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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반야심경에 미치다, 2장 한국불교의 흐름과 그 본질적 성격 - 천자문 돈오와 불교와 한학, 그리고 해석학적 방법론 본문

고전/불경

스무살 반야심경에 미치다, 2장 한국불교의 흐름과 그 본질적 성격 - 천자문 돈오와 불교와 한학, 그리고 해석학적 방법론

건방진방랑자 2021. 7. 12.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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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문 돈오와 불교와 한학, 그리고 해석학적 방법론

 

 

사실 경허라는 인간에게 있어서 이 순간이야말로 스님의 거창한 오도송(悟道頌)보다 더 위대한 깨달음의 순간이었습니다. 성철당이 말하는 돈오돈수(頓悟頓修)보다 더 돈()한 개안의 순간이었죠. 어린 경허는 박 처사라는 사람 밑에서 체계적으로 문자수업을 받게 됩니다. 박 처사는 당대 조선유학의 정통을 잇는 대학자였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경허라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만남은 이 유학자와의 만남이었을 겁니다. 경허는 이 박 처사 밑에서 사서삼경은 물론 사기한서후한서, 그리고 노자장자등의 도가경전까지 다 배우게 됩니다. 경허가 짧은 시간에 이것을 다 통달했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그가 청계사에 머문 것은 5년 가량이다) 어린 시절에 이러한 유경(儒經)이 있다는 것을 알고, 제대로 된 스승 밑에서 배웠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자산이 되는 거죠.

 

우리나라 스님들의 대체적인 특징이 체계적 지식을 무시한다는 겁니다. 학식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니라, 학문의 기초적 방법론에 접할 기회가 너무 없었던 사람들이라는 것이죠. 스님들은 자신의 무지를 알음알이를 갖지 말라는 등의 막연한 소리로 가려버립니다. 우리나라 스님들 중에는 물론 공부를 많이 한 스님도 적지 않아요. 외국 가서 박사를 땄다 하고 국내에서도 유수한 대학을 나온 사람이 많아요. 그러나 내가 말하는 지식의 무시는 이런 학식과 관련이 없어요. 학식을 가져도 학식을 얻게 되는 과정, 그 엄밀한 방법론에 관한 것이죠.

 

한자로 쓰여졌다고 해서 그것이 다 한문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 학식이 높다는 스님들도 그들의 불경에 대한 지식이 매우 기초적인 어휘나 문법, 다시 말해서 신택스(syntax, 문자)나 세멘틱스(semantics, 의미)적인 분석능력을 근원적으로 결()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다시 말해서 사전 하나, 출전 하나를 제대로 찾을 줄을 모르는 것이죠.

 

불경이 아무리 한자로 쓰여졌다고 해도, 그것이 한문인 이상, 그것은 엄연한 한학의 소양 위에서만 구성될 수 있는 의미체계인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한학의 에이비씨를 모르고서는 결코 불경의 에이비씨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것이죠. 한학의 에이비씨를 안다는 것은 한문, 즉 고전중국어(Classical Chinese)의 기초어휘를 형성하고 있는 경전들을 달통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사서삼경, 더 본격적으로는 십삼경 전체에 대한 폭넓은 지식이 없이는, 불가적 내용을 표현한다 할지라도 제대로 된 한문의 능력을 구사할 길이 없습니다. 정통한학의 길을 걸어온 사람들의 눈에는 스님들의 지식이라고 하는 것이 정말 초라하게 보일 수도 있어요. 참 딱한 일이죠. 다시 말해서 기초가 빈곤해서 생겨나는 현상들이죠.

 

 

 

 

인용

목차

반야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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