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감정에 충실한 화신
토드의 변화는 두 장면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첫 장면은 닐이 자살했다는 사실을 친구들에게 전해들은 뒤에 토드가 반응을 보이는 장면이다.
토드, 감정에 충실한 화신이 되다
당연히 ‘죽은 시인의 사회’ 멤버였던 친구의 죽음을 전해 들었기에 깊은 슬픔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친구들은 슬픔을 절제하며 표현하지 않는데 반해, 토드는 온 몸으로 표현하며 “(닐의) 아버지 때문이야”라고 설움 가득한 목소리로 외치며 눈밭을 뒹군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게 된 이후부터 토드는 어찌 보면 슬픔, 분노, 기쁨 무엇 하나 할 것 없이 가장 잘 표현하는 ‘표현의 달인’이 된 것이다.
▲ 울부짖으며 맘껏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토드.
두 번째 장면은 닐의 자살이 키팅 때문이라고 결론이 났고 키팅이 학교를 떠날 때의 장면이다. 키팅은 정든 교실에서 짐을 챙겨 나가려 하고 학생들은 교장 선생이 진행하는 수업을 듣고 있다. 교장 선생의 억압은 상상 이상이고 원래 수업 중엔 개인적인 말을 할 수 없기에 누구 하나 키팅을 힐끔힐끔 보지만 말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때 토드는 할까 말까 고민 고민을 하다가 결국 일어나 “키팅 선생님! 그들(학교관계자)이 우리더러 (당신이 문제의 원인이다라고) 서명하라고 시킨 거예요!”라고 말하며 억울하게 당한 키팅 선생에게 과감하게 말을 건넨다. 당연히 그걸 보고 있는 교장 선생은 “소리치면 퇴학시켜버리겠다”고 윽박지르며 제지한다.
▲ 키팅을 그냥 보낼 수 없었던 토드는 용기를 내어 말을 한다.
여기까지 한 것만으로도 토드는 엄청난 일을 한 것이다. 감정에 충실했고, 당당히 자신의 말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드는 ‘퇴학’이란 으름장에도 전혀 기가 죽지 않는 ‘감정에 충실한 화신’으로 변해 있었다. 지금 하지 않아 후회를 할 것 같으면, 그걸 미루거나 포기하기보다 당장 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어떤 학생도 나서지 않는데, 토드는 당당히 책상에 올라가 키팅에게 존경의 마음을 담아 “Oh! Captain! My Captain!”이라 명명한다. 토드의 행동이 발단이 되어 『죽은 시인의 사회』의 최고의 명장면이 탄생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는 전혀 교장의 억압에 눌리지 않았고, 처음처럼 주눅 들지 않았으며, ‘지금-현재를 살라’는 카르페디엠의 가르침에 따라 자신의 감정에 충실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 교장의 윽박지름과 협박이 있음에도 토드는 당당히 일어나 외친다.
변화에 빨려 들어가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빚어내는 이야기는, 굳이 교육이란 이름으로 치장하지 않더라도 삶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어떤 사람과 찐하게 마주치고 싶고 그 변화의 장으로 빨려 들어가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럴 때 얼마나 깊숙이 빨려 들어가느냐, 발만 담그다 마느냐 하는 건 개인의 역량에 따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토드는 처음엔 그렇게 빨려 들어가는 자신이 걱정스러워 친구들의 제안을 거부하거나 소극적으로 참여하는 정도에 그쳤을 뿐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점차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됐고, 그 상황들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맘껏 감정을 표현하게 됐다. 바로 그때부터 변화는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빨려 들어가는 것이 두렵지 않게 되었을 때, 그는 진정으로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후기에선 토드의 변화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다음 후기에선 닐과 녹스의 변화를 살펴보도록 하자.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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