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이 지혜의 완성을 이야기하다
『반야심경(般若心經)』의 첫머리는 ‘관자재보살’로써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반야심경(般若心經)』 전체의 주어가 관세음보살이라는 뜻입니다. 부처님이 설한 설법의 내용이 아니라는 뜻이죠.
부처님의 말씀이 아닌 후대에 등장한 보살의 말씀으로 지고의 경전이 성립했다? 이것이 바로 대승경전의 특징입니다. 더군다나 관세음보살이 법을 설한 대상이 누군지 아십니까? 바로 사리불이죠! 사리자가 누구입니까? 사리자는 바라문 계급의 출신으로서 왕사성 부근의 우파텃사(Upatissa)라는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목건련과 함께 부처님께 귀의한 얘기는 유명하지요. 하여튼 그는 지혜가 뛰어나 부처님을 대신하여 설법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신임이 두터운 인물이었죠. 부처님의 실자(實子)인 라훌라의 후견인 노릇도 했습니다. 지혜제일의 제자로서 불10대제자 중 한 사람이지요.
그러니까 성문(聲聞) 중의 성문이지요. 그런데 그러한 지혜제일의 사리자가 『심경』에서는 마치 어린 행자처럼 관세음보살로부터 지혜에 관한 말씀을 듣고 있습니다. 보살이 성문을 가르친다! 이것이 바로 대승의 정신이지요. 해인사 성철 방장이 올라가는 연화대 위에 평범한 재가신도 여성이 올라앉아 해인사강원 비구대중들에게 설법한다! 실제로 1ㆍ2세기 인도 차이띠야에서는 이런 광경이 보통 있는 광경이었습니다.
그러나 『금강경』만 해도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부처님입니다. 부처님이 기수급고독원에서 비구들 천이백오십 명과 함께 있을 때 장로 수보리(사위성의 기원정사를 기진奇進한 대부호 수달須達의 조카. 무쟁론주자無諍論住者제일. 공양제일)가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땅에 엎드려 질문합니다. 그리고 부처님께서 직접 말합니다.
“뭇 보살과 마하살들이 반드시 이와 같이 그 마음을 항복 받을지어다 ……”
그러니까 주제는 ‘보살’의 문제일지라도 형식은 고경(古經)의 관례를 따른 것이죠. 그러니까 『심경』」이 『금강경』보다는 훨씬 후대에 성립한, 더 래디칼(radical)한 대승정신을 나타낸 경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품에 보면, 실은 『반야심경』 조차도 부처님과 사리불(Śāriputra) 사이에서 일어난 교감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왕사성의 영취산에서 비구의 대승단과 보살의 대승단과 같이 세존께서 체재하고 계실 때, 사리자가 반야바라밀다에 관해 세존께 여쭙고자 했었습니다. 그런데 세존은 그때 ‘심원한 깨달음’의 삼매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사리불에게 얘기할 상태가 아니었던 것이죠. 붓다의 삼매경을 깰 수도 없는 노릇, 그때 관세음보살이 대타로 등장하여 사리자에게 지혜의 완성(반야바라밀다)에 관해 이야기하게 되는 것입니다.
‘관세음보살’은 그 여성적 이미지와 함께 우리 주변에 그 모습이 널려져 있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피하겠습니다. 석굴암의 벽면에 릴리프로 새겨진 관세음보살의 모습은 실로 아름답기 그지없지요 (나의 책,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제3권 pp.606~7을 볼 것). 관세음보살은 대승불교와 더불어 태어난 캐릭터이며 AD 1세기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관세음보살상이 최초로 만들어진 것은 쿠샨왕조시대(1세기 중엽에서 3세기 중엽까지) 간다라지방에서였습니다. 불타 본존과 양협시로 관세음보살과 미륵보살이 같이 조각된 것도 있고, 관세음보살만 독자적으로 조각한 입상(立像)도 많습니다. 이 관세음보살은 철저히 대승운동의 ‘하화중생(下化衆生)’의 정신하에서 탄생된 것입니다. 자비와 구제의 심볼로서 태어난 것이죠.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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