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평장(孝平章) 제칠(第七)
고문효경이 더 진실하다
공자께서 이상의 여섯 장의 취지를 마무리 하시며 말씀하시었다: “그러므로 천자로부터 서인에 이르기까지, 신체발부를 훼상치 아니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입신행도(立身行道)하여 후세에 양명(揚名)하고 부모님의 이름마저 빛냄으로써 완성되는 효를 실천하지 않고서는 그 화가 몸에 미치지 아니 하는 자, 천지개벽 이래 지금까지 있어본 적이 없다.” 子曰: “故自天子以下, 至于庶人, 孝亡終始而患不及者, 未之有也.” |
‘효평(孝平)’이란 ‘효에 있어서는 만인이 평등하다’는 의미이다. 주희는 여기까지(제7장)를 하나로 뭉뚱그려 『효경』의 경문(經文)으로 삼았다. 그리고 여기 이후는 지금까지의 경문에 대한 전문(傳文)이라는 것이다. 얼핏 그럴싸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주희는 근원적으로 『효경』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했으며 각 장의 독자적 특수성을 깨닫지 못했다. 서글픈 일이다.
금문에는 본 장이 독립되어 있질 않고 제6장인 「서인장」에 융합되어 있다. 따라서 앞에 ‘자왈(子曰)’도 없고, ‘자천자(自天子)’ 밑에 ‘이하(以下)’도 없고, ‘지우서인(至于庶人)’의 ‘우(于)’가 ‘어(於)’로 되어 있다. 주희는 이러한 금문의 모습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금문효경의 정통성을 주장하는 자들은 ‘고(故)’로 시작하는 문장인데 그 앞에 ‘자왈(子曰)’이 있는 것은 이상하며, 그것은 원래 하나로 융합되어 있던 것을 독립시켜 효평장으로 만들면서 ‘자왈’을 삽입시켰다고 주장한다. 원래의 모습이 ‘그러므로[故]’로 연결되는 연속된 하나의 문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금문효경이 고문효경의 원래의 모습을 축약시킨 것일 수밖에 없다고 오히려 나는 주장한다.
우선 우리가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은 선진문헌에서 ‘장(章)’이라는 이름이 편명 그 자체 속에 들어가 있는 것은 유례가 없다. 예를 들면 『논어(論語)』의 「학이」도 그냥 ‘학이’까지만 있는 것이지 그 다음에 ‘편(篇)’이라는 글자가 같이 붙어있는 것은 아니다. ‘편’이라는 것은 모두 후대에 편의상 붙인 것이다. 그런데 『효경』만이 제목에 ‘경(經)’이라는 글자가 붙어있고 모든 분절에 딴 문헌으로 말하면 편에 해당되는 편명에 모조리 ‘장(章)’이라는 글자가 붙어있는 것이다. ‘개종명의장,’ ‘천자장,’ ‘제후장’, … 이런 식으로! 이것은 참으로 유니크한 사례이다.
장(章)이란 무엇인가? 장이란 ‘경(竟)’이란 글자와 동계열의 회의자인데, 본시 악곡에 있어서 가사가 일단락지어지는 것을 말한다. 『설문』에도 ‘장(章)’은 ‘음(音)’의 부류에 소속되어 있으며 ‘음악이 일단락지으면 일 장이 된다[章, 樂竟爲一章].’라고 풀이되어 있고, ‘가사가 그치는 곳이 장이다[歌所止曰章].’라는 주석이 있다. 결국 『효경』의 저자는 매우 의도적으로 『효경』 전체를 하나의 음악으로 보았고, 그 음악이 22장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효경』이 노래처럼 암송되면서 일반백성들의 가슴속에 신바람처럼 울려퍼지기를 바랬던 것이다.
따라서 「개종명의장」에 대하여 「효평장」이라는 일단락의 중간 마무리를 독립시킨 것은 너무도 정당성이 있다. 더구나 ‘효망종시(孝亡終始)’의 해석을 잘못하는 경우가 허다한데, 여기서의 종(終)과 시(始)라는 것은 「개종명의장」에 있는 ‘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立身行道, 揚名於後世, 以顯父母, 孝之終也. 夫孝, 始於事親, 中於事君, 終於立身.’이라는 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명료하게 인식하여야 한다. 따라서 ‘개종명의’에 대하여 ‘효평’이라는 마무리는 너무도 정당한 것이다. 그러므로 ‘공자왈’이 ‘고(故)’ 앞에 있는 것도 너무도 정당하다. 다시 말해서, 여기서의 ‘공자왈’은 ‘이상의 논리를 마무리하여 말씀하시었다’라는 뜻이며, 그 말씀의 내용이 ‘그러므로’라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은 상기의 논지를 이어 다시 말씀하셨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러한 『효경』의 악장의 특수성을 이해못한 자들이 금문에서 압축시켰고, 주희는 그것을 더 과감하게 압축시키려 했던 것이다. 모두가 용렬한 발상이다. 그리고 ‘천자’ 다음에 ‘이하(以下)’가 있는 것도 불필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요즈음 간백문헌의 느낌으로 보아 그러한 연접사들이 많이 나타나는 것이 오히려 고문용례인 것이다. 구어체에 보다 충실함을 반영한다. 이런 맥락에서 세밀하게 검토해본다면 고문효경의 진실성은 별로 의심할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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