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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시네필 다이어리, 슈렉과 줄리아 크리스테바[‘바람직한 주체’가 되기 위해 버려야 할 것들] - 5. ‘세균 없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버려지는 타자들 본문

책/철학(哲學)

시네필 다이어리, 슈렉과 줄리아 크리스테바[‘바람직한 주체’가 되기 위해 버려야 할 것들] - 5. ‘세균 없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버려지는 타자들

건방진방랑자 2021. 7. 2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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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세균 없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버려지는 타자들

 

 

내가 그녀이고, 그녀가 나인데, 어떻게 그녀를 증오할 수 있을까? -줄리아 크리스테바

 

 

내 안의 더럽고 역겹고 불쾌한 모든 것들, 그건 내 것이 아니야. 그것들만 사라지면, 난 완벽해질 수 있어. 각종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마초형 남성 파쿼드 영주는 그가 통치하는 완벽한 세상을 망치는 주범으로 동화나라의 주인공들을 지목한다. 파쿼드는 과자인형을 잔인하게 고문하며 동화나라 캐릭터들의 행방을 묻는다. “너와 이상한 요정 생물들이 내 완벽한 세상을 망치고 있다. 다들 어디 갔지?” 의리로 똘똘 뭉친 과자인형은 동화나라 생물들의 행방을 발설하지 않는다. 한편, 백설공주의 계모가 애용하던 말하는 거울을 공수해온 파쿼드는 자신의 미모가 아니라 왕국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싶어 한다.

 

 

 

 

벽에 걸린 거울아, 나의 왕국은 가장 완벽한 왕국이 아닌가?” 거짓말에 서툰 말하는 거울은 대충 얼버무린다. “그게…… 정확히 따지면 당신은 왕이 아닙니다. (손거울을 깨 보이며 협박하는 영주의 행동에 놀라 다급하게) 제 말은 아직왕이 아니라는 겁니다. 영주님도 왕이 될 수 있죠! 공주와 결혼하면 됩니다!” 거울은 공주의 옵션을 제시하며 파쿼드에게 가장 적절한 신붓감을 골라보라고 권한다.

 

 

거울: 공주 1은 먼 나라 왕국에서 정신적 고뇌를 겪고 있죠. 그녀는 스시와 목욕을 좋아합니다. 취미는 사악한 언니들을 위해 요리와 청소를 하는 겁니다. , 신데렐라입니다! (신데렐라의 우아한 자태를 거울로 보여준다) 공주2는 망토를 입은 소녀입니다. 7명의 남자들과 함께 살지만 쉽게 넘어가지는 않습니다. 죽은 듯이 차가운 입술에 키스해주면 됩니다. 보시죠! 백설 공주입니다! (백설공주의 아름다운 얼굴을 클로즈업해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공주3은 용암으로 둘러싸인 성에 갇혀 있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하지는 마십시오. 피냐 콜라다와 비 맞는 걸 좋아합니다. 구출만 하면 되는, 피오나 공주입니다! (드디어 피오나 공주의 매혹적인 표정과 글래머러스한 몸매가 공개되는 순간이다.)

 

 

 

 

영주는 피오나 공주의 참신한 매력에 반해 그녀와 결혼하기로 한다. 피오나가 갇혀 있는 성으로 찾아가 용을 무찌르고 그녀를 구해내는 엄청난 노동은 타인에게 전가하기로 한 채. 마침 슈렉은 파쿼드 영주의 도시 듀록에 도착하여 파쿼드와 담판을 지을 참이다. 슈렉의 눈에 비친 도시 듀록은 엄청나게 깨끗하지만 왠지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동화나라의 생물들이 모두 추방당한 뒤라서 그럴까. 듀록은 사람이 살지 않는 도시처럼 음산하고 허전하기 그지없다. 슈렉과 동키를 맞이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인형이다. “듀록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듀록은 완벽한 곳이랍니다. 마을에서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답니다. 줄을 꼭 지키세요. 듀록은 완벽한 곳이랍니다. 잔디를 밟지 마세요. 신발을 닦으세요. 얼굴을 씻으세요.” 환영한다고 외치면서 잔뜩 금지사항만을 읊어대는 자동인형의 기계적 합창에 슈렉은 정나미가 뚝 떨어진다. 이 도시에는 뭐가 이렇게 안 되는 것’, ‘금지된 것만 많은 것일까. 그런 도시는 과연 행복한 곳일까.

 

 

 

 

파쿼드: (원형 경기장에 모인 엄청난 군중을 향해) 용으로부터 아름다운 피오나 공주를 구출하는 영광을 가질 자는 누군가? 우승자가 실패를 하게 된다면 2등이 도전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3, 4등이 도전한다. 죽는 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희생쯤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군중은 열광하지만 그 열광은 어딘지 가식적이다. 군중의 얼굴에서는 파쿼드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권력에 대한 공포가 서려 있다. 이때 거대한 원형경기장에 갑자기 괴물슈렉이 나타나자 급히 계획을 변경한다. 도전자들끼리 서로 싸워 토너먼트를 할 것이 아니라 오우거를 죽이는 자가 챔피언이 될 것이라고. 몰아치는 적들을 향한 슈렉의 폭풍 액션! 괴물 슈렉의 재치와 파워를 따를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 증명되자 파쿼드는 또 한 번 계획을 바꾼다. 슈렉을 챔피언으로 결정한 것이다. “듀록 시민들이여! 슈렉이 바로 우리들의 챔피언이다! 축하한다, 오우거! 너는 위대한 모험에 나설 영광을 얻었다. 오우거! 날 위해서 이 모험에 나서면 늪을 돌려주겠다.” 늪을 돌려주겠다는 반가운 소식에 슈렉은 이 위험천만한 모험에 나서기로 한다.

 

 

 

 

크리스테바는 사회가 요구하는 바람직한 주체가 되기 위해 우리가 버려야 했던 것들의 잃어버린 가능성을 탐구한다. 그 잃어버린 가능성의 총체를 그녀는 코라(cora)’라고 불렀고, 우리의 바람직한 정체성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역겹고 더럽고 위험한 것들을 버리는 과정을 그녀는 아브젝시옹이라 불렀다. 우리가 괴물이나 도깨비, 사악한 마녀나 끔찍한 요괴에게 공포와 매혹을 느끼는 이유는 바로 이 아브젝시옹때문이 아닐까. 우리가 역겹고 더럽고 위험하다고 믿는 것들 또한 원래 우리 안에 존재하던 것들이었기에 우리도 모르게 그것들을 그리워한 것은 아닐까. 아브젝트는 원래 내 것이었기에 나도 모르게 그립고, 내가 살아남기 위해 몰아낸 타자들이기에 그들에게 죄책감을 느낀다. 원래 내 것이었기에 어딘가 매혹적이고 내가 추방한 것이기에 왠지 두려운 존재, 그것이 바로 아브젝트다.

 

 

아브젝트는 금지된 욕망의 대상이 일어나는 (……) 비객관성, 결여의 장소, 매혹과 증오의 장소이다. (……) 아브젝트는 문화, 신성한것이 정화시키고 분리시키고 추방하는 대상이므로 그 자체를 카타르시스라는 보편적인 논리 가운데 세울 수 있게 된다.

-줄리아 크리스테바, 정신분석과 폴리스, 페미니즘과 문학, 문예출판사, 1990,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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