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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마록후(題天磨錄後)」는 다음과 같다.
卷裏天磨色 依依尙眼開 | 책 속의 천마산색(天磨山色), 아직도 어렴풋이 눈 앞에 있네. |
斯人今已矣 古道日悠哉 | 사람은 가고 없고 고도(古道)는 날로 멀어져 가네. |
細雨靈通寺 斜陽滿月臺 | 가랑비 영통사(靈通寺)에 내리고 석양은 만월대(滿月臺)에 진다. |
死生曾契闊 衰白獨徘徊 | 생과 사는 본래 만날 수 없는 것, 허옇게 된 머리로 홀로 배회하네. |
박은(朴誾)ㆍ이행(李荇)ㆍ남곤(南袞) 등 3인이 개성(開城)에 있는 천마산(天磨山)에서 놀 때 지은 시집(詩集) 『천마록(天磨錄)』을 보면서 1503년 갑자사화(甲子士禍)에 희생된 박은(朴誾)을 그리워한 작품이다. ‘사생계활(死生契闊)’은 물론 『시경(詩經)』 패풍(邶風) 「격고(擊鼓)」의 “사생계활 여자성설(死生契闊 與子成說).”에서 나온 것이지만, 책 속에 담긴 천마산(天磨山)을 두고 이렇게 읊어 낼 수 있는 그의 솜씨는 허균(許筠)의 높은 조감(藻鑑)으로도 찬양할 말을 찾지 못했던 모양이다. 고아(古雅)하면서도 침착(沈着)ㆍ중후(重厚)함을 잃지 않은 이행(李荇)의 시세계는 이 한 편만으로도 알고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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