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두운 거울을 자주 보는 이유
경설(鏡說)
이규보(李奎報)
居士有鏡一枚, 塵埃侵蝕掩掩, 如月之翳雲, 然朝夕覽觀, 似若飾容貌者.
客見而問曰: “鏡所以鑑形, 不則君子對之, 以取其淸. 今吾子之鏡, 濛如霧如, 旣不可鑑其形, 又無所取其淸. 然吾子尙炤不已, 豈有理乎?”
居士曰: “鏡之明也, 妍者喜之, 醜者忌之. 然妍者少醜者多, 若一見, 必破碎後已, 不若爲塵所昏. 塵之昏, 寧蝕其外, 未喪其淸, 萬一遇妍者而後磨拭之, 亦未晚也.
噫! 古之對鏡, 所以取其淸; 吾之對鏡, 所以取其昏, 子何怪哉.” 客無以對. 『東國李相國全集』 卷第二十一
해석
居士有鏡一枚,
거사가 하나의 거울이 있었는데
塵埃侵蝕掩掩, 如月之翳雲,
먼지가 잔뜩 껴 흐릿하니 마치 달이 구름에 가려진 것 같았지만
然朝夕覽觀, 似若飾容貌者.
아침저녁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마치 용모를 꾸미려는 사람 같았다.
客見而問曰:
나그네가 보고 물었다.
“鏡所以鑑形,
“거울은 형체를 비춰주는 것이고
不則君子對之, 以取其淸.
그게 아니라면 군자는 그것을 대하여 맑음을 취하는 거라네.
今吾子之鏡, 濛如霧如, 旣不可鑑其形,
이제 그대의 거울은 흐려 안개가 낀 듯하니 이미 형체를 비출 수 없고
又無所取其淸.
또한 맑음을 취할 것도 없지.
然吾子尙炤不已, 豈有理乎?”
그러나 그대는 오히려 비춰보길 그치지 않으니 어떠한 이치가 있는가?”
居士曰: “鏡之明也, 妍者喜之, 醜者忌之.
거사가 말했다. “거울이 밝다면 예쁜 사람은 좋아하고 못 생긴 사람은 꺼릴 것이네.
然妍者少醜者多, 若一見,
그러나 예쁜 사람은 적고 못 생긴 사람은 많으니, 만약 한 번 본다면,
必破碎後已, 不若爲塵所昏.
반드시 깨버린 후에야 멈추리니, 먼지로 어둡게 하는 것만 못하다네.
塵之昏, 寧蝕其外, 未喪其淸,
먼지로 어두워짐은 차라리 외부는 더럽혀졌을지라도 맑음을 잃은 건 아니니,
萬一遇妍者而後磨拭之, 亦未晚也.
만일 예쁜 사람을 만난 후에 닦아도 또한 늦지 않지.
噫! 古之對鏡, 所以取其淸;
아! 옛적엔 거울을 대할 때 맑음을 취했었는데,
吾之對鏡, 所以取其昏, 子何怪哉.”
나는 거울을 대할 때 어둠을 취하니 자네는 무엇이 이상한가.”
客無以對. 『東國李相國全集』 卷第二十一
나그네는 대답이 없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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