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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노자와 21세기, 방송문화의 한 전기를 위하여 - 1. 내 생각을 글로 쓴다는 것 본문

고전/노자

노자와 21세기, 방송문화의 한 전기를 위하여 - 1. 내 생각을 글로 쓴다는 것

건방진방랑자 2021. 5. 7.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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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문화의 한 전기를 위하여

 

 

1. 내 생각을 글로 쓴다는 것

 

 

요즈음 내 마음은 백담의 푸른 물처럼 맑다. 세상 일을 다 놓아버려 집착하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환자도 보지 않고, 대학강단에 서지도 않고, 외유(外遊)도 삼가고 오로지 집안구석에 쑤셔박혀 사랑하는 책들을 벗삼아 이리뒹굴 저리 뒹굴, 인간의 생각의 여로(旅路)를 탐색하는 재미로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살 수 있는 삶은 물론 나 자신의 어려운 노력으로 얻은 것이기는 하지만, 하여튼 고맙기 이를 데 없고, 또 송구스러운 느낌도 든다.

 

이렇게 한가로운 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끊임없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것과,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내 자신의 새로운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것이다. 그런데 글로 옮긴다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다.

 

첫째로, 요즈음은 남의 생각을 열심히 나열하는 그런 짓에는 별 취미가 없다. 어릴 때는 그런 과정을 통해 배우기도 하고 생각을 정리도 하는 즐거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참 내 생각이 아니면, 이다지도 정보가 소통되어 있는 세상에, 어디엔가 다 쓰여져 있을 법한 얘기들을 반복하는데 내 정력을 허비할 필요가 있겠느냐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만큼 정직한 내 생각이라는 것은 글로 옮길 수 있을 만큼 모양을 잡기가 어려운 것이다.

 

둘째로, 아무리 내 생각이 모양이 잡혔다 하드래도 그러한 창조적 아이디어를 글로 쓴다 하는 것은 그 나름대로 하나의 거대한 예술품을 완성하는 과정과도 같아 잔손이 많이 가고 그것에만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이 통째로 필요한 것이다. 건물을 하나 잘 지으려해도 그 건물 하나를 짓는 데만 십여년의 세월을 건축가나 공인들이 전념하는 상황은 흔히 있는 일이다. 하물며 철학적 건축물을 하나 짓는데 십여년의 전념할 수 있는 세월이 통째로 필요하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현대인들에게는 이렇게 통째로 철저히 놀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나 역시 겨우 한두 해 놀았는데, 이 정도로는 사상가 내음새를 피우기에는 텍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주머니 사정도 생각 안 할 수 없다. 이상과 현실사이를 오락가락하는 비좁은 삶의 틈새의 비효율성을 한탄하면서, 하염없이 순식간에 흘러가 버리는 시간을 발동동 구르며 안타까워 하자니……

 

 

 

 

인용

목차 / 서향 / 지도

노자 / 노자한비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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