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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시네필 다이어리, 뷰티풀 마인드와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내 안의 메피스토펠레스와 사랑에 빠지다] - 16. 의식의 보호관찰을 거부하는 무의식: 고독의 창조성 본문

책/철학(哲學)

시네필 다이어리, 뷰티풀 마인드와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내 안의 메피스토펠레스와 사랑에 빠지다] - 16. 의식의 보호관찰을 거부하는 무의식: 고독의 창조성

건방진방랑자 2021. 7. 2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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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의식의 보호관찰을 거부하는 무의식: 고독의 창조성

 

 

게다가 존 내쉬가 초기에 입원했던 미국의 정신병원은 환자를 정상인비정상인으로 구분하여 정상적인 자아를 되찾게 하는 모범적인 진료방식을 추구했으므로 무의식에서 긍정적 잠재력을 읽어내려는 탐험 따위는 가능하지 않았다. 융은 무의식의 요소들 사이에 차별을 두지 않으려 했다. 말하자면 융은 좀 더 고상한 무의식, 좀 더 천박한 무의식, 좀 더 추악한 무의식, 좀 더 아리따운 무의식 사이의 차별이 아니라, 무의식의 총천연색 별들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성좌를 해독해내는 데 관심이 있었다.

 

융은 그리하여 카오스로 가득한, 때로는 부끄럽고 경박하며 대면하기도 싫은 무의식마저 자신의 존재를 응원해주는 원군으로 삼을 수 있었던 것이다. 존 내쉬에게 무의식의 역습이 그가 억압했던 존재들의 때늦은 복수처럼 공포로 다가왔다면, 융의 무의식은 의식의 보살핌과 비호 아래 매번 더 활성화되는 존재의 무한한 잠재성이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글이 무의식이 구술하는 메시지를 의식이 그저 조용히 받아 적은 결과물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싸워야 할 대상은 자신의 무의식이 아니라, 누구도 들으려하지 않고 궁금해하지도 않는 것을 혼자 끊임없이 말해야 한다는 고독이었다. 스스로에게는 너무나 가치 있는 메시지가 타인에게는 황당무계한 것으로 여겨질 때, 그 고독은 말할 수 없이 무겁게 느껴진다. 하지만 융은 고독의 창조성을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었다.

 

 

나의 고독은 어릴 적 꿈의 체험과 함께 시작되었고, 내가 무의식에 대한 연구를 할 시기에 최고조에 달했다.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알게 되면 그는 고독해진다. 하지만 고독은 반드시 공동체에 대립하는 것만은 아니다. 고독한 사람보다 공동체에 대해 더 호감을 느끼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공동체는 모든 개체가 자신의 개성을 기억하고 다른 사람과 동일시되지 않는 곳에서만 만개하게 된다.

-칼 융, 조성기 역, 기억, , 사상, 김영사, 2007, 624~625.

 

나의 모든 저술은 말하자면 내부로부터 부과된 과제인 셈이다. 그것은 숙명적인 강요로 이루어졌다. 내가 쓴 것은 내부로부터 나에게 엄습해온 것들이다. 나는 나를 충동질하는 영혼으로 하여금 말을 하도록 허용했다. 나는 나의 저술에 대해서 어떤 뜨거운 공감을 기대한 적이 없다. (……) 나는 누구도 들으려고 하지 않는 것들을 말해야만 했다. 그리하여 특히 연구 초기에는 완전히 외톨이가 된 느낌을 자주 받았다. 나는 사람들이 싫어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칼 융, 조성기 역, 기억, , 사상, 김영사, 2007, 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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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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