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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반야심경에 미치다, 2장 한국불교의 흐름과 그 본질적 성격 - 49재 고사 본문

고전/불경

스무살 반야심경에 미치다, 2장 한국불교의 흐름과 그 본질적 성격 - 49재 고사

건방진방랑자 2021. 7. 12.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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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재 고사

 

 

18835월경이었습니다. 5월은 보릿고개라 하여 일년중 밥을 먹기가 가장 어려웠던 시절이었습니다. 나의 부인의 친할머니가 의주사람이었는데 당시 실제로 보릿고개를 초근목피를 삶아먹고 넘겼다고 했습니다. 그 정황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초근목피 먹고 대변보는 것이 애기 낳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고 하는 소리를 내가 직접 들었습니다. 당시 민중들은 산나물로 죽을 쑤어 연명하기가 다반사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절마당에 사람들이 가득 모여있는 것이었습니다. 경허는 사미승을 불러 그 연유를 물었지요.

 

뭔 일이 있기에 이렇게 사람들이 꼬여드는고?”

 

모르고 계셨습니까? 오늘 법당에서 큰 제사가 있습니다. 읍내에서 제일가는 갑부 강 부자댁 아버지 49재가 있는 날이지요.”

 

“49재를 올리는데 사람들이 왜 몰린단 말이냐?”

 

아이 스님두, 큰 제사가 벌어진다는 소문이 인근에 퍼졌으니, 제사 지낸 후 혹 제사떡이나 얻어먹을 수 있을까 해서 몰려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경하는 그 길로 바로 법당으로 올라갔습니다. 부잣집 제사상답게 떡과 과일이 엄청 푸짐하게 잘 차려져 있었고 그 법당 문앞에는 굶주림에 지쳐 누렇게 뜬 얼굴들이 마른 침만 꿀꺽꿀꺽 삼키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주지스님 태허는 경허를 들어오라 하여 같이 재를 올리자고 했습니다. 이때 경허는 바구니를 들고 들어가 제사상에 있는 떡과 과일을 몽땅 남김없이 바구니에 쏟아 부었습니다. 너무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아무도 손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경허는 바구니에 쓸어담은 과일과 떡을 재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마을사람들과 아이들에게 모조리 나누어주었습니다.

 

세상에 이 무슨 미친 짓인고! 아버지 제사상을 망치다니!”

 

강 부자는 노발대발 경허의 멱살을 잡을 듯이 달려들었습니다. 이때

경허는 준엄하게 외칩니다.

 

제주는 들으시오. 도대체 49재는 누구를 위해 올리려 했던 것입니까?”

 

허허, 그것도 모르고 훼방을 놨는가? 우리 아버님 49재란 말이오. 우리 선친!”

 

경허는 차분하고 권위 있는 우람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바로 그렇소이다. 돌아가신 아버님 망자께서는 49일 동안 중유(中有)를 떠돌다가 오늘 바로 이 순간 시왕님 앞에서 심사를 받습니다. 귀한 생명을 죽이지는 않았는가? 남의 재물을 훔치지는 않았는가?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나눠주었는가? 배고픈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었는가? 어르신께서 생전에 그런 공덕을 많이 쌓으셨는지는 모르겠으되 삼악도(三惡道, 지옥도ㆍ아귀도ㆍ축생도)에 떨어지지 아니 하고 극락왕생케 해달라고 자손이 비는 제사를, 굶주린 사람들이 마른 침을 삼키고 있는 그 앞에서 올릴 수는 없는 일, 살아서 못다한 보시공덕, 이제라도 베풀고 제사를 올리는 것이 아버님을 위한 도리가 아니겠습니까?”

 

 

 

 

인용

목차

반야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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