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청나라에 잡혔다가 조선에 표류한 바다 상인들의 이야기
표상행(漂商行)
최승태(崔承太)
可憐漂海商 九十有五人 | 가련쿠나. 바다에 표류하는 상인 95명. |
自言泉漳客 生少居海濱 | 스스로 말하네. “천주와 장주 1의 나그네로 어려서부터 바닷가에 살았죠. |
每憤中土裂 天步方艱屯 | 매번 중국의 찢어짐 분개하였고 한 나라의 운명이 곧 고난에 시달렸지요. |
販貨充軍儲 徇國不爲貧 | 재화를 벌어 군인의 창고 채우니 나라에 다한 것이지 가난을 위한 건 아니었죠. |
五月辭鄕土 遙向日東垠 | 5월에 고향에서 인사하고 아득히 일본의 가장자리로 향했어요. |
張帆拂烟瘴 捩柁淩波臣 | 펼쳐진 돛은 장기(瘴氣)를 떨쳐버리고 휘두른 키에 파신 2을 두렵게 하죠. |
層飈激陽侯 驚濤噴嶙峋 | 겹겹이 쌓인 태풍이 양후 3를 격동시키니 놀란 파도가 드높이 내뿜어지네. |
日月蕩洶湧 天地入渾淪 | 해와 달은 세찬 용솟음 속에 움직이고 천지는 흐릿함 속에 들어가죠. |
危命寄一葉 萬死喪我神 | 위태로운 목숨 한 잎사귀에 붙어 만 번 죽을 지경에 나의 정신은 아득해지죠. |
浮沉到此境 永擬歸鄕隣 | 떴다 잠겼다 하다가 이 땅에 이르렀으니 길이 고향 이웃에 귀의했다 생각했어요. |
豈料免鯨鯢 復入犬羊倫 | 어찌 헤아렸겠으리오? 고래밥 면하자 다시 오랑캐 무리 4에게 잡혀갈 걸. |
昔日死爲懼 今日生苦辛 | 옛날엔 죽을 게 걱정이었는데 지금은 살아서 괴롭고 힘겹다오. |
蹈海悔不死 苟活恥帝秦 | 바다를 밟았지만 죽지 못함 후회스럽고 구차하게 살아 남아 진나라 황제에 부끄러웠죠. |
人生抵險艱 懷抱向誰陳 | 인생이 험난함과 가난함에 던져져 회포 품었지만 누굴 향해 진술하리오. |
故鄕隔雲海 擧目無六親 | 고향은 운해로 떨어져 있으니 눈을 들어도 친척도 없지요. |
北風吹朔雪 流淚濕行塵 | 북풍에 눈을 불어오니 흐르는 눈물에 날리던 먼지 적시네요.” |
聞此感我心 髮立衝冠巾 | 이것을 듣고 내 마음에 느꺼움이 있어 머리칼 곤두서 망건 닿는 듯했다. |
皇朝三百年 四海同王春 | 명나라 300년에 사해는 하나의 정월을 보냈는데 |
孰非吾兄弟 癢痾皆切身 | 누가 나의 형제가 아니겠는가? 가려움과 아픔 모두 몸에 절실한데 |
况當死生際 豈可徒嚬呻 | 하물며 죽고 사는 즈음에 당해 어찌 다만 찡그리며 읊조리기만 하는가? |
雖非我殺汝 計拙活窮鱗 | 비록 내가 너를 죽인 게 아니지만 곤궁한 그대 5 살리려 해도 계책 졸렬하다네. |
上負神宗恩 下忘經理仁 | 위로는 신종의 은혜를 저버리고 6 아래론 양경리의 어짊 7을 잊었는가? |
楊碑不再讀 媿汗發顔新 | 삼전도비 다시 읽질 못하겠으니, 부끄러움에 땀이 얼굴에 나서 반들거리네.「雪蕉遺稿」 |
인용
- 천장(泉漳): 중국 복건성(福建省) 동남쪽 해안에 있는 항구를 말한다. [본문으로]
- 파신(波臣): 어류의 수중 세계에 군신의 관계가 있는 것으로 상정하여 말한 것이다. 『장자(莊子)』 「외물(外物)」에 "我, 東海之波臣也. 君豈有斗升之水而活我哉"라고 했다. [본문으로]
- 양후(陽侯): 신(海神), 또는 파도신(波濤神)을 말한다. 원래 바다에 인접한 능양국(陵陽國)의 제후였는데, 물에 빠져 죽은 뒤에 큰 파도를 일으켜 사람을 해치는 악귀(惡鬼)가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 온다. 『초사(楚辭)』 九章 哀郢註 [본문으로]
- 견양륜(犬羊倫): 중국의 변방 민족을 얕잡는 말이다. [본문으로]
- 궁린(窮鱗): 위급한 상황에서 구원을 요청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장자(莊子)』 「외물(外物)」에, 수레바퀴로 패인 웅덩이 속에서 헐떡이며 물을 조금이라도 부어 달라고 애원하는 붕어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본문으로]
- 신종은(神宗恩): 명의 13대 황제로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에 구원병을 보내줬다. [본문으로]
- [경리인(經理仁): 정유왜란 때 원군을 거느리고 온 명나라 장수 양호(楊鎬)의 직책이 경리조선군무(經理朝鮮軍務)였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 것이다. [본문으로]
728x90
반응형
그리드형
'한시놀이터 > 서사한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창흡 - 홍의장군가(紅衣將軍歌) (0) | 2021.08.17 |
---|---|
표상행(漂商行) - 해설. 명나라 멸망 시에 표류하던 중국인들 (0) | 2021.08.17 |
김장군응하만(金將軍應河輓) - 해설. 비장하고 숭엄하게 김응하 장군을 그리다 (0) | 2021.08.16 |
송영구 - 김장군응하만(金將軍應河輓) (0) | 2021.08.16 |
사월십오일(四月十五日) - 해설. 임란으로 도륙 당한 동래백성의 통곡소리 (0) | 2021.0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