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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시네필 다이어리, 쇼생크 탈출과 프리드리히 니체[지상에서 영원으로, 초인의 오디세이] - 4. 강자는 끊임없이 각자 흩어지려 하고 약자는 집요하게 서로 무리 지으려 한다 본문

책/철학(哲學)

시네필 다이어리, 쇼생크 탈출과 프리드리히 니체[지상에서 영원으로, 초인의 오디세이] - 4. 강자는 끊임없이 각자 흩어지려 하고 약자는 집요하게 서로 무리 지으려 한다

건방진방랑자 2021. 7. 25.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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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강자는 끊임없이 각자 흩어지려 하고 약자는 집요하게 서로 무리 지으려 한다

 

 

보그스는 샤워장에서 앤디의 몸을 샅샅이 훑어보며 추파를 던진다. “이봐, 너 아직 싱싱하지? 아직 아무도 안 건드렸지? 우린 모두 친구가 필요해. 네 친구가 돼줄게. 짜식, 좋으면서 내숭 떨기는!” 앤디는 뱀처럼 감겨오는 보그스의 시선을 무심하게 떨쳐낸다. 그러나 사건은 예고 없이 닥쳐왔다. 세탁장에서 노역을 하던 앤디는 가루비누가 떨어졌다는 동료의 말에 묵묵히 창고로 발걸음을 향한다. 창고에는 이미 계획하고 있던 듯 보그스 일당들이 앤디를 노리고 있었다. 그들은 떼 지어 덤벼들어 한 사람을 겁탈하려 한다. 앤디는 가루비누를 움켜쥔 채 이건 눈을 멀게 할 수도 있어.”라고 위협해보지만 사지를 붙들고 늘어지는 여러 명의 건장한 남자를 혼자서 당해낼 수가 없다.

 

 

 

 

보그스는 역겨운 표정으로 앤디의 저항을 즐긴다. “그래, 덤벼봐. 반항하는 게 더 즐거우니까.” 레드의 초연한 듯한 내레이션은 계속 이어진다. “듀프레인이 훌륭한 싸움꾼이어서 무사히 풀려났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정말 그러고 싶지만, 감옥은 동화의 세계가 아닙니다. 듀프레인은 아무 말도 안 했지만 우리 모두는 알 수 있었죠. (……) 종종 듀프레인은 얼굴에 멍 자국이 가득한 채로 나타나곤 했습니다. 때로는 그들을 물리치기도 했지만 때로는 아니었습니다. (……) 처음 2년은 듀프레인에게는 최악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생활이 계속됐다면 듀프레인은 완전히 망가졌을 것입니다.”

 

 

 

 

앤디는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이 고통을 끌어안고 침묵한다. 그는 어떤 무리와도 섞이지 않고 무리 속에서도 홀로 은둔하는 법을 알고 있다. 그는 구원의 손길을 자신의 바깥에서 찾지 않는다. 어떤 패거리의 집단적 폭력도 더럽힐 수 없는 앤디의 투명코트는 과연 이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앤디는 분명 엄청나게 모난 돌이지만 자신에게 날아오는 망치질을 피하지 않는다. 그는 보그스 일당으로부터는 성폭행을 당하고, 감옥의 다른 죄수들로부터는 거만하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한다. 그러나 그는 모난 돌에게 가해지는 망치질을 당하면서도 자기 안의 빛을 잃지 않을 것이다. 그는 감옥의 교화로 인해 온순하게 길들여지지도, 그의 육체를 탐하는 무리의 폭력으로 인해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평가절하하지도 않을 것이다. 강자는 끊임없이 각자 흩어지려 하고 약자는 집요하게 서로 무리 지으려 한다. 니체가 말하는 강자, 혹은 고귀한 자는 자신의 가치를 외부에 의탁하지 않는 자, 어떤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창조하는 자다.

 

 

고귀한 부류의 인간은 스스로를 가치를 결정하는 자라고 느낀다. 그에게는 타인에게 인정받는 것이 필요하지 않다. 그는 나에게 해로운 것은 그 자체로 해로운 것이다라고 판단한다. 그는 대체로 자신을 사물에 처음으로 영예를 부여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 그는 가치를 창조하는 자이다. 그는 자신의 입장에서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존중한다. 이러한 도덕은 자기 예찬이다. 그 전경에는 충만한 감정이 넘쳐흐르고자 하는 힘의 느낌, 고도로 긴장된 행복과 베풀어주고 싶어 하는 부유함의 의식이 있다. 고귀한 인간 역시 불행한 사람을 돕는다. 그러나 거의 동정에서가 아니라, 오히려 넘치는 힘이 낳은 충동에서 돕는다.

-니체, 김정현 역, 선악의 저편, 책세상, 2002, 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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