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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당 용맹정진
대웅전 뒤로 산허리에 높게 자리잡은, 웅장한 세 부처님을 모셔놓은 별당이 있었는데(그 전각의 이름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실상 당시에 별당은 대웅전보다도 더 고취가 풍기고 더 웅장하고 더 아름다웠습니다. 그런데 당시 이 별당에는 드나드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 별당이야말로 나의 전유물이 되고 말았죠. 매일 청소를 하고, 하루종일 시간이 나는 대로 앉아 용맹정진을 했습니다. 쌍가부좌를 틀다가, 반가부좌를 번갈아 틀다가, 일어나서 걷다가 하면서 하루종일 좌선을 했지요. 스님들에게 좌선하는 방법을 배웠지요. 좌선의 당면한 목적은 일단 사유를 없애버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해주더군요. 콧구멍에 장미꽃잎을 대어도 그것이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숨을 내쉬고 들이마셔라! 그리고 숨쉬는 것을 카운트해라! 하나 둘 셋 넷 다섯! 그렇게 숨 쉬는데 모든 정신을 집중하니까 정말 놀라운 일이 일어나더군요. 정말 사유가 안 돼요. 느리게 숨 쉬는 것에 의식을 집중하면 생각이 안 돌아가요. 아니 정말 생각이 사라져요. 그리고 모든 신체적 기능이 다운되는 것 같아요. 하여튼 초보자에게 제일 좋은 것은 숨을 느리게 카운트하는 것이었습니다.
‘변소깐 용맹정진’은 완벽한 혜(慧)의 세계였고, ‘별당 용맹정진’은 완벽한 정(定)의 세계였습니다. 아무도 가르쳐주질 않았는데 나의 광덕사 스님생활은 ‘정혜쌍수(定慧雙修)’가 적막한 대자연 호두나무향기 속에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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