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율과 지혜의 길항성
자아! 이제 앞에서 말한 ‘6바라밀’ 얘기로 돌아가 봅시다. 보시ㆍ지계ㆍ인욕ㆍ정진ㆍ선정ㆍ지혜에 다 바라밀이 붙지만(보시바라밀, 지계바
라밀…… 이런 식으로) 실제로 ‘완성’을 의미하는 ‘바라밀’이라는 것은 보시ㆍ지계ㆍ인욕ㆍ정진ㆍ선정 5덕목에는 붙을 수가 없습니다. 앞의 5덕목은 오직 ‘지혜의 완성’을 통해서만 바라밀의 자격을 얻습니다. 그러니까 ‘6바라밀’이라고 하지만 지혜바라밀은 여타 덕목과 차원이 다른 것이죠. 여기에 나는 여러분께 “계율과 지혜의 길항성” 이라는 인간 보편의 테마를 제시하려 합니다.
대승은 비구ㆍ비구니집단이 아닙니다. 오늘날 해인사ㆍ송광사 등의 절간에 출가하는 자들에게는 대승을 운운하기 어렵습니다. 그들은 소승집단이 되어버린 것이죠. 소승이라고 꼭 나쁠 게 없어요. 그들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으니까요.
그런 이전의 250개나 되는 초기불교 승가계율이라는 것은(실제로 그보다 적을 수도, 더 많을 수도 있다) 그 특징이 재가자와 출가자를 엄격히 구분하는 데서 출발하는 계율이었어요. 그러니까 그러한 계율은 기본적으로 비사회적ㆍ출세간적 소극적 계율이었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러한 계율은 보살에게는 맞지 않아요. 보살은 우선 재가자와 출가자의 구분이 없었고 활동이 대중과 더불어 이루어지는 것이죠. 그러니까 대승의 계율은 사회 속에서 이루어지는 삶에 관한 것이 되어야만 합니다. 그러니까 보살의 계율은 사회적ㆍ세간적 계행(戒行)에 관한 것이 되어야만 합니다.
이 사회적ㆍ세간적인 적극적 계행이 바로 ‘6바라밀’로 결정화(結晶化) 된 것이죠. 꼭 6개만 있겠어요? 처음에는 4바라밀, 10바라밀, 다른 덕목의 6바라밀 등 다양한 것이 있었다 해요. 그 외로도 초기대승 교도들이 지켜야 할 ‘십선업도(十善業道)’라는 것이 6바라밀과 더불어 중요한 계율로서 인식되었다고 합니다. 살생(殺生), 투도(偸盜), 사음(邪淫), 망어(妄語), 양설(兩舌), 악구(惡口), 기어(綺語), 탐욕(貪欲), 진에(愼恚), 사견(邪見)의 악행을 벗어나는 것이죠. 이것은 모두 사회생활 하는 데서 지켜야 할 덕목들입니다. 그리고 탑돌이커뮤니티에서 ‘구라꾼’들이 귀부인들이 가져다주는 좋은 술을 너무 먹으니까 ‘불음주(不飮酒)’라는 덕목이 특별히 첨가되었다고 해요. 요즈음 우리나라 스님들도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은데, 한두 잔이야 문제없지만 끊임없이 과음하게 된다는 데 문제가 있어요. 스님생활 하려면 술을 들지 마세요. 오현 스님과 같은 특별한 경지를 함부로 흉내내지 마세요.
좌우지간 계율이라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인간에게 꼭 필요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이 너무 경직화되고 세분화되고 교조화되면 주자학 또라이들보다도 더 못한 맹꽁이가 되어버려요. 밴댕이콧구멍 만한 인간이 되어버리는 것이죠. 어떠한 경우에도 인간이 계율에 눌린다는 것은 비극적 상황입니다. 보살혁명은 계율혁명이었습니다. 승가가 아닌 새로운 보살가나(gaņa, 보살커뮤니티: 부파불교시대까지의 승가僧伽와 다른 개념)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보살가나에도 새로운 계율이 필요했습니다. 그것이 ‘6바라밀’입니다.
타율적 계율이 느슨하게 되면 인간의 자율적 지혜는 고도의 자기 조절능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인간이 자율적 자기컨트롤 능력이 없을 때는 당연히 타이트한 계율 속에서 사는 것이 더 낫습니다.
느슨해진다 loose |
느슨해진다 loose |
|
↑ | ↑ | |
계율 | 지혜 | |
△ | ||
↓ | ↓ | |
타이트해진다 tight |
타이트해진다 tight |
대승의 발전은 계율의 느슨함을 초래함과 동시에 지혜의 특별한 수행, 특별한 자각적 바라밀다, 완성의 길을 요구하게 된 것입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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