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시인과 화가 사이에 교유가 맺어지던 현상을 그리다
이 시는 지어진 경위가 복잡한 편이다. 정대부란 시인(정범조)이 먼저 김홍도에게 그림을 그려달라는 의도를 내포한 시를 지었는데 다시 거기에 붙여 쓴 것이 이 시다.
전편이 세 단락으로 나누어지는바,
제1부에서는 정대부가 하필 김홍도의 그림을 요청하는 뜻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의문을 던진다.
다음 제2부에서 화가로서의 김홍도 경력과 수준을 서술하고,
끝의 제3부에서 비로소 정대부가 김홍도의 그림을 갖기 원하는 까닭을 해명하고 있다.
이와 같은 내용 구성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전체를 완전한 서사시로 볼 수는 없다. 주인공 김홍도의 예술가적 형상을 서술한 부분이 일정하게 서사성을 띠고 있는바, 그 형상에 관심이 가는 것이다.
김홍도는 최북과 동시대에 화가로 나란히 활동한 인물이다. 시에서 최북과 김홍도를 비교한 대목은 특히 흥미롭다. 그리고 “매양 어떤 사물을 그림에 마음에 깨침을 얻는 듯[每畫一物心若悟]”이라고 한 구절로, 김홍도가 견지한 예술정신과 도달한 경지를 단적으로 엿보게 한다. ‘마음에 깨침’을 얻은 눈으로 사물을 통찰하여 그리는 그것을 높이 사서, “저 대부 지팡이 짚고 소요하는 모습[放杖行欹側]”을 그려달라고 요망하는 것이다.
동양 전래적으로 시와 회화는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작중에서 김홍도의 회화로 시인 쪽이 경도된 현상을 보였는데, 사실적 경향을 추구하던 시인ㆍ화가 사이에 정신적 교유가 맺어지고 또 그 사이에 새로운 관계 설정도 시작되는 것 같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2권, 창비, 2020년, 427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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