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함이 없음의 복이여, 위대하여라!
무위복승분(無爲福勝分)
11-1.
“수보리야! 갠지스강에 가득찬 모래알의 수만큼, 이 모래만큼의 갠지스강들이 또 있다고 하자! 네 뜻에 어떠하뇨? 이 모든 갠지강들에 가득찬 모래는 참으로 많다 하지 않겠느냐?”
“須菩堤! 如恒河中所有沙數, 如是沙等恒河! 於意云何? 是諸恒河沙寧爲多不?”
“수보리! 여항하중소유사수, 여시사등항하! 어의운하? 시제항하사녕위다불?”
내가 너무도 사랑하는 분(分)이다. 인도인들의 프라이드와 시적 정취가 너무도 잘 표현된 아름다운 분이다. 인도의 고문명(古文明)은 하라파(Harappa), 모헨죠다로(Mohenjodaro) 등의 유적지에서 보여지는 하라판문명(Harappan Civilization)으로부터 출발하였다. 이것을 포함하여 인더스강 계곡 전체문명을 가리켜 인더스계곡문명(Indus Valley Civilization)이라고도 총칭한다(BC 3300∼BC 1300). 그러니까 지금 파키스탄의 펀잡(Punjab)지역이다. 이 하라판문명은 아리안들이 중앙아시아에서 하향 이동하기 이전의 토착적인 농경문화였고, 그들의 언어는 아리안어가 아닌 드라비다어군(Dravidian languages)에 속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문명은 기원전 1750년경 급속히 쇠락했다. 대홍수의 흔적도 있고, 대침공의 흔적도 있으나 이것이 반드시 아리안족의 침략으로 인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키가 크고, 말 잘 타고, 얼굴이 허옇고, 술 잘 먹고, 노래 잘 부르는, 호전적이고 거친 사람들, 이들은 산스크리트어라는 특유의 언어를 가지고 있었다. 이들 아리안은 하라판문명의 쇠락과 더불어 이 지역에 정착하면서 토착문명을 흡수해갔다. 이들은 베다문학을 만들었고, 브라만계급을 형성했고, 지배계급으로서 카스트제도를 정착화시켰다.
그리고 이들은 인더스강 유역의 문명에서 점차 동진을 시작했고 서서히 그 문명의 센터를 갠지스강 유역으로 옮겼다. 붓다시대에는 모든 문명이 갠지스강 유역에 밀집되어 있었다. 갠지스강이야말로 그들 삶의 모든 상징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우리민족에게 있어서 "한강‘처럼, 이 갠지스강의 비유는 암암리 그러한 역사적 배경과 인도인들의 한과 낭만을 짙게 깔고 있는 것이다. 인간 붓다의 생애도 갠지스강의 한 모래알처럼 그 역사의 홍류(洪流) 속에 쓸려 지나갔을 것이다.
여기 ‘여항하중소유사수(如恒河中所有沙數)’의 구문에서 ‘소유(所有)’가 『대정(大正)』본에는 ‘소소(所所)’로 되어 있다. 해인사본의 ‘소유(所有)’가 맞는 것으로 생각된다. 『오가해설의(五家解說誼)』본, 세조본도 다 ‘소유(所有)’로 되어 있다. ‘소소(所所)’는 ‘처처(處處)’와 같은 의미로, ‘곳곳에’의 뜻이며 ‘모든’의 뜻으로 새길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식자상의 오류일 것이다. 해인사판본이야말로 모든 본의 근원이 됨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의 ‘불(不)’은 여태까지 모두 ‘그렇지 아니한가’로 새겼으나, 사실 이것은 한문에 있어 의문형을 만드는 방식의 문장패턴일 뿐이므로, 그것을 따로 새기지 않고 그냥 의문형으로 번역하면 그 뜻이 정확히 반영되는 것이다. 문의의 흐름에 따라 때때로 그냥 의문형으로 하고 이를 따로 번역하지 아니한다.
11-2.
수보리가 사뢰었다: “참으로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모든 갠지스강만이라도 너무 많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거늘, 하물며 그 모래 수이겠습니까?”
須菩堤言: “甚多. 世尊! 但諸恒河尙多無數, 何況其沙?”
수보리언: “심다. 세존! 단제항하상다무수, 하황기사?”
11-3.
“수보리야! 내 지금 너에게 진실한 말로 이르노니,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여기 있어, 칠보로써 그 모든 갠지스강의 모래 수만큼의 삼천대천세계를 채워 보시한다고 한다면, 복을 얻음이 많겠느냐?”
“須菩堤! 我今實言告汝. 若有善男子善女人, 以七寶滿爾所恒河沙數三千大千世界, 利用布施, 得福多不?”
“수보리! 아금실언고여. 약유선남자선녀인, 이칠보만이소항하사수삼천대천세계, 이용보시, 득복다불?”
‘아금실언고여(我今實言告汝)’는 여태까지 없었던 표현인데, 산스크리트 원문에 ‘내가 너에게 이른다. 수보리야! 너 잘 듣거라(너는 가슴에 꼭 명기銘記하거라. 티베트본本)’로 되어 있는 것을 축약한 것이다. 그 뜻을 ‘내 지금 너에게 진실한 말로 이르노니’로 축약한 것이다. 그러니까 ‘실언(實言)’이라는 말 속에는 ‘잘 명심하라’는 간곡한 권면이 숨어있는 것이다.
11-4.
수보리가 사뢰었다: “정말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須菩堤言: “甚多. 世尊!”
수보리언: “심다. 세존!”
11-5.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이르시되: “만약 선남자 선여인이 이 경 가운데서, 사구게 등을 받아 지니게 되어, 그것을 딴 사람들에게 잘 설명해 준다면, 이 복덕은 앞서 칠보의 복덕보다 더 크리라.”
佛告須菩堤: “若善男子善女人, 於此經中, 乃至受持四句偈等, 爲他人說, 而此福德勝前福德.”
불고수보리: “약선남자선녀인, 어차경중, 내지수지사구게등, 위타인설, 이차복덕승전복덕.”
인도인들의 과장법의 표현과 그 진실한 내용이 잘 조화되어 있다. 과연 우리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 돈은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금강경』은 칠보의 공덕을 결코 천시하거나 낮잡아보거나 무시하지 않는다. 그것도 ‘심다(甚多)’한 것이다. 인간의 경제적 삶은 인간존재의 기본이다. 그러나 우리 삶의 가치는 그것을 넘어서는 곳에 있다. 집에 금은보화를 채워놓는 것이 중요한가? 진리의 말씀 한 구절이라도 참으로 터득하는 것이 중요한가? 이 땅의 젊은이들이여! 깊게 생각하고 또 깊게 생각할지니.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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