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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노자와 21세기, 방송문화의 한 전기를 위하여 - 3. 테레비의 이중성 본문

고전/노자

노자와 21세기, 방송문화의 한 전기를 위하여 - 3. 테레비의 이중성

건방진방랑자 2021. 5. 7.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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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테레비의 이중성

 

 

해방이후의 우리사회의 본질적으로 부정적인 변화의 상당부분이 우리 삶의 공간으로 테레비라는 괴물이 진입함으로써 생겨난 사태임을 부정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테레비만 생겨나지 않았더라도……. 분명 이 테제는 클레오파트라의 코(Cleopatra's nose)[각주:1]보다도 더 불가능한 전제임이 틀림없지만, 테레비라는 괴물이 산출한 문화의 양태는 현실적인 우리의 삶 그 전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 옛말에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라는 격언이 있다. 막상 잘 생각해 보면 이것은 참 무지막지한 말이다. 맨 손으로 호랑이 굴에 들어가 봐야 호랑이에게 멕힐 것은 뻔한 이치다. 그런데 왜 이런 말이 생겨났을까? 이 속담은 곧, 텔레비전이 인류를 패망시킬 정도로 막강한 힘을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면, 그것을 막는 힘도 테레비 자체로부터 우러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은유하고 있는 말은 아닐까? 테레비의 막강한 힘이 반지성적이고 반도덕적이라고 한다면, 지성과 도덕이 바로 텔레비전라는 호랑이 굴로 진입할 수밖에 없다고 하는 아이러니를 은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진입이 성공하면 테레비는 건강을 되찾고 그 사회 또한 건강을 되찾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텔레비전은 호랑이보다도 더 흉폭한 광란의 위력을 계속 발휘할 것이 틀림

이 없다.

 

사실 테레비는 이미 어떤 물건이나, 소유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실체가 아니다. 그것은 이미 나로부터 객관화되고 타자화될 수 없는 사회. 내가 내가 살고 있는 사회로부터 유리될 수 없듯이, 나 또한 테레비라는 사회로부터 유리될 수 없다. KBSMBC, 이런 괴물들이 이미 어떤 한 개의 권력중심이 소유하고 콘트롤할 수 있는 실체가 아닌 것이다. 그것은 수 없는 관계망에 의하여 얽혀있는 거대한 사회며 그 사회는 곧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모습인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회는 역사를 지니고 있고, 또 그 시간 속에서 자기 동일적 성격의 변화를 수반한다. 사회 즉 관계그물이라고 해서 그것이 손을 댈 수 없는 성역이라든가, 방치될 수밖에 없는 자동기계라는 말은 성립할 수 없다. 그 창조적 변화의 계기는 그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우리자신이 개척해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용

목차

노자

 
  1.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도 세계의 역사는 바뀌었을 지도 모른다(Le nez de Cl'eopatre eut ete plus court, eut change la face du monde)'라고 파스칼이 말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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