古盛時, 君民一體. 不知帝力, 則爲之謠曰: “粒我蒸民, 莫匪爾極.” 不識不知, 順帝之則, 爲之語則曰: “日出而作, 日入而息, 帝力何有於我哉?].”라고 하여, 애민(愛民)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원주용, 조선시대 한시 읽기, 이담, 2010, 110~112

 

 

인용

작가 이력 및 작품

문학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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