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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시네필 다이어리,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조셉 캠벨[너를 찾으러 가는 길 끝에서 ‘나’를 발견하다] - 10. 서로를 위해 목숨을 걸 때 본문

책/철학(哲學)

시네필 다이어리,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조셉 캠벨[너를 찾으러 가는 길 끝에서 ‘나’를 발견하다] - 10. 서로를 위해 목숨을 걸 때

건방진방랑자 2021. 7. 25.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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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서로를 위해 목숨을 걸 때

 

 

방랑하는 시간은 긍정적인 시간이다. 새로운 것도 생각하지 말고, 성취도 생각하지 말고, 하여간 그와 비슷한 것은 절대 생각하지 마라. 그냥 이런 생각만 하라. “내가 어디에 가야 기분이 좋을까? 내가 뭘 해야 행복할까? (……) 룰렛 공은 결코 , 여기 내려앉는 것보다는 차라리 저기 내려앉아야 사람들이 나를 더 좋아할 거야하고 생각하진 않는다. (……) ‘남들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하는 생각을 치워버려야 희열이 온다.

-조셉 캠벨, 박중서 역, 신화와 인생, 갈라파고스, 2009, 99~100.

 

 

신화는, 다함없는 우주의 에너지가 인류의 문화로 발로하는 은밀한 통로라고 말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 놀라운 것은 심원한 창조적 중심을 촉발하고 고무하는 특징적인 영험이 아이들 놀이방의 하찮은 동화에도 들어 있다는 사실이다.

-조셉 캠벨, 이윤기 역, 세계의 영웅신화, 대원사, 1996, 10.

 

 

센이 원웨이 티켓을 들고 떠난 후, 사경을 헤매던 하쿠는 비로소 깨어난다. “하쿠, 정신이 든거냐?” 하쿠는 일어나자마자 센을 찾는다. “어둠 속에서 치히로가 여러 번 절 불렀고 목소릴 따라가다가 깨어보니 여기였어요.” 가마 할아범은 놀란다. “그 애의 진짜 이름이 치히로라구?” 하쿠의 꿈속에서 간절하게 하쿠를 부르던 치히로의 목소리는 곧 미궁을 헤매던 하쿠에게 아리아드네의 실이 되어주었던 것이다. 센이 제니바를 찾아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다는 전언을 들은 하쿠는, 이 모든 저주의 근원인 유바바를 찾아 담판을 지어야겠다고 결심한다.

 

 

 

 

한편 유바바는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온천 경영을 위한 손익분기점을 계산하느라 주판알만 튕기고 있다. “이 정도 금으로 어떻게 적자를 때워? 멍청한 센이 횡재를 날려버렸어.” 하쿠는 돈에 걸신들린 유바바의 모습을 보며 센을 옹호한다. “센 덕분에 목숨을 건진 걸요.” 유바바는 화가 잔뜩 나 있다. “감히 온천을 이 꼴로 만들고 도망을 가? 센은 부모까지 버리고 갔어! 센의 부모를 베이컨이든 햄이든 만들어버려!” 놀란 하쿠는 유바바를 제지한다. 센을 구하기 위해 유바바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하쿠. “기다려요! 소중한 걸 잃고도 아직 모르겠습니까?” 이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눈치 챈 유바바는, 돈 계산하느라 안중에도 없던 수퍼베이비를 애타게 찾기 시작한다. 걷지도 못하던 아기가 실종된 것을 발견하자 유바바는 대경실색(大驚失色)한다. 화려한 장난감과 과도한 장신구로 치장된, 수퍼베이비의 밀폐된 방은 텅 빈 폐허가 되어 있었다.

 

 

 

 

우리 아기를 어디에 숨겼어?” 하쿠는 침착하게 대답한다. “제니바의 집에요.” 유바바는 드디어 이성을 잃고 폭발한다. “제니바?! 못된 마녀 계집이 날 이겼다고 생각하는 거냐?” 유바바는 완벽한 악행의 주모자처럼 보였으나, 그녀의 결점은 의외로 많았다. 자발적으로 센을 따라간 수퍼베이비로 인해, 유바바는 센의 부모를 함부로 베이컨으로 만들지 못하게 된다. 물샐 틈 없는 권력을 장악하고 있던 유바바에게도 이토록 치명적인 틈새가 있다. 타인의 운명을 결정하는 무소불위의 주재자처럼 보이던 유바바도 결국은 더 큰 운명의 그림 가운데 한 조각일 뿐이었다. 유바바는 하쿠에게 질문한다. “네 계획이 뭐냐?” 하쿠는 아기를 두고 협상을 하는 수밖에 없다. “아기를 데리고 올 테니 센과 부모님을 인간세계에 보내줘요.” 유바바는 분노한다. 그러나 이 분노는 두려움에서 나온 것이기에 더 이상 유바바의 카리스마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럼 넌 어떻게 되는 거지? 나한테 찢겨 죽어도 좋다는 말이냐?” 센은 하쿠를 위해 목숨을 걸고, 하쿠는 센을 위해 목숨을 건다. 두 사람 사이에서는 어느새 나의 일남의 일의 구분이 없어져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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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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