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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시네필 다이어리,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조셉 캠벨[너를 찾으러 가는 길 끝에서 ‘나’를 발견하다] - 8. one-way ticket: 당신은 돌아올 수 없다. 그래도 떠나겠는가? 본문

책/철학(哲學)

시네필 다이어리,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조셉 캠벨[너를 찾으러 가는 길 끝에서 ‘나’를 발견하다] - 8. one-way ticket: 당신은 돌아올 수 없다. 그래도 떠나겠는가?

건방진방랑자 2021. 7. 2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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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one-way ticket: 당신은 돌아올 수 없다. 그래도 떠나겠는가?

 

 

나를 지나면 슬픔의 도시로 가는 길,

나를 지나면 영원한 슬픔에 이르는 길,

나를 지나면 길 잃은 무리 속으로 들어가는 길.

-단테, 지옥편중에서

 

 

원웨이 티켓(편도승차권)이라는 말에는 피할 길을 주지 않는 확실한 방법이라는 뜻이 있다. ‘원웨이 티켓의 지배적인 뉘앙스는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떠나야 하는 절박함이다. 이 단어가 전해주는 피할 수 없는 절박한 느낌과 함께 떠오르는 것은 영웅의 비장미이기도 하다. 영웅의 영웅다움이 완성되는 순간, 그 순간은 그의 능력이 출중해서도 아니고 그의 명예가 하늘을 찔러서도 아니다.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나야만 그의 여정이 완성될 때, 뒤돌아보지 않고 떠날 수 있는 결연함, 아무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는 죽음의 길을 떠나는 초연함. 그것은 언제나 영웅 서사의 비극적 숭고미를 장식하는 화룡점정의 모티브였다. 오물신이 되어버린 강의 신을 정화시켜 그의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의 이름을 잊어 존재의 의미조차 상실한 하쿠()의 운명을 바꾸기까지 한, 10살 소녀 센. 그녀의 신화적 통과의례의 클라이막스도 바로 이 원웨이 티켓의 운명에 가로놓여 있다.

 

 

 

 

하쿠는 일단 진정이 되었지만 좀처럼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다. 가마 할아범은 마법의 상처는 방심해선 안 돼.”라고 귀띔해준다. 잠든 하쿠를 바라보며 할아범은 하쿠의 과거를 회상한다. 베일에 가려졌던 신비의 소년 하쿠의 과거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하쿠도 센처럼 불쑥 나타나선 마법사가 되고 싶댔어. 난 반대했어. 마녀의 제자가 되어봤자 별수 없다고 말이야. 하지만 소용이 없었어. 돌아갈 곳이 없다며 유바바의 제자가 되어버렸어.” 하쿠는 길 잃은 영웅의 위기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존재다. 비범한 능력과 선한 심성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의 나침반을 찾지 못해 존재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는 하쿠. “하쿠는 그러던 중 점점 창백해지고 눈매가 사나워졌어.” 센은 다급하다. 하쿠가 훔쳤다는 이 도장만 돌려주면 하쿠를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이거 돌려주고 올게요. 사과하고 하쿠를 살려달라고 할래요. 제니바가 있는 곳을 가르쳐줘요.”

 

 

 

 

가마 할아범은 불면 날아갈 것 같았던 센의 엄청난 저돌성에 또 한 번 놀란다. 그곳은 사람이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라고, 제니바는 무서운 마녀라고, 그곳과의 왕복 교통이 끊긴 지가 오래라고 설명해준다. 그래도 하쿠를 구해야 한다는 센의 흔들림 없는 눈빛에 가마 할아범은 할 수 없이 주섬주섬 기차표를 찾는다. “가는 건 갈 수 있다만 돌아오는 길이 없.” 이때 린이 들어와 유바바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유바바가 길길이 날뛰면서 널 찾아. 그 통 큰 손님은 알고 보니 요괴였어. 유바바는 네가 그를 끌어들였대. 벌써 세 명이나 집어 삼켜버렸어.”

 

 

 

 

사람이든 물건이든 닥치는 대로 탐욕스레 폭식하던 가오나시는 마침내 거대한 괴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때 가마 할아범은 드디어 제니바의 집 쪽으로 가는 열차표를 찾았다고 전해준다. “40년 전에 쓰고 남은 거야. 늪의 바닥이란 역이야. 여섯 번째 역이야. 예전엔 돌아오는 기차도 있었지만 지금은 가는 기차만 있어. 그래도 가겠느냐?”

 

이것은 신화 속 영웅에게만 해당되는 순간이 아니다. 인생에서 가장 힘겨운 선택을 해야 할 때 우리 안의 잠재된 힘이 자신도 모르게 솟아오르는 순간, 인생에서 치밀하게 계획되지 않았던 거대한 우연에 봉착하는 순간, 한 번도 예상하지 못했던 두려움과 만나는 순간. 그때가 우리의 영혼이 변신의 문턱을 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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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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