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견, 도, 일체고액, 오온
다음 ‘조견(照見)’이라는 말도 ‘비추어 안다’ ‘총체적인 우주의 통찰, 즉 전관(全觀)에 도달한다’는 뜻이지요. 무엇을 조견하는가? 조견의 내용 역시 우주론적 통찰입니다. 오온(五蘊)이 모두 공(空)하다는 것을 통찰한다는 뜻이지요. 그렇게 되면 일체의 고액(苦厄, 고와 액, 고통과 재액)을 극복하게 된다.
‘도일체고액(度一切苦厄)’이라는 문구는 어느 산스크리트어 원본에도 없습니다. 그러나 현장(玄奘)의 역문에는 처음부터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현장이 한어의 문맥에 따라 첨가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도(度)”’ 일체고액을 넘어간다, 그러니까 극복한다는 뜻이지요. 그러나 거꾸로 현장이 본 산스크리트 원본에는 이 구절이 있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현존하는 산스크리트본이 모두 후대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심경』을 이해하기 위하여 가장 먼저 알아야 할 테크니칼 팀(technical term)이 바로 ‘오온’이라는 것입니다. ‘빤차 스칸다(pañcaskandha)’를 말하는데 ‘다섯 가지의 집적태’라는 뜻입니다. 한자의 ‘온(蘊)’도 ‘쌓였다’, ‘축적되었다’, ‘모여 이루어진다’ 등등의 뜻이 있습니다. 라집이 이것을 ‘오음(五陰)’이라 번역했는데 좋지 않은 번역이죠. 물론 ‘음(陰)’도 ‘온’의 뜻으로 썼을 것입니다. 우리는 ‘온축(蘊蓄)’이니, ‘온결(蘊結)’이니, ‘온합(蘊合)’이니 하는 말을 쓰지요.
오온(五蘊)이란 이 다섯 가지 집적태로써 우주의 일체 존재가 구성되어 있다고 보는 우주관을 나타냅니다. 초기불교의 핵심이론이지요.
1) 색(色) 2) 수(受) 3) 상(想) 4) 행(行) 5) 식(識)
이 중에서 색(色, rūpa)은 물질적 요소를 총칭합니다. 공간을 점유하는 연장태, 그 모든 것을 가리키지요. 지수화풍(地水火風)의 4요소로 구성된 우리의 육체도 루빠입니다. 한문상으로도 좋은 번역이지요. 색깔이 있는 것은 곧 빛을 반사하는 물체이므로 색(色)이 곧 물질(matter)을 대변한 것입니다.
5온 중에서 색온을 제거하면 나머지 4온은 모두 정신적인 것이지요. 수온(受蘊, vedanā)이라는 것은 눈으로 색을 본다든가, 귀로 소리를 듣는다든가 하는 감각기관의 감각작용(perception)을 의미합니다. 상온(想蘊, saṃjñā)은 보통 ‘표상작용(representation)’이라 번역하는데, 역시 한문의 뜻대로 ‘생각한다’로 해석하면 족합니다. 보고들은 것을 가지고 생각한다는 뜻이지요. 행온(行蘊)은 ‘saṃskāra’의 번역인데 ‘saṃ’은 ‘~을 가지고’의 뜻이고 ‘kāra’는 작위(作爲)의 뜻이 있습니다. 행한다는 뜻이지요. 의지적으로 동작을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의지작용(volition)이라 말하기도 하지요. 식온(識蘊, vijñāna)은 ‘vi(분별하여) + jña(안다)’는 뜻인데 판단력을 갖춘 우리의 의식작용을 말합니다.
사실 매우 어렵게 해설이 되어 있지만 실상 알고 보면 한자의 뜻 그대로 생각하는 것이 제일 간단하지요. 수(受)는 감각작용입니다. 느끼는 것이지요. 상(想)은 느낀 것을 조합하여 생각하는 것이죠. 행(行)은 생각한 것을 소재로 해서 행동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행(行)이 축적되면서 판단력과 기억력을 갖춘 우리의 의식(識)의 장이 형성되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색 → 수 → 상 → 행 → 식은 저차원의 물질이 고차원의 의식에까지 진화되는 조합과정을 나타내는 것입니다(여기서 말하는 ‘조합formative process’은 화이트헤드의 철학에서는 ‘Prchension’, ‘Concrescence 등의 말에 해당). 그런데 이 모든 단계는 독립적인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것은 조합현상이므로 그 자체로 독자적인 아이덴티티(실체성)를 갖지 않습니다. 그것은 단지 ’과정(Process)‘일 뿐이지요.
오온(五蘊) pañca skandha |
물질세계 material world |
색(色) rūpa |
물질 matter |
의식작용 mental function |
수(受) vedanā |
감수작용 percep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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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想) samjñā |
표상작용 representa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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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行) saṃskāra |
의지작용 volit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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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識) vijñāna |
인식작용 consciousness |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