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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반야심경에 미치다, 2장 한국불교의 흐름과 그 본질적 성격 - 마조와 은봉 본문

고전/불경

스무살 반야심경에 미치다, 2장 한국불교의 흐름과 그 본질적 성격 - 마조와 은봉

건방진방랑자 2021. 7. 13.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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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조와 은봉

 

 

지앙시(江西)의 어느 절, 비탈길, 어느 젊은 스님이 손수레를 끌고 있었습니다. 그 비좁은 비탈길 아래 켠에 거대한 체구의 노장 조실스님이 다리를 뻗고 오수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젊은 스님은 수레를 몰고가면서 황망히 외쳤습니다.

 

스님! 스님! 수레가 내려갑니다. 비키세요! 뻗은 다리를 오므리시라구요[청사수족請師收足]!”

 

조실스님이 눈을 번뜩 뜨면서 말했습니다.

 

야 이놈이! 한번 뻗은 다리는 안 오무려[이전불축已展不縮].”

 

그러자 젊은 스님이 외칩니다.

 

한번 구른 수레는 빠꾸가 없습니다[이진불퇴己進不退].”

 

아뿔싸! 굴러가는 수레바퀴는 조실스님의 발목을 깔아뭉개고 말았습니다. 딱 부러진 발목을 질질 끌고 법당에 들어간 조실스님, 거대한 황소 같은 체구에 호랑이 같은 눈을 부라리며 씩씩 대며 나오는 손에 날카로운 칼날이 번뜩이는 큰 도끼가 쥐어져 있었습니다. 바라가 울리고 대웅전 앞 뜨락에 대소 스님들이 총집결, 엄숙히 대열을 정돈했습니다.

 

아까 어떤 놈이냐? 이 노승의 다리 위로 수레를 굴려 발목을 부러뜨린 놈이! 나와!”

 

이때 젊은 스님, 조금도 기개를 굽히지 않고 늠름하게 뚜벅뚜벅 걸어나와 조실스님 앞에 무릎 꿇고 가사를 제낍니다. 그리고 목을 푸른 도끼칼날 앞에 쑤욱 내밀었습니다.

 

그러자 그 긴장이 감도는 순간, 노승의 얼굴엔 인자한 화색이 만면, 도끼를 내려놓았습니다(이상은 내 책, 話頭, 혜능과 세익스피어pp.119~120을 참고할 것).

 

뭔가 명진의 이야기와 좀 통하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도대체 이들은 뭔 지랄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요기 조실스님은 바로 중국선종사의 거봉 마조도일(馬祖道一, 709~788, 남악회양南嶽懷讓의 제자. 마조의 제자 중 한 사람이 남전南泉이고 남전의 제자가 그 유명한 조주趙州이다)을 가리킵니다. 젊은 스님은 오대산(五臺山) 은봉(隱峰), 마조의 139인 입실 제자 중의 한 명이죠. 마조는 퍽 너그러운 선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은봉의 객끼를 인가해준 셈이니까요.

 

 

 성철 큰 스님이 명진 스님의 행자 시절에 직접 찍어준 사진.

 

 

인용

목차

반야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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