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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시네필 다이어리, 쇼생크 탈출과 프리드리히 니체[지상에서 영원으로, 초인의 오디세이] - 3. 그는 우리와 다르다, 그 다름은 무엇일까 본문

책/철학(哲學)

시네필 다이어리, 쇼생크 탈출과 프리드리히 니체[지상에서 영원으로, 초인의 오디세이] - 3. 그는 우리와 다르다, 그 다름은 무엇일까

건방진방랑자 2021. 7. 2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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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는 우리와 다르다, 그 다름은 무엇일까

 

 

니체는 도덕의 계보에서 평균적인, 공동의 체험을 강요하는 것이 지금까지 인간을 길들여온 가장 심각한 폭력이라고 주장한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한국 속담을 듣는다면 아마도 니체는 치를 떨지 않을까. 모난 것이 과연 나쁜 것인가, 은 도대체 누가 내려친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모난 돌이 정 맞는 현실이 옳다는 것인가……. 니체는 아마도 수없는 질문을 퍼부으며 모난 돌을 다른 돌들과 최대한 비슷하게만들기 위해 거대한 망치를 휘두르는 비겁한 권력의 맨 얼굴을 파헤치지 않을까. 니체가 혐오한 약자의 근성은 바로 무리 지어다니며 우리가 표준이야, 우리가 대세야라 외치는 패거리의 행태였다. 강한 자는 무리 지어 다닐 필요가 없다. 강한 자는 자기 안에서 자신의 윤리를 창조해낸다. 결코 타인에게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을 필요가 없는 자, 그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자연스럽게행해도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약자의 무리들은 강한 자의 바로 이런 점을 증오한다. 굳이 타인의 이해를 구하지 않고, 기꺼이 은둔하기를 선택하며, 무리를 두려워하지 않는 강자의 홀로 있음, 그들은 결코 내버려두지 않는다.

 

 

좀 더 유사하고 좀 더 평범한 인간들은 언제나 유리한 입장에 있었으며 지금도 그렇지만, 좀더 선택된 자, 좀더 예민한 자, 좀 더 희귀한 자, 좀 더 이해하기 어려운 자들은 쉽게 고립되기 쉬우며, 따로따로 떨어져 있어 재난을 당하기도 쉽고 거의 번식하지도 못한다. (……) 유사한 것, 일상적인 것, 평균적인 것, 무리적인 것으로 비속한 것으로! 인간을 다시 교육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우리는 거대한 저항력을 불러일으켜야만 한다.

-니체, 김정현 역, 도덕의 계보, 책세상, 291.

 

 

레드(모건 프리먼)를 매혹시킨 앤디(팀 로빈스)의 매력도 바로 그 홀로 있음이었다. 앤디는 좀처럼 타인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고, 말을 해도 두 단어 이상 입을 떼지 않음으로써 어떤 무리에도 속하지 않았다. “앤디 듀프레인은 죄수들과 친하지는 않았습니다. 감옥 생활에 적응하려다 보니 그런 거라 생각했죠. 한 달이 지나자 앤디는 두 단어 이상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말을 건 첫 번째 상대는 바로 저였습니다.” 앤디가 자신을 소개하며 다가오자 레드는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아내를 살해한 은행가시군. 왜 죽였소?” 앤디는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답한다. “난 안 죽였어요.”

 

 

 

 

레드는 코웃음을 치며 말한다. “당신도 똑같군. 여기 있는 죄수 모두 자기는 무죄라고 생각하지.” 레드는 운동장에서 산책하는 죄수 중 한 명을 무작위로 골라 질문한다. “어이, 자네 죄명이 뭐지?” 죄수는 심드렁하게 대답한다. “, 무슨 죄? 무능한 변호사 때문이지.” 앤디는 굳이 변명하지 않고 침묵한다. 레드는 앤디의 심성을 떠보려는 듯이 질문을 이어나간다. “자네, 거만하다고 소문났던데. 자네는 우리들과 수준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거야?” 앤디는 형형한 눈빛으로 레드를 똑바로 바라본다. 그런 식의 질문 자체가 부당하다는 듯이. “당신 생각은 어때요?” 레드는 인정한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 앤디는 물품 공급원 레드에게 아주 작은 돌망치 하나를 구해달라고 부탁한다. 자신은 암석 수집광이었는데, 그 취미를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레드는 뭐든지 구해줄 수는 있지만 흉기는 안 된다고 말한다. 앤디는 여기엔 자신의 이 없다며 그 작은 망치를 흉기로 쓸 일은 없다고 말한다. 레드는 앤디에게 경고한다. “적이 없다고? 두고 보자고. 자네에게 보그스 일당이 호감을 갖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아. 조심해.” 앤디는 순진한 눈빛으로 난 게이가 아니라고 말하면 되죠.”라고 대답한다. 레드는 심각한 표정으로 경고의 강도를 높인다. “저들은 인간도 아니라고. 저들의 머릿속에서는 그 짓밖에 든 것이 없어. 만일 내가 너라면 뒤통수에도 눈을 달고 다닐 거야.” 레드는 절대로 망치를 흉기로 써서는 안 된다는 것, 불시 검열 때 걸리면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일임을 분명히 해둔다. “그런데 당신을 왜 레드라고 부르죠?” 레드는 쓸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내가 아일랜드인이기 때문이 아닐까.” 어쩌면 자신의 인종적 특수성이 자신과 다른 죄수들 간에 거리를 만드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 하지만 레드의 다름은 피부색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에 있다.

 

 

 

 

레드는 단 한 번의 대화만으로, 앤디의 다름을 알아차렸다. 앤디는 거만한 것이 아니라 감옥 생활에 수동적으로 적응하는 죄수들, 자신이 열등한 무리로 전락했음을 인정하는 다른 죄수들과 다른사람일 뿐임을. “왜 사람들이 그를 거만하다고 수군거렸는지를, 저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듀프레인은 말수가 적었습니다. 걸음걸이와 말투도 달랐습니다. 세상사에는 초연한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그는 마치 이 감옥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주는 투명코트를 입은 것 같았습니다. , 그랬습니다. 처음부터 그가 좋았습니다.” 이 감옥의 죄수다움을 만드는 온갖 폭력과 욕설과 굴욕으로부터 앤디를 지켜주는 투명코트를 알아본 것도 레드뿐이었다. 그 투명코트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무리의 도덕으로부터의 자유, 그 어떤 외부적 강제와 타인의 시선에도 휘둘리지 않는 무한한 자유의 에너지가 아니었을까. 앤디 앞에는 이 아름다운 투명코트의 강도를 시험하는 수많은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다. 앤디를 향한 보그스의 끈적끈적한 시선은 그 첫 번째 난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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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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