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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시네필 다이어리, 매트릭스와 미르치아 엘리아데[‘문턱’을 넘는 순간, 내 안의 신화는 시작된다] - 11. 내 이름은 …… 네오다 본문

책/철학(哲學)

시네필 다이어리, 매트릭스와 미르치아 엘리아데[‘문턱’을 넘는 순간, 내 안의 신화는 시작된다] - 11. 내 이름은 …… 네오다

건방진방랑자 2021. 7. 23.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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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내 이름은 …… 네오다

 

 

대자연은 오류에 대해 근심하지 않는다. 자연은 스스로 이를 수정하며, 이 모든 것들로 인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생각해보지 않는다.

-괴테

 

 

네오는 과연 내 몸이 마음대로 움직일까내심 걱정하지만 모피어스를 구해야 한다는 지상과제 앞에서 모든 두려움을 잊는다. 그는 과연 이런 방법이 통할까를 고민할 틈도 없이 몰려드는 적들의 주먹과 총알을 피해 자신도 모르고 있던 스스로의 잠재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잡생각을 할 틈조차 없이 친구를 살리는 일에 완전히 몰입하기에 생각의 방해를 받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스미스와 트리니티가 매트릭스 바깥으로 무사히 탈출하고 나서도 네오는 끝까지 자신을 추격하는 스미스 일당을 제거하기 위해 천의무봉(天衣無縫)의 무술 실력을 뽐낸다. 어느새 두려움도, 불안도, 미련도 사라진 네오의 눈빛에는 비로소 자기 안의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찾은 자의 무한한 여유가 서린다.

 

 

 

 

스미스와 무시무시한 추격전을 펼치는 네오. 이제는 네오에게서 얼마 전까지 스미스 일당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회사원 토마스 앤더슨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스미스는 네오의 마음속에 남아 있을지도 모를 마지막 두려움을 자극한다. 그를 네오가 아니라 앤더슨으로 부르며, 그의 평범함에 대한 두려움에 호소하는 스미스. 스미스는 자신에게 맞아 비틀거리는 네오를 계속 앤더슨으로 부르며 이죽거린다. “앤더슨, 너 이러다 죽겠다?” 스미스는 네오가 임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네오의 잠재력을 부정한다. 달려오는 열차를 향해 네오의 몸을 내팽개치며 스미스는 싸늘하게 미소 짓는다. “저 소리가 들리나? 피할 수 없는 소리다. 네 죽음의 소리지. 잘 가라, 앤더슨.”

 

 

 

 

그 순간 네오는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일으켜 기차를 피하고 오히려 스미스를 기차 쪽으로 밀어 넣는다. 그리고 그는 절규한다. “내 이름은, 내 이름은 …… 네오다!” 모피어스도 탱크도 트리니티도 모두 네오가 임을 인정했지만 아직 네오는 스스로를 의심하고 있었다. 이제 네오는 자신의 가정 커다란 적수 앞에서 드디어 자신이 바로 임을 믿기 시작한다.

 

네오는 자신이 가 아님을 인정하고 떠난 길 위에서 오히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내가 바로 임을 발견하는 역설적 루트를 밟아 되돌아온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된 고뇌의 통로를 지나자 지금까지 믿어왔던 세계의 앞면과 전혀 다른, 세계의 이면이 나타난 것이다.

 

세상을 향해서는 주고, 자신의 내면 안에서 다시 태어나는 용기. 토마스 앤더슨은 바로 그 용기를 조금씩 키워가는 과정에서 네오가 되고, 파란 약이 아니라 빨간 약을 삼키고, 의심의 터널과 죽음의 터널을 거쳐 마침내 가 되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순간. 매트릭스가 길들인 육체의 감각에서 벗어나는 순간. 그는 이제 단지 날아오는 총알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총알이 달리는 시간총알이 머무는 공간을 사로잡아 스스로를 중력의 법칙에서 해방시켜버린다. 그가 정지시킨총알을 하나하나 떼어내어 땅에 떨어뜨리는 장면. 그것은 네오가 가 되기 위해 마침내 공간과 시간(=인간의 한계)을 쥐락펴락하는 마술적 경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스스로 자신의 책임을, 운명을, 신화를 완전히 긍정하는 희열의 순간에 도달한 것이다.

 

 

세계를 갱신한다는 것은 세계를 성스럽게 만든다거나 원형과 비슷한 형태로 만드는 것을 뜻한다. 때로 이와 같이 다시 성스러운 존재로 만든다는 것은 세계를 천국상태로 회귀시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이것은 전통적인 인간이 풍요롭고 의미 있는 우주 안에서 존재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풍요롭다는 것은 음식물이 풍부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풍부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 우주는 일종의 기호로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우주는 말을 하고’, 자신의 구조와 양식과 리듬을 통해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인간은 그 메시지를 듣고 또는 읽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우주를 일관성 있는 의미체계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 마지막으로, 종교적 인간은 세계의 개혁에 책임이 있음을 자각하게 되었다.

-엘리아데, 최건원·임왕준 역, 메피스토펠레스와 양성인, 문학동네, 2006, 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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