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활달하게 현장감을 지닌 채 기인한 인물을 그려내다
이 시는 한 예술세계의 기인형의 인물을 형상화한 것이다. 작품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부에서 주인공 장천용(張天慵)을 등장시켜 그의 삶과 행동의 여러 양태를 표출해서 문제적 인물을 직접 대면하도록 하며, 전반부로 와서 그가 추구하는 예술, 곧 그의 창조적 세계를 묘사하는데 그 문면 속에는 그 인간이 들어 있다. “팔목이 잘린대도 부녀자의 고운 자태 / 모란 작약 홍부용 이런 따월 그릴 건가[斷捥不肯畫婦女 與畫牧丹勺藥紅芙蓉].” 그의 칼날 같은 정신이 섬찟 와닿는 것이다. 후반부의 그를 처음 대면하는 자리, “습도 절도 하지 않고 두 다리 뻗고 앉아 / 거듭거듭 하는 말이란 술달라는 소리뿐[不拜不揖箕踞笑 但道乞酒語重重]”은 그 사람을 독자도 함께 만나보는 것 같다.
장천용은 황해도 사람으로 퉁소도 잘 불지만 “그림 팔아 술값으로 충당하는데 / 하루 품 하루 술값으로 날린다[一日但酬一日傭]”라고 했으니 어쨌건 상품적 수요에 응하는 직업화가인 셈이다. 그렇지만 양반 벼슬아치들에게 아첨하기를 거부한 나머지, 저들에게 자기가 알려지는 경우 “노여움이 칼날같이 일어섰다[怒氣勃勃如劍鋒]”라고 한다. 한 창조주체로서의 자기 개성과 자존을 결연히 지키려는 태도를 견지했으며, 그 때문에 그는 기인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작자 정약용이 이 인물을 처음 대면한 것은 곡산부사로 있을 때이다. 정약용은 그 첫인상을 “청풍이 경쾌히 일어난다[淸風洒然吹四座]”라고 고백할 정도로 매력을 느꼈으며, 금방 사귐이 깊어지고 서로 뜻이 통하였던 모양이다. 그에게 받은 첫인상과 경도된 뜻을 지우지 못해 이 「천용자가」를 지었거니와, 산문 양식을 빌려 「장천용전」을 쓰기도 하였다. 창작연대는, 시의 경우 처음 만남을 갖게 된 그해인 정조 22년(1798)이고, 전의 경우는 그 이듬해로 추정된다. 그 이듬해 정약용은 곡산에서 해임되어 서울로 돌아오는데, 그 몇달 후 장천용이 기발한 산수화폭을 들고 찾아온다. 이때 새로 알게 된 그 인간 면모와 사실을 첨가해서 그를 위한 전을 쓴 것 같다. 전은 작자가 그 인물과 대면한 장면들을 중심으로 엮은 반면, 시는 활달하게 보다 다양한 내용을 가지고 그 형상을 부각시키고 있다.
-임형택, 『이조시대 서사시』 2권, 창비, 2020년, 474쪽
1 | 장천용의 기이한 행적 |
2 | 장천용과의 인연 |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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