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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시인의 사회 - 1. 전통이란 이름의 폭력 본문

연재/시네필

죽은 시인의 사회 - 1. 전통이란 이름의 폭력

건방진방랑자 2019. 10. 2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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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통이란 이름의 폭력

 

죽은 시인의 사회는 영화보다 책으로 먼저 접했고 독후감을 먼저 썼었다. 그러니 이젠 본격적으로 영화를 본 이야기를 나눌 차례다. 꼭 이렇게 말하고 나니 일에도 순서가 있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전혀 그런 말은 아니다. 단지 나의 경우엔 책을 먼저 읽고 그 감흥으로 영화를 보게 되었기에, 책의 내용이 어떻게 영상으로 구현되었는지 확인하고 싶었고, 그게 어떤 울림을 낳게 되는지 알고 싶었다.

 

 

영화와 소설, 당연히 소설이 감정 표현이나 상황 묘사가 자세하다. 하지만 영화도 충분히 매력적이기에 같이 보면 금상첨화다. 

 

 

 

영화가 소설보다 못하다?

 

소설의 내용을 영화한 경우, 우린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활자로는 세밀한 감정의 표현이나 정황의 묘사가 가능하다. 문자라는 한계는 있지만, 영상으로 표현하는 것보다 더욱 세밀한 것까지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는 활자에 비해 한계가 많다. 더욱이 2시간 분량 안에 그 내용을 우겨넣다보면 줄거리가 토막 나게 마련이다. 그래서 의미 전달도 제대로 안 될 뿐 아니라, 원작의 내용도 망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준익 감독을 좋아하기에, 기대했던 영화였다. 하지만 원작을 잘 담지 못해 실망도 컸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건 소설이란 틀에 맞춰서 생각할 때에만 가능한 비판이다. 영화 자체만 놓고 본다면, 원작과는 다른 감독만의 독특한 해석도 담길 수 있고 다른 작품성도 충분히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여기서는 영화와 소설의 차이를 탐구하기보다 이 영화만이 가진 메시지를 나만의 방식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 영화는 소설의 내용들을 잘 포착하여 영상으로 만들었다. 세밀한 감정 묘사 부분은 대부분 빠졌지만, 그럼에도 소설 한 편이 2시간 분량의 영화에 고스란히 담겨 원작에서 느낀 감흥을 그대로 느끼게 했다. 감독 자신이 직접 쓴 소설이기 때문인지 소설의 내용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고 그와는 별도로 텍스트를 영상화하는 능력이 뛰어났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에겐 소설을 보고 나서 영화를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이미 소설 속에 묘사된 세세한 감정 표현들이 영화 속의 장면과 어울러져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울려 퍼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영화를 보다 보면 영상 안의 인물이 나에게 지금 자신의 감정이 어떻다고 속삭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소설을 먼저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이라 할 수 있다.

 

 

영화도 훌륭했다. 이제 본격적인 영화의 이야기 속으로.

 

 

 

전통이 올가미가 되다

 

영화의 첫 장면은 입학식으로 시작한다. 이 학교의 4가지 교훈은 전통, 명예, 규율, 최고란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구호다. 이 영화의 배경은 1950년대 미국의 웰튼 아카데미라는 학교다. 작은 규모의 학교지만 그 중 75%가 아이비리그(우리나라로 치면 일류대에 해당)에 합격하였단다.

이런 사실만 보더라도 이 학교가 어떤 학교인지 뻔히 알 만하다. 획일적인 목표만을 당연시하고 학부모, 교사가 혼연일체 되어 그런 가치관만을 설파하며 그걸 위해 맹목적으로 질주하게 만드는 학교라는 것을 말이다.

 

 

입학식이 종교의 예식을 뺨칠 정도로 엄숙하다.

 

 

이 학교의 첫째 교훈은 공교롭게도(?) ‘전통이다. 전통을 중시하는 게 왜 문제가 되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분명히 좋은 의미로 전통을 계승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나의 전공인 한문교육과의 교육과정 내용체계에도 한문 기록에 담긴 우리의 전통문화를 바르게 이해하고라고 되어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게 악용될 때 문제가 된다. 과거의 유산이라 하여 모두 다 옳은 건 아니다. 그런데 그 모든 걸 전통사상이라 포장하며 맹목적으로 지키려 한다면 그건 얼마나 큰 잘못일까. 조선시대엔 유학 해설서 중에 주희의 학설이 정설로 굳어졌고 교조화되었다. 그래서 주희의 해석 외에 왕양명의 해석을 받아들인 사람이거나, 전혀 다른 해석을 하는 사람을 사문난적斯文亂賊이란 주홍글씨를 새기고 혹독하게 처벌했다. 그 결과 조선은 조금씩 침몰해갈 수밖에 없었다.

그와 같이 이 학교의 전통이란 것도, ‘학교의 가르침에 고분고분하고 획일적인 목표에 무조건 따르는 것에 다름 아니었던 거다. 거기에 반기라도 드는 학생이 있으면 그는 가차 없이 퇴학을 당하게 된다. 학생을 내쫓아내기 위한 명분으로 사용되는 전통!’, 그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전통이 있는 학교답게, 첫째 교훈도 전통이다. 전통이 나쁜 건 결코 아니다. 그걸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문제다.

 

 

인용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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