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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부가 김홍도에게 그려달라 애걸한 시에 붙여 쓰며
제정대부걸화김홍도(題丁大夫乞畫金弘道)
신광하(申光河)
君不見 | 그대 보지 못했나? |
丁大夫乞畫歌 | 정대부가 그림을 애걸한 노래를. |
我今一讀空咨嗟 | 내가 지금 한 번 읽어보고 공연히 탄식하네. |
墮馬半年臥客館 | 말에서 떨어져 반년이라 객사에 누웠지만 |
手不釋卷長吟哦 |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길게 읊조리네. |
世上萬事不入心 | 세상의 온갖일 마음에 들지 않는데 |
雖有工畫且奈何 | 비록 화공이 있더라도 또한 어이 할 거나? |
吾聞畫工金弘道 | 내가 들어보니 화공 김홍도는 |
不啻今人古莫過 | 지금 사람뿐 아니라 옛 사람도 넘어서질 못한다지. |
往年奉命東出關 | 지난날 왕명 받들고 동쪽으로 관문을 나가 |
揚鞭走馬隨輕羅 | 채찍 휘두르며 말 달릴 때 가벼운 비단도 따랐다지. |
九郡細縈萬峰矗 | 아홉 고을에 가늘게 얽힌 일만 봉우리 우뚝하고 |
神仙嫋娜空海波 | 신선이 여리여리 드넓은 바다 파도 치네. |
海嶽却在殿中間 | 바다와 산악이 도리어 대궐 속에 있어 |
彩雲句日相盪摩 | 채색 구름이 해를 붙잡아 서로 어지러이 닦아대네. |
立待金門不時召 | 불시에 부르기에 금문 1에 서서 기다리니, |
在家常少在內多 | 집에 있을 때는 항상 적고 내궐에 있을 땐 많다네. |
嗟爾竗年殊遭遇 | 아 너는 젊을 적 특수한 대우 받았으니 |
豈惟絕藝蒙眷顧 | 어찌 오직 뛰어난 재주로 임금의 굄을 입었을꼬? |
吾觀其人貌甚靜 | 내가 보니 이 사람의 모습이 매우 정숙하니 |
每畫一物心若悟 | 매번 한 사물을 그릴 적에 마음이 깨달은 듯했네. |
豈如崔北衆中恣醉罵 | 아마도 예를 들면 최북은 무리 가운데 멋대로 흠씬 취하고서 |
目見曺耦稱獨立 | 눈으로 무리를 보며 ‘홀로 섰다’고 말했고 |
北也窮死畫亦賤 | 최북이 곤궁하여 죽자 그림 또한 값이 떨어졌으니 |
休道物情隨時變 | 사물과 실성이 때에 따라 변한다 말하지 말라. |
內閣供奉三十人 | 내각의 일을 맡은 공봉 30인 중에 |
於今弘道名獨擅 | 이에 김홍도의 이름이 독보적으로 떨쳤네. |
大夫文章震一國 | 정대부의 문장이 한 나라를 흔들어 |
片言落地如黃金白璧 | 한 마디 말도 땅에 떨어지면 황금이나 흰 옥 같아 |
放筆爲歌歌磊落 | 붓을 잡고 노래를 지으니 노래는 활달했다네. |
弘乎弘乎 | 홍도여 홍도여! |
得此畫亦足 | 이 노래 얻었으니 그려도 또한 괜찮으리. |
願君勿畫蟲魚與花葉 | 원컨대 그대는 벌레와 물고기와 꽃과 잎사귀 그리지 말고 |
畫作大夫放杖行欹側 | 대부가 지팡이 놓아두고 흔들흔들 걷는 걸 그려주오. |
早歸去早歸去 | 일찍 돌아가자 일찍 돌아가자. |
掛之鶴灘上之草屋 | 학여울 가의 초가집에 걸어두리라. 『震澤集』 卷9 |
인용
- 금문(金門): 금마문(金馬門)의 준말로, 임금 측근의 문신들이 부름에 대기하고 있는 곳을 가리킨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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