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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와 21세기, 방송문화의 한 전기를 위하여 - 6. 고전강의 계획이 좌절된 이유 본문

고전/노자

노자와 21세기, 방송문화의 한 전기를 위하여 - 6. 고전강의 계획이 좌절된 이유

건방진방랑자 2021. 5. 7.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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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고전강의 계획이 좌절된 이유

 

 

나는 82년 가을 기나긴 유학의 여정을 마치고 귀국한 이래, 한국의 방송계와 끊임없는 애증의 관계를 유지해왔다. 국민들의 많은 사람들이 내가 테레비에 많이 나온 사람으로 인식하는 상황에 흔히 부닥치게 되는데, 사실 나는 내 이름의 인지도에 비한다면 테레비에 그 모습을 나타낸 사례가 극소한 인물이다. 정식적인 프로그램에 나간 것이 근 20년 동안 단 두 차례 밖에는 없다. 그 한번이 943, ‘MBC 이야기쇼 만남공부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강의로 2회 나간 사건이고, 또 한번이 97524일부터 6회에 걸쳐 나간, SBS 명의 특강이었다.

 

나는 테레비에 나가기를 싫어하는 그런 성스러운 사람이 아니다. 나는 테레비에 나가기를 좋아한다. 나는 인생을 적극적으로 산다. 많은 것을 체험하고 싶어하고, 내가 가진 것이 있으면 많은 사람에게 나누어주고 싶어한다. 대학에서 4.50명 놓고 강의하는데 피땀 흘리는 정열을 소비하느니, 그 열정과 에너지를 테레비영상을 통해 전 국민과 공유할 수 있다고 한다면 얼마나 기쁠 것인가? 귀국 직후부터 나는 방송사에 나의 고전강의를 꾸준히 건의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나의 이러한 계획은 항상 좌절되었다.

 

그 첫째 이유는, 윗사람들이 보시기에 김용옥은 항상 불안한 데가 있다는 것이다. 말을 너무 직()하게 하여 좀 곤란한 상황을 발생시킬 소지가 항상 있다는 것이다. 이 점, 나도 물론 시인하고 그분들의 걱정 또한 이해가 가는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애에 공통적으로 닥치는 시련의 상황일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문제는 상호대화를 통해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고 표현을 아름답게 다듬음으로써 문제의 소지를 없앨 수도 있는 것이다. 가장 본질적인 이유는, 내가 제안하는 프로그램들의 파격성이나, 기존의 안일한 궤도와의 마찰을 일으킬 수도 있는 새로운 요소들을 수용하기를 두려워하는 관성의 체계에 있는 것이다. 인식의 변화를 수용하기가 두려운 것이다.

 

나는 테레비에 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한국의 테레비 방송사들은 내가 설 자리를 마련해 주질 않았다. 천하의 정위(正位)가 아니면 하지 아니하고, 천하의 광거(廣居)가 아니면 거()하지 아니하고, 천하의 대도(大道)가 아니면 행()하지 아니하는 것[居天下之廣居, 立天下之正位, 行天下之大道 孟子』 「滕文公]은 선비가 지켜야 할 기본약속이다. 뜻을 얻으면 모든 사람과 더불어 도()를 행하고 뜻을 얻지 못하면, 홀로 도()를 행하는 것은 선비의 삶의 기본자세이다[得志, 澤加於民; 不得志, 脩身見於世. 窮則獨善其身, 達則兼善天下 孟子』 「盡心]. 내 어찌 구구이 사람 앞에 서기를 희구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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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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