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예인의 활발한 활동과 퇴색해진 과정을 그리다
「추월가」 역시 「달문가」와 마찬가지로 야담이 서사시로 전환된 경우다. 추월은 18세기 중엽 기생 신분에서 여항의 예인으로 성장한 존재였다. 가객 이세춘(李世春), 금객(琴客) 김철석(金哲石) 그리고 같은 기생 계섬(柱蟾)ㆍ매월(梅月) 등과 함께 그룹을 지어 연예활동을 벌였던바, 이네들의 패트런(patron) 격으로 심용(沈鏞) 같은 인물도 있었다. 이들의 활동은 당세에 이름을 날려 야담으로 오르내렸다. 그리하여 「풍류(風流)」(원제 遊浿營風流盛事) 「회상(回想)」(원제 秋娘臨老說故事) 「송실솔(宋蟋蟀)」 같은 주목할 만한 한문단편이 이루어졌다.
「회상(回想)」은 추월이 늘그막에 이르러 자신이 이세춘 등과 함께 연예활동을 벌이던 시절을 회상하는 이야기인데, 지금 이 서사시에는 바로 추월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가 공주지방에서 기생으로 중앙에 선상(選上)이 되어, 노래의 높은 수준에 도달하고 연예활동을 제법 화려하게 펼치다가 사양길로 들어서 은퇴하는 일생이 서술되는 것이다. 「회상」이 주인공의 노경을 작중 현재로 해서 과거 시점의 일화 셋을 나열한 데 비해 추월가는 주인공의 노경을 서사의 정점으로 설정하고 일생을 시간의 순차에 따라 엮는 수법을 쓰고 있다.
이 추월가에서 추월에게 음악의 진수를 지도한 가객이 누군지 밝혀져 있지 않은데, 혹시 이세춘이 아니었던가 한다. 그리고 추월이 사양길로 들게 된 요인을 음악에 대한 세인의 취향이 천박해진 데 있는 것으로 말하였다. 다른 작품에도 이와 비슷한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곳이 있다. 한 시대에 여항의 예인들이 활발하게 등장한 배경과 창조적 활동이 자못 퇴색한 사정은 예술사적으로 주목할 문제점이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2권, 창비, 2020년, 443쪽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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