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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필 다이어리, 쇼생크 탈출과 프리드리히 니체[지상에서 영원으로, 초인의 오디세이] - 6. 모든 곳이 감옥이다, ‘감각의 한계’에 갇혀 있는 한 본문

책/철학(哲學)

시네필 다이어리, 쇼생크 탈출과 프리드리히 니체[지상에서 영원으로, 초인의 오디세이] - 6. 모든 곳이 감옥이다, ‘감각의 한계’에 갇혀 있는 한

건방진방랑자 2021. 7. 25.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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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모든 곳이 감옥이다, ‘감각의 한계에 갇혀 있는 한

 

 

그대처럼 정처 없는 자들은 결국 감옥조차도 행복한 곳으로 여기게 된다. 그대는 일찍이 갇혀 있는 범죄자들이 잠자는 모습을 본 일이 있는가? 그들은 조용히 잠을 잔다. 그들은 그들의 새로운 안전을 즐기는 것이다.

-니체, 정동호 역,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책세상, 2002, 442.

 

 

원룸에서는 숨바꼭질을 할 수 없다. ‘원룸이라는 현대적 공간의 치명적인 단점은, ‘숨을 곳이 없다는 것이다. 사방이 꽉 막힌 공간에 침대와 책상(휴식과 노동)을 한 공간에 몰아넣고, 밥을 먹을 때도, 일을 할 때도, 잠을 잘 때도 한곳에만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 이 밀폐된 동심원적 공간에서는 방 안의 어느 지점에 앉아도 침대와 책상이 동시에 보일 수밖에 없으므로, 어쩔 수 없이 다양한 시점이라는 것이 존재하기 어렵다. 원룸뿐만이 아니다. 하루 종일 디지털 무언족으로 살아가며 한동안 오직 인터넷만으로 세상과 소통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유비쿼터스의 환상이, 우리를 마치 모든 곳에 존재하는 듯한 착시를 선물하지만, 감각이 모니터에 고정되어 있는 한 우리는 스스로 만든 무형의 감옥에 갇힐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감옥은 단지 죄수들만을 위해 고안된 공간이 아니다. 감각의 한계를 고정시키는 한, 경험과 자극으로부터 스스로를 유폐시키는 한, 어디든 쉽게 감옥으로 돌변해버린다.

 

 

 

 

쇼생크 감옥에서 오랫동안 수감 생활을 한 죄수들의 특징은, 아마도 그들이 감옥 바깥에 있을 때보다 오히려 편안해 보인다는 것이다. 감옥에서는 적어도 배를 곯을 일은 없다. 피난민이나 홈리스처럼 잠자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감옥 바깥으로 움직일 수 없다는 부자유만 은근슬쩍 간과하면, 감옥은 어느새 편안한 안식처가 된다. 일자리를 걱정하지도, 또 다시 범죄를 저지를 조바심에 떨지 않아도, 다음 범죄를 위해 머리를 쥐어 짜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들이 진정한 수인(囚人)’이 되는 순간은 단지 육체가 감옥에 갇히는 순간이 아니라, 이렇듯 자신의 가능성을 스스로 닫아버리는 순간, 감옥 안의 제한된 공간에서 나름대로의 만족감을 느끼기 시작할 때다.

 

 

감옥에서. 내 눈이 지금 좋든지 나쁘든지 간에 나는 아주 가까운 거리밖에 보지 못한다. 내가 활동하고 사는 공간은 이렇듯 작은 곳이다. 이 지평선이 크고 작은 직접적인 내 운명을 규정하고, 나는 이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와 같이 모든 존재는 그 자신에게 특유한 하나의 원에 둘러싸여 있으며, 이 원에는 중심이 있다. (……) 그리고 우리는 평균적인 인간의 삶을 척도로 다른 모든 피조물들의 삶을 측정한다. (……) 우리의 감각기관이 갖는 습관으로 인해 우리는 감각의 거짓과 기만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이 감각기관들이 다시 우리의 모든 판단과 인식의 기초가 된다. 이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실제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뒷길로 샛길도 없다! 우리는 자신의 그물 안에 갇혀 있다. 우리들 거미는 이 그물 안에서 무엇을 붙잡든 바로 우리의 그물 안에 걸리는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잡을 수 없다.

-니체, 박찬국 역, 아침놀, 책세상, 2004,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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